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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금지

집에 있을 때 핸폰 놓는 곳이 일정치 않아서 벨소리 날 때마다
찾느라고 숨바꼭질하듯 숨 헐떡이고 뛰어가 받으면
어떤 사람 핸폰번호, 식당 전화번호 또 지난번에 얘기한 사이트 주소가 어디였느냐고 묻는
살짝 사람 맥빠지게 만드는 전화나 문자가 내겐 자주 걸려 온다.

오늘도 반 년은 족히 연락이 없었던 어떤 분이
지난번 내가 보내준 문자를 다 삭제해버렸는데
미안하지만 다시 보내줬으면 한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렇지 않아도 메시지함에 문자가 꽉 차서 저장이 안된다는 경고가 자주 떴지만
하는 일없이 바쁘던 나는 생각날 때마다 몇 개씩 찔끔찔끔 지우곤 했는데
오늘은 날 잡아 대대적인 핸드폰 청소 및 구조조정을 감행하기로 했다.

용케 사정의 칼날을 피해 몇 달씩 남아있던 문자를 지우려다 보니
테벗에게 근황을 알렸던 안부문자가 있었는데

물찬 무릎이 철딱서니 없는 주인한테 반란이라도 하듯 쿡쿡 쑤셔
레슨 서서 받고 이내 집으로 돌아오거나 물리치료 받으러 가는데
마음은 청춘이라 열심히 하고자 해도 몸이 따르지 못해 노상 어디가 탈나니
주위 분들 보기에 나란 인간이 영 시원찮아 보일까 걱정입니다.

지금과 별반 사정이 달라진 게 없으니 재활용해 다시 보낸다 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아
스스로 돌아봐도 내가 한심하단 생각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칠칠치 못해 테니스 이전 삶에서도 다친 적도 많았고 깁스도 몇 번 해봤다.
신혼에 행주랑 걸레 몇 번 짰다고 손목이 나가 치료를 받으러 다녔더니
남편이 산악반에서 암벽등반했다는 여자가 불량품이라고 사기결혼 운운한 적이 있었고
아이가 갑자기 버둥대는 바람에 언덕에서 안고 있던 아이를 안놓치려는 모성본능 땜에
발목이 부러져 수술 받고 깁스하고 재수술.....,
바나나 보트가 뒤집히면서 앞에 탄 아저씨의 단단한 머리에 무릎이 깨져 ....

깁스도 진화해서 점점 경량화 되고는 있으나 한 달에서 6주 하고 있으면
여름이든 겨울이든 가렵고 거추장스럽고
특히 다리 쪽 깁스의 경우 외출했다가 계단을 만나거나
쪼그리고 앉아야하는 화장실 밖에 없으면....
비록 한시적이기는 해도 장애체험으로 장애우들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계기가 됐다.

글쎄 일개 나이든 동호인으로 느끼게 된 답답한 심경에서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이라는 그 반짝이는 테니스 선수로서의 프라임 기간 중
찾아든 부상에 대해 프로선수가 느꼈을 초조함, 암담함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됐다면
남들이 웃겠지?

좌절금지!란 말
충고나 위로로 말하기 쉽고 문자로 보낼 수 있는 기성이모콘도 있지만
불운 앞에서 당당하고 담담하기는 참으로 어려운 것같다.

요즘 들어 못난 대통령의 대명사였던 김영삼씨가 했던 말이 새록새록 생각이 난다.
다른 건 다 빌려 쓸 수 있지만(머리 또는 브레인)
그 놈의 건강만은 절대 남한테 빌릴 수 없는 것이니 본인이 챙겨야한다나하는...
부상 재활 다시 부상을 반복하는 운동중독의 악순환에서 빠져나오려면
이번에 살살 운동할 수 있을 정도로 몸이 돌아오게 되면
정말 나 자신을 사랑하고 내 몸을 내 몸같이 끔찍이 위하게 될 것 같은데
미련하고 어리석어서 이를 오랫동안 지킬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여러 테니스 선수들의 부상 기사를 읽다 보니
그들의 쾌유와 재활을 빌게 되었는데 me too하는 바램이 슬며시 함께 들었다.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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