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筆禍

"언니 그 글 나 들으라고 한 얘기지?"하는 전화기 너머로 전해오는 흥분한 음성을 들으면
섬찟한 느낌보다 우선 멍한 혼란스러움부터 몰려온다.
워낙 수다떨듯 잡다한 글을 쓰고 다녀서 구체적으로 무슨 글의 어떤 대목이 문제인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겠는데다,
쓰고 나면 내가 당한(당했다고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설움이나 불쾌감의 응어리가
그런대로 해소되는 관계로 문제의 사건까지 까맣게 잊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자신이 속한 클럽에 관한 글이 공적인 영역에서 거론되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의 당혹감을 알기에
나름대로 내 글에서는 칭찬이나 홍보할 일이 아닌 다음에는
비난을 하더라도 실명을 거론하거나 구체화하지 않고 두루뭉실하게 넘어가곤 했기 때문에
뒷탈이 적으리라 생각했고 해서 내 발이 덜 저릴 줄 알았다.
나는 이코트 저코트 여러 곳에 회원가입을 한 처지라 여러 유형의 공치는 사람들을 봐왔고
무의식 중에 여러 인물이 발췌, 합성되어 딱히 구체적 개인이기보다 .....

하지만 실제로 내가 그를 지목했든,
자신이 사건 개요의 당사자라는 확신을 갖게한 애매모호한 문구 때문이든,
대게 지인에게서 받게되는 이런 항의전화는
해명이든 부인을 하는 과정에서 평소에 나누지 못한 이런저런 얘기를 하게 되는데
물론 서로의 견해차만을 확인해서 너와 나는 다른 科다 하며 서로 마음이 돌아서거나 닫아잠글 때도 있지만
이일로해서 이제까지 내가 갖고 있었던 오해나 편협함, 편견 등을 깨는 계기가 되는 경우도 많다.

정말 내가 우려하는 바는 자신에 대한 내 주장이 터무니없다고 생각한다든지
내 글을 읽고 심한 불쾌감을 느꼈다든지,
억울한 마음, 인간적 배신감 따위의 심정을 가지게 되었으면서도 직접 항의조차 하지 않는 경우겠다.
일고의 가치도 없는 쓰레기라고 무시해버리는 아량이라면 고맙지만
부글부글 혼자 속 끓이는 사람이 있고 그런줄 내가 까맣게 모르고 있을 가능성을 생각하면
일기 외의 글은 절대로 써서도 보여서도 안될 일이란 생각이 든다.

전에 어떤 클럽에서 가장 많은 회원이 지목했던 성격 좋은 사람의 유형은
명랑, 활달, 적극적인 사람이기보다 조용히 있는 듯 없는 듯한 말수 적은 사람이었다.
이 결과가 나로선 다소 의외였는데
운동하는 여성들 특히 테니스같은 경쟁스포츠를 하는 여성의 경우
외향적인 성격에 유머있고 공잘치면(제일 중요) 인기짱일 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하고 싶은 말 못하고 입을 다물고 있어서야!
점점 남들이 나에게 원하는 바를 억지로 행하기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참지 않고 사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아! 이런 선회가 바로 내가 늙어가고 있구나!를 깨닫게 한다.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




  • 마이클 킴 03.12 12:59
    혜랑님!
    충분히 이해할수 있습니다. 저도 그런일이 있었거든요. ^^
    그래서 가급적 글쓰는 사람들은 가명을 사용해야 하고 얼굴도 노출이 되어서는 안되며
    직업뿐만 아니라 사는것조차도 사람들이 몰라야 됩니다.
    혜랑님도 테니스계에서는 상당한 유명인사가 되셨으니 이번기회에 가명, 닉네임을 만들어서 사용하심은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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