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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행

새해 첫날 북한산에 오르기로 했다
친구 가족과 함께 가기로 미리 약속 한것이다.
작년에도 가기로 했으나 아내의 갑작스러운 사정으로 포기 해야만 했다.
그래서 이번엔 몇일 전부터 단단히 다짐을 받아놓았으나
또 한가지 어려움이 있다.사춘기 중학생인 큰애를 설득하는일이다.
요즈음 가족모임에 나가는걸 꺼려하며 투덜거리고 혼자있기를 더 좋아한다.
그래도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이미 굳어진 마음을 달래어서 가까스로 약속을 받았다.
모든여행이 그렇듯이 한바탕 소란을 떨고서야 약소장소인 구기동 매표소에서
친구 가족을 만나 김밥 몇줄과 음료를 사서 배낭에 넣고 산을 오른다.
평소 산에 자주 오르는 친구의 안내를 받으며 다리에 힘을 준다.
폼생폼사인 나는 무슨 고봉 이라도 오르듯 하여 땀 한방울 나지도 않는 머리를
전문산악인 수건으로 질끈 매고 단호하게 입술을 다물고 눈을 부릅뜨니 눈은 안 커지고
눈 두덩만 바르르 떨린다.눈치챈 아내가 너스레를 떨어서 모두 웃고 또 웃는다.
작은애 들이 앞에서 앞서거니 뒷서거니 촐랑대며 길을 잡는다.
오솔길을 지나 계곡으로 깊어져가니 호흡이 가빠진다.
졸졸 흐르는 시내도 언저리에 살얼음을 깔더니 이윽고 바위에 널러진 광목 처럼 굳어있다.
이제 슬슬 손도 더듬이로 변해가고 안개낀 안경을 쓰윽 문지른다.
그때 였다 ,우리가 황제를 만난 때가...정상에서 내려오는 바둑 황제 조훈현씨를 만났다.
평소에 수담을 즐기는 친구 부부가 팬을 자처하며 악수를 하고 덕담을 주고 받으니 초보바둑을
벗어나지 못한 나도 덩달아 외치며 황제 손을 잡는다.아내는 올 한해 수 계산이 잘 되겠다고
좋아라 하는데 나는 수 계산이 잘 안 되어 물끄럼이 아내 얼굴만 쳐다본다.
대남문으로 가는 중간지점 넙적한 바위를 깔고 사과를 깍는다.하늘이 보인다.
구름 한점 없는 하늘이 청자빛 뚝뚝 떨어지고 마른 손 담가 머리감는 나무들이 매달려 있다.
산행을 시작한지 시간반 이 지나 발들이 흐름을 늦춘다.오르고 내리는 줄들이 개미군단 같다
올라서고 비켜서고 내려서고 비켜서고 이곳에선 배려가 자연스럽다.
욕심 한덩어리를 내려 놓으니 세상이 가벼워 보인다.
물 한모금 휴식을 위하여 산사를 들어서니 한해를 염원하는 이들로 북적인다.
"화장실이 어디요 "물으니 "시주는 하셨는지요" 하고 답한다.
마지막 힘을 더해 대남문 정상에 오른다.바위위에 올라서 아래 세상을 바라보니
지글지글 ,바글바글 사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그 옛날 무학은 이곳에서 무엇을
보았을까,무슨생각에 잠겼을까 생각해보니 지난해 시끄러웠던 "수도이전 헤프닝"이
떠올라 씁쓸해 진다.눈을 돌려 보니 삼각산이 바로 앞이다.시인이 읊었던 대로
나도 그들과 말하고 시 한수 보태고 싶었다.하지만 어쩌랴! 쪼루록 배고픈 소리가
시심을 깨워서 다행이었다.김밥 한줄과 묵은 김치를 같이 먹으니 먹는 즐거움은
글로는 못쓰겠다.내려오는길은 수유리쪽으로 잡았다.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고
산은 점점 우리를 내려놓고 있다.산처럼 살고 싶어진다 말하며 산과 작별을 한다.

조훈현 국수가 쓴글이다

"나이 오십 줄의 초로의 기사가 야생마처럼 좌충우돌 날뛰는 것에 대하여 혀를 차지는 마시라.
이 나이쯤 되어서는 부드러운 행마와 흑백간의 조화로운 화합으로 화국(和局)을 연출하는 것이
보기에 좋을 것이나 나는 아직 완성된 장인이 아니다.
아직은 힘이 닿는 데까지 바둑의 본령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싶은 소년의 마음 그대로일 뿐이다.

"화국을 연출하는것이 보기에 좋을것이나 나는 아직 완성된 장인이 아니다".
최고봉에 올라본 자의 솔직하고 겸손한 고백이다.
이것만으로도 산은 줄걸 다 준것인데.....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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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ment '2'
  • 테사랑 02.14 17:35

    산중에서의 그림이 장황하게 펼쳐지는데
    정말 눈앞에서 보는 느낌입니다.

    어쩜 그리고 섬세한 표현을 하시는지...

    오랫만에 전테교 등교하여 무척 어색했는데
    금새 친화될 수 있는 것은
    이런 따뜻한 살아가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인듯 싶습니다.
  • 안영식 02.16 00:49
    솔물님
    정갈한 글에 솔솔 담겨 오는 마음이 솔바람 같습니다.
    늘 건강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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