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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코트를 떠난 이유

늘 보던 사람이 요새 뜸해진 것같으면 문득문득 무슨 일일까 궁금해진다.
집안에 무슨 안좋은 일이 생긴 건 아닌지?
무릎이든 허리든 어딜 다치진 않았는지?
코트에서 무슨 속상한 일이나 마음 다친 일은 없었는지?
지난한 슬럼프를 더이상 못견뎌서 좀 쉬려는 건지?
그 좋던 테니스가 시들해졌거나 다른 재미가 생겼는지?
걱정할 일이 아니라 오히려 부러워할 일이 생긴 걸 수도
.....해외여행이라도 떠났나?

하지만 집에 오면 땀에 젖은 옷 벗어 세탁기 돌리고
아침먹은 흔적들을 설거지해서 쌓아두고
종종걸음하면서 밥도 하고 애랑 싸우기도 해야하고
아무튼 살림하는 척하느라 전화 한통화나 문자 한꼭지 보내는걸 잊곤한다.

그런데 나만 무심한 건 아닌 것같다.
공치는 사람들은 다 무엇에 쫓기는 사람마냥 여유가 없고 적당히 무심한 듯하다.
늘 가던 시간대에 일이 생겨 석달 넘도록 발길을 끊었는데도
새벽같이 공만 치다 해 높이 뜨기 전에 밥한번 안먹고 바삐 흩어지는 수줍은 사람들이라 그런가?
무심한 아저씨들이 안부전화 한통없자 내가 이리도 인복이 없나하면서 서운했었다.

테니스를 그만 둔 사람과 인연을 이어나가는 일도 눈뜨면 공생각뿐인 나로선 그리 쉽지 않다.
가끔 코트 한산할 때 난타라도 치자고 해서 아주 라켓 놔버리지 않게하려했지만
이젠 전처럼 고맙다고 라켓들고 나오지도 않고 이런저런 못칠 이유를 자주 댄다.
테니스에 올인해보이던 언니 한분도 어느 날 갑자기 테니스를 접으셨는데
대외적으로 밝혔던 이유와 그 깊은 속사정은 달랐다는 것을 나중에야 어렴풋 알게 되었다.
민폐끼치는 걸 질색하는 깔끔한 성격이 스스로를 코트 밖으로 내몰았을 것이라는 걸.
어떤 그룹에서 유일한 초보이거나 많이 처지는 하수일 때는
누구와 편을 먹어도 앞에 선 상대가 누구든간에 거의 지게 되어있다.
다만 초보일 때는 3점이나 땄다거나 타이까지 간 것이 나름 뿌듯하고 자랑스럽게 마음을 먹을 수 있지만
구력이 상당한데도 이사람 저사람한테 추월당해서 여전히 하수로 남게 되면
테니스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리고 땀빼고 운동하는 거라는 즐테모드로 버텨내기에는
잦은 패가 자존심에 주는 상채기가 너무 크고 아팠을 것이다.
아마 파트너하기를 꺼리는 사람이 되기 전에 떠나고 싶으셨을 것이다.
그건 사랑하는 사람과의 생이별만큼이나 아리고 쓰라렸을텐데....
다행스러운 건 테니스 그만 둔 대다수 분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처럼
지독한 중독처럼 여겨지던 테니스가 의외로 그만두고 금단현상기간이 짧다는 것이다.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




  • 인준빈 07.07 08:16
    나름대로 지방에서는 지역 신인왕전에서 복식부분에 우승도 해보았고 구력이 30년 넘게 테니스를 즐기면서
    테니스 책도 상당히 많이 탐독을 하고 순전히 독학으로 테니스폼도 표준에 비슷하게 관리했는데
    서울에 와서 동창회 테니스클럽에 들어간는데 중간에서 조금 못미치는 정도 즉 A조와 B조를 오가는 실력 밖에 못되어
    테니스를 접고 등산에만 전염할까 심각하게 고려하던 차에 전현중 테니스 교실을 늦게나마 찾게 되었고
    전테교에서 추천하는 모든 테니스 훈련을 열심히하고 "테니스 파트너기"를 구입하여 아파트 실내에서 매일 30분이상
    연습하면서 최혜랑님의 글을 처음부터 계속 읽어 가면서 다시 테니스에 새로운 도전을 향하여 가고 있고
    급기야는 우리 클럽의 최고수에게 8월도에 단식 도전장을 내게되고 도전을 받아 주기로하여 더욱 열심히 칼을 갈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금년에 환갑입니다.
    체력은 복식 게임 하루 3게임하고 5시간 등산하는 정도입니다.
    다시 테니스를 더 열심히 하므로 체력도 더욱 좋아 진것 같습니다.
    테니스의 지구력을 향상시키려면 꼭 등산을 겸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다음번에 고수에게 단식 도전기를 올릴것을 약속드리며 이만 줄입니다.
    최혜랑님의 글을 한군데도 빼지않고 읽겠습니다.
  • 인생자체가야메 07.07 09:32
    세월 가니 구력만 쌓이고 실력은 쌓이지 않는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네요.
    저도 나중에 저렇게 되지않을려면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라켓을 들고 공치는 수밖에 없겠죠.
  • 최혜랑 07.07 22:10
    글쎄요. 푸념이 대부분인 제글이 테니스 실력향상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않을 텐데 ....
    테니스실력이 빵빵한 동창모임에서 받게 된 스트레스 때문에 한때 테니스를 등지려하시다가
    이제 다시 연습 열심히 하시면서 단식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셨다니 퍽 다행한 일입니다.
  • 패대기 07.08 15:05
    복식이 참으로 힘든 경기입니다
    실력차이로 인한 갈등이나 미안함 등등....
    나도 실력이 쌓이면서 파트너 탓을 하고 지나치게 사사건건 지적을 하는 일이 점점 늘어가는 걸 보면 사람 마음이 다들 그런가 봅니다
    반성을 많이 하면서도 막상 시합에 들어가면 그런 일이 반복되고.......

    차라리 단식을 하려고 마음을 먹어도 우리나라 코트 여건상 기다리는 회원들 때문에 그럴 수도 없습니다
    단식대회에 출전을 하고 싶어도 복식대회와는 달리 토너먼트방식의 진행이라 첫 경기에서 지면 바로 짐을 싸서 돌아와야 하는 아쉬움에 선뜻 참가하기도 어렵습니다

    아무튼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떨군다고 하는데 우리네 인간들은 한낱 벼에도 미치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반성에 반성을 하지만 막상 닥치면 따로 놀거나 잔소리를 하게되고....
    오늘도 진지하게 반성을 합니다만 또 도루묵이 되겠지요
  • 최혜랑 07.08 22:42
    매월초 일요일에 실시하고 있는 명지대 테니스 아카데미 단식대회는 다른 동호인 복식대회처럼
    예선은 리그전으로 진행됩니다.
    예탈하시거나 본선 초반에 짐싸시는 분들은 이방식을 선호하시지만
    8강이나 준결승, 결승까지 가시는 분들은 7-8게임을 해야해서 쥐나고 탈진해서 체력싸움이라면서 덜 좋아하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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