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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때문에

생긴 건 그냥 털털하게 생겼는데 먹는 데는 유난히 까탈스러운 나 때문에
점심 먹으러 가려면 이거 빼고 저건 싫고 해서 골치 좀 썩여야 한다.
사실 난 결벽증이 좀 있어서 스킨쉽이나 타액이 섞이는 걸 딱 질색을 했었다.
그런데 코트에서는
자신이 먹던 컵을 자긴 이쪽으로 마셨으니 저쪽으로 마시라고 돌려 권하는 경우도 많고
내가 내 컵에 마시던 음료을 맛본다고 한 입 뺏어서 마시고 돌려주기도 하고
내 컵이라고 이름써서 라카에 가져다 놓은 컵을 전혀 개의치않고 사용하는 현장을 몇 번 잡기도 했고
내 립그로스 색이 자기한테도 어울리는지 본다고 어느틈에 발라보고
찌게나 국에는 사용한 숟가락, 젓가락 몇개가 왔다갔다하고
먹던 공기밥도 젓가락 뒤집어 반 내어주면 양반이고,
누가 입고 온 옷이 맘에 들면 서로 돌아가며 한번씩 입어보고
테니스회원은 아마 한솥밥 먹는 가족같은 분위기가 지배적이라 그런가보다.
지금도 내 컵 꼭 가지고 다니면서 유난을 떨지만
더운 여름날 누군가 잘 씻지도 않았을 컵에 시원한 물을 담아 권하면
성의가 괘씸해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받아 마시게 되었고
대충 씻은 것이 의심되는 포도나 방울토마토도 내 손으로 몇 번 더 씻지 않고
그냥 먹게 되었다.
테니스 때문에 망가진 건지?
아님 위생관념이 지나쳤다가 정상적인 수준으로 복귀한 건지?
너무 남들 눈 밖에 날까봐 소심해져 할 수 없이 자신의 기준을 양보하게 됐는지?
저녁식사 후 포만감을 달래러 평상복차림으로 라이트가 켜진 시원한 코트에 나갔을 때
운동한 아저씨들이 반갑게 다가서면 그 역한 땀냄새때문에 저절로 뒷걸음을 치게 된다.
그때 문득 운동한 내게도 이런 끔찍한 냄새가 났을 걸 생각하니 탄식이 절로 났다.
햇볕에 타는 게 싫고 땀나는 게 싫은 사람은 절대로 못할 운동이 테니스인데
땀으로 범벅이 된 까만 얼굴로 웃었다 긴장했다를 번갈아하면서 열심히 뛰게 만드는 것도
테니스란 운동이다.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




  • 테사랑 09.13 09:23
    어제도 느꼈지만
    언니를 뵈면 정말 소탈해 보이시고 더불어 시골출신(?)의 순박한 외모에
    더욱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인상이신데
    글속에서 느껴지는 느낌은 웬지 예리한 관찰력과 신랄한 비판력이 있으신 것 같아서
    약간 혼돈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도 글을 써봐서 알지만
    말을 아끼는 분들이 글을 잘쓰시기에
    글속 테니스 세상에서 진정한 의미와 깊은 사고력을 읽어 낼 수 있는데
    정말 순수하고 변색되지 않는 강한 빛이 내면에 있으신것 같습니다.

    사실,어제 순대를 준비하셨다는 말씀에 깜짝 놀랬습니다.
    더불어 글속에서 느껴지는 도시적 내음이 사라지고
    소탈하시고 격의없이 친숙하게 느껴지는 기분에 마음이 푸근하기도 했구요.

    음식이야기를 하자면,
    어제의 순대뿐 아니라 남의 살( 육류)을 전혀 못먹는 저로써는
    사람들이 모여 식사하는 시간이 제일 불편하답니다.
    두세 사람만 모이면 고기를 먹고 술을 마시는 풍조 때문에
    고기도 술도 못먹는 저는 참 고역이지요.

    테니스를 잘하려면 술을 잘마셔야 한다는 선배 동호인들 말씀에
    차라리 테니스 잘 못쳐도 그냥 테니스만 즐기겠다는 다짐을 하지만
    아무튼 술문화,육식위주의 외식문화 때문에
    저는 늘 왕따를 당한답니다.ㅠ.ㅠ
  • coolperson 09.13 15:44
    오랫만에 최혜랑님의 에세이 잘 읽었습니다.
    수필이란 중년의 문학이라고 하지요.
    시나 소설 같이 일정한 작볍이 없다고 하고,
    붓가는대로 쓴다고 합니다.
    그러나 문학이라면 왜 작법이 없겠습니까 ?
    혜랑님의 에세이는 주제,구성 모두 좋습니다.
    그러나 사실의 나열만으로 문학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솔직한 심정이나 사실을 그대로 여과없이 쓰시는 문장은 마음에 듭니다.
    문학은 글의 내용중에 윗트나 유우모어와 감성을 자극하는 문학적 표현이
    삽입되면 더 좋다고 합니다.
    또 자신의 생활철학이 숨어 있으면 매우 훌륭한 수필이라고 합니다.
    좋을 글 많이 부탁드립니다.건강 하시고 행복 하시기를 기원 합니다.
  • 써퍼 09.15 09:57
    혜랑님의 코너가 '문학'으로서의 에세이 코너인가요~?
  • 최혜랑 09.15 20:55
    글쎄요. 에세이라고 이름붙여지는 바람에 시비거리가 되겠군요.
    그냥 테니스수다 뭐 이랬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그리고 제가 테니스 때문에 달라진 점이 또 하나 있습니다.
    어렸을 땐 비 맞으면 머리에 이 생긴다는 미신을 믿었고
    커서는 산성비 맞으면 건강에 나쁘다고해서 절대 비를 안맞았지요.
    결벽증과 건강염려증이 심했을 땐 고어텍스 우비 장만해서 입고
    무지 큰 골프 우산을 쓰고 다니는 등 비를 피하는 이중삼중 방어막을 형성하기도....
    그런데 지금은 인조잔디코트에서 비 맞으면서 우중 테니스를 즐긴답니다.
    기왕 젖은 몸...대머리되면 어때....하면서
  • beeth 09.16 12:45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최혜랑님이 지나치신게 아니고,
    솔직이 사람들 위생관념이 좀 더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물병을 다른 사람에게 권했을 때,
    혹은 컵이 없어 다 같이 마셔야 될 때
    입을 대고 마시는 걸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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