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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석잔은 사양이나 뺨 세 대가 무서워

봄맞이......, 춘계......로 시작되는 단체전이 한창이다.

경제도 어려운데 직원들 제때 월급주느라 등골이 휘는 사람한테는 매우 미안한 일이지만
빳빳이 다려진 와이셔츠에 봄기운 물씬 풍기는 넥타이를 단정히 매고 출근하거나
눈뜨자마자 주부하다 차려입고 출근해서는 커리어우먼으로 변신해
열심히 모니터 앞에서 부지런히 키보드를 눌러대는 것처럼 보이지만
마음이 콩밭 바로 옆에 있는 코트에 가 있는 사람이 제법 많은 것같다.

테니스 바이러스가 일차적인 원인이겠지만,
쇼는 계속 되어야 한다처럼 랠리는 계속 되어야 한다는 묘한 강박적 승부욕이 부가적 원인인 듯한데
공 치는 사람들 간에 유행하는, 내가 '테니스 부작용'이라 명명한, 병의 증상은 다음과 같다.
글을 주고 받는 일을 랠리 내지 대결구도로 생각한 나머지
누가 먼저 지난한 문자나 이멜의 왕래에서 인내심을 잃고 백기를 드는 지를
또 누가 끈질긴 랠리의 종지부를 찍으며 승리를 거머쥐는 집요함을 보이는 지를 가려내
승자와 패자로 나누려는 치기어린 사고방식을 갖게 되는 것이 이 병의 두드러진 증후다.

집에 있던 어느날 오기가 발동해 핸폰이 뜨뜻해지고 배터리 수명이 다했다는 사인이 깜빡여도
충전하는 선을 연결해서 다시 문자질을 이어갔었는데
내가 배터리 파워나 용량 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었는지 드문드문 오던 답글이 더이상 오지 않아
일단 TKO로 마음에 1승을 올려놓았다.

이 얘기 저 얘기 다양한 주제를 섭렵하다보니
부상으로 집에 있다보니 얼굴은 뽀야니 포동포동 살이 올라 보기 좋아졌지만
뱃살은 나날이 디룩디룩 쪄서 속상하다는 아껴두었던 상습적인 고민까지 토로하게 되었고
누가 양호선생님이 아니랄까봐 지극히 상식적인 선에서 의학적 충고를 해줬는데,
소식다작하세요!
밥 적게 먹으면 살 빠진다는 걸 누가 모르나 다만 실천하지 못해 어려운 거지.
그런데 다작이라면 alcohol consumption?
술을 많이 마시라는 얘기라면 애저녁에 오래 살긴 글렀다 싶었는데
저작기능할 때의 그 '씹을 작'이란다.
왠만큼 테니스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남을 자근자근 씹는 일에 익숙해
이 방면에는 충분한 연습이 되어 있어 따로 신경 안써도  될 듯하다.

테니스로 인한 인연이나 만남에 대해서
삶과 주변을 돌아볼 시간적 여유가 생긴 내게 있어서 주요 관심사인데
당분간 테니스 뚜를 해보면 어떨까싶다.(Tennis Emma란 표현이 더 문학적일텐데)
테니스 결혼시장에서도 우리네 농촌에서처럼 남초현상이 두드러지는 것같은데
젊은 층에서 테니스치는 남녀 사이의 불균형은 이보다 더 심각해
공 좀 치는 여성 만나길 원하는 총각분의 경우 상당한 애로를 겪을 테고
결국 다른 운동이라도 해서 운동신경이나 감/센스가 있고
피부 타령하면서 테니스에 심각한 거부감은 보이지 않는 여성을 만나
하나하나 가르쳐 가면서....하는 장기계획을 세우는 수 밖에.

테니스적으로다가 일가를 이룰 때까지 한 몇 년 더 테니스에 빠져 지내고 싶다면서
내 적극적인 중매 대시를 보기좋게 거절했던 분을 곱씹어보면서
인생중대사인 결혼이나 가정을 이루는 일을 미루거나 포기하면서까지 테니스에 올인하고 있는 것같아
남들에게 목숨걸고 테니스 치는 걸로 보였던 나도 할 말을 잊었다.

마당발이란 별명에도 불구하고
아는 사람이 지역적으로 편중되어있고 아는 연령층도 죄다 결혼한 아저씨 아줌마라서
개인적인 한계를 느끼고 있는데
명망있는 인터넷 사이트나 테코같은 데서 테니스 인연만들기 이벤트라도 열어
테니스 로망을 꽃피울 수 있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

갑자기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 내 시계바늘을 한 사십년 전으로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




  • andy 04.08 19:16
    저도 테니스 치면서 실력만큼이나 걱정되는게 피붑니다. ㅋㅋ
    양복에 흰 와이셔츠 입을때 괜히 조심스럽고 혹시 중요한 회의라도 있는 월요일이면 거울을 몇번이고 들여다 보게 되는데...
    해서 대회도 요즘은 토욜에 하는게 좋습니다. 일요일은 피부도 쉬어야죠 ^^

    어느덧 라이트 게임을 선호하고, 해가 가리는 아파트 코트를 부러워하고 있습니다~
  • 최혜랑 04.10 00:35
    앤디님
    피부를 일요일만 가꾸지 마시고 매일매일 일찍 자는(beauty sleep) 습관을!!
    그런데 앤디님은 햇볕에 노출되어도 발그레해질 뿐 좀체 그을지않고 다시 원상복구되는 착한 피부를 타고 나신 것같던데.....
    일요일 시합 잘하시고 파트너 분께도 안부 전해주셔요. 제가 원격응원 해드릴께요. 파이팅 파이팅 텔레파시 조율 중

    씨애틀의 이지안님
    부상이 장기화하면서 그동안 징징대는 글을 꽤 오래동안 써왔던 것 같습니다.
    우중충한 내용을 자주 반복한 것에 대해 참으로 죄송할 따름입니다.
    이제는 잠시 테니스 컨베이어 밸트에서 놓여나 있다 생각하면서 마음을 접으니 편해지더군요.
    그동안 꽃이 언제 피었는 지도 새가 왜 우는 줄도 모르고
    첫눈이 오는 걸 보니 한 해가 또 가나보다 탄식할 정도로 정신없이 공만 쫓으며 살았습니다.
    해서 바싹 말라 있던 감성이 바스라지기 일보직전이었고
    몸이 계속 버텨줬다면 먼지가 되어 공중으로 다 날아가버렸을 겁니다.

    오늘은 늦은 밤 산책하면서 보름 가까워 꽉 찬 달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또 사철나무 짙은 잎 사이로 가로등 불빛에 반짝이는 새로 돋아난 연두빛 여린 잎도 살짝 만져봤지요.

    신문 사회면에서 피의자나 피해자를 칭할 때 쓰이는 여인이란 말은 사용하는 사람이 없어서 다행인데
    여사는 어째 할머니를 에둘러 부르는 말같아....
    저희 코트에서는 남녀를 불문하고 절 혜랑언니로 부르고 있답니다.
  • 최혜랑 04.10 20:42
    이지안님의 답글을 읽으면서 제가 천방지축으로 까불다가 들켜버린 아이같아 얼굴이 달아올랐고
    남의 중한 병 앞에서 내 고뿔 자랑을 했나싶어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테니스로 해서 행복한 미소를 되찾으시며 주무셨다는 지안님과 남편의 병상을 지켰던 부인
    두 분 가정에 앞으로는 좋은 일 복된 일만 있었으면하고 빌겠습니다.
    그리고 보내주신 지안거울은 제가 혼자 감내하기 어려운 일 겪을 때마다 조심스레 꺼내 보도록 하지요.
    감사합니다.
  • 게임돌이 04.11 12:54
    아름답다는 것은
    추운 겨울을 이겨냈다는 것만으로도
    불리워지기에 충분하지요

    파릇한 새싹이 화려하지는 않아도
    우리에게 행복을 넘치게 안겨 주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삶이 아름답다는 것은 평범한 삶의 소중함과
    작은 것이라도 감사할 수 있는 감성이 있기 때문인듯 합니다.

    당신들의 모습이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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