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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칭적 관계

테니스에 관한 글을 줄창 쓰다보니 내 글을 꼼꼼이 읽어주시는 고마운 분들이 생겨났다.
약간의 또는 중증의 또라이기질로 해서 스스로 자초한 어려움으로 쩔쩔매는 걸 보시면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아 든든한 후원자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멀리 살면서도 코트 너머의 이야기를 도란도란 이어갈 수 있어 테니스 이웃이기도,
하지만 가끔 독자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 지 난감한 때도 있다.

나와 자주 공치는 같은 클럽 회원분들이나 과천이나 이웃에 사시는 분들은
비교적 오랫동안 날 알아왔고 친하고 허물없이 지냈기 때문에 이해도 하고 편한 면도 있지만
때로는 글 속에서 자신이 묘사된 부분이나 상황과 만나면
이상하리만치 과민반응을 보이기도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조심스러울 때도 있다.
가끔 노출증 환자를 의심할 정도의 사적인 얘기를 쓰고 나면 엎지른 물같아 후회도 되고
선을 분명히 그어야지하는 반성도 하게 된다.

초면인데 나를 알아보시면 조금은 우쭐한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아차싶은 불안감도 따른다.
스토킹을 당할만한 용모가 아니라 다행한 일이지만 그래도 아주 안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워낙 세월이 하수상한데다 선천적으로 무섬증이 많고 소심한 성격을 타고나서
괜한 걱정도 사서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더구나 요즘처럼 공도 못치는데 만나고자 과천에 오겠다면 더럭 겁부터 난다.
새우 까는 배로 잡아갈까봐서.

테니스를 내가 더 먼저 만났다든지/비록 나중에 만났지만 더 많이 사랑하고 있다든지
내 열정이 너의 그것보다 훨씬 크고 높다든지 하는 걸 재거나 떠벌리려는 건 아니었는데
어느새 감정에 들뜬 과장이 들어가 보이고,
테니스 사랑이 실은 운동중독증에 두른 얇은 외피는 아닌가하는 자각에 몸을 떨게되는데
이 부분을 늘 글쓸 때 경계하고 조심하려 하지만 마음처럼 잘 되진 않는다.

눈에 삼삼히 밟히는 보고픈 얼굴들이 가끔 사이트 둘러보고 내 안부를 챙겨가며 오히려 연락이 없다가
몇 주는 글을 안올려야 무슨 일이 있냐며 그제야 전화가 오니....
이를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여기기엔 내 편이 많이 억울하고 손해보고 있다는 느낌이다.

광팬이라 자처하는 분이
내가 식상할 정도로 징징댔던 부상이나 새로운 치료법에 대한 근황을 도통 모르고 있다거나
포스가 느껴져 며칠만에 4년치 죄다 읽었다는 분도 시들해졌는지 몇 년 쉬었다 다시 몰아서 읽을테니
부지런히 써놓으란다.
지금으로서는 한 치 앞이 안보이는데 앞으로 몇 년 후를 어찌 장담하겠는가?

회원 한분이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식당의 롱런 비결을 가르쳐 주셨다.
불황이라고 똑같은 음식에 가격만 내렸다가는 그나마 오던 손님도 맛 없어졌다면서 발 끊는다고.
또 손님들 입맛에 맞췄다가는 몇 달이 못가서 문닫아야 한다는데
짜다는 사람 말듣고 싱겁게 하면 손님 거반이 떨어져 나가고
너무 싱겁다는 사람, 맵다는 사람, 조미료 맛이 강하다 어떻다, 기름기가 많다/적다.....
등등 손님 개개인의 호불호에 포커스를 맞추다보면 그게 곧 망하는 지름길이라고 한다.

롱런하기 위해선 어쩌면 나도 이 분 충고를 받아들여
그냥 지금껏 써왔던 내 멋대로의 방식으로
짜다면 짜고 싱겁다면 싱거울 수 있는 글을 계속 써야할까보다.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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