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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과 그분

'잘 맞았을 때의 감을 기억하세요!'
요즘 코치님한테 자주 듣고 있는 말이다.

그놈의 감이란 놈이 올똥말똥 뜸을 들이다가
이제야 왔나싶으면 어느새 온다간다 말없이 제멋대로 사라지고 없어서
도무지 종을 잡을 수 없으니 이 노릇을 어찌하오리까?하며
땅이라도 치고 싶은 심정이 되기도 하고
어떤 때는 '네 이놈 정체를 밝혀라!'하고
냅다 호통이라도 쳐보는 호기를 부리고 싶기도 하고
'제발 떠나지 마세요!'하고
변심한 애인 바지가랑이 잡고 늘어지는 처연한 심경이 되기도 한다.

어쩌면 '그놈'의 감이라는 표현이
귀에 거슬릴 정도로 불경스러운 것인지 모르겠다.
공을 잘치고 싶어 안달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바람결에 왔다가 어느결에 사라지는 알쏭달쏭한 '감'을
'그분'이라는 호칭으로 부르고
'그분이 오셨어!'할 때면 자못 경건하고 숙연해지는 것으로 아는데.

최근 입수한 '감'에 대한 개인정보에 의하면
그 감이란 놈/분은 공을 맞으러가는 임팩트 이전에서
공을 떠나보내는 임팩트 이후의 고 짧은 순간 어디쯤에 살고 있고
인상착의는 눈으로 보고 범인 몽따쥐를 그릴 수 있는 성질의 존재가 아니라
손바닥으로 전해오는 미묘한 감촉을 더듬어 느끼면서 그려야한다고 하며
즐기는 음료로는 마시면 알딸딸해지는 약간 도수있는 술이라고도 하고
더우나 추우나 코트에서 주야장천 마셔대는 맥주나 막걸리라고도 하고
감을 느끼는 감각기관이
일반이 알고 있던 손이나 팔이 아니라
뒷꿈치 들고 뛰는 발이라는 새로운 학설이 제기되고 있으며
수사력을 총동원해 체포하여 강제 구금하더라도
어리버리한 수사관이나 교도관을 따돌리고 탈출하기를 빈번히 한다하고
일단 감이 온 사람이 치는 공은 달라도 다르고 아무도 못말린다고 하는데
네트를 슬쩍 타고 저공비행해서 스텔스 미사일처럼
레이더에 포착이 안되고
네트 맞고 넘어가 그자리에 똑 떨어져서
제아무리 발빠른 사람도 잡을 수 없는 언터처블이 되기도 하고
상대가 100% 나간다고 장담해서 안잡았는데
나가다가 밖으로 금을 물어 낼름 인이 되기도 해
코트의 기하학과 테니스공의 탄도학 및 고전물리학의 제원칙
그리고 상식을 뒤흔들면서
이상야릇하게 들어오게 되면 상대는 공황상태에 빠져 와르르 무너...
또 새 공을 따고 칠 때와 새 줄을 맨 싱싱한 라켓에서
감이란 者의 그윽한 체취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오늘도 내게 먼 그대로, 범접하지 못할 존재로 계시는 그 분을 생각하니
갈수록 태산같고, 오르지 못할 나무같고, 그림의 떡같고
못먹을 감 찔러나 보고싶고, 가슴 속에 차오르는 그대같고.....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




  • 맥주좋아 11.03 11:44
    코치가 감 운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잘못된 것이 있으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알려주고
    잘된 부분에 대해서는 그 부분을 일깨워줄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공을 끝까지 보라는 등, 힘을 빼라는 등 이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적어도 코치는.
    정확한 괘적과 각도, 빼는 정도, 턴 정도 등등에 대한 설명이 선행되어야
    배우는 사람이 이해를 하지요. 그저 감감.. 아아 답답...
  • 최혜랑 11.03 16:27
    글쎄요. 테니스처럼 몸동작을 요하는 수업에서 말로 전달할 수 있는 설명이나 지시 등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더군요.
    몸소 보여줘도 신체적 차이와 순발력, 스텝 등 운동신경적 차이가 극명해 따라하기도 힘들고
    코치가 물가로 인도해줄 수는 있지만 물을 마시는 건 본인 몫이란 생각이 듭니다.
    지도자는 무수히 반복해서 상황을 만들어 줌으로써 레슨자의 몸이 스스로 깨우치고 자동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할 뿐이고
    자기만의 타점을 찾고 .... 빨리 준비해서 공에 따라 라켓을 빼고 면을 만들고 힘을 싣고......두루두루 뭉뚱그려 감으로 표현한 것일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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