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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인데?

나이, 학교, 직업, 키, 성격, 연봉, 취미, 부모, 수입, 스타일, 차량, 재산, 센스, 매너, 식성, 유머, 체력, 친구, 돈관리, 몸매, 스킬, 동네, 주량, 목소리, 복근, 형제.....
날씬하고 예쁘게 생긴 아가씨가 소개팅 받기에 앞서 남자측에 대한 질문사항을 펼쳐보이는 설정으로
이렇게 빈틈없는 당신이라면 당신을 닮아 글로벌한 정보수집력과 체계적인 투자분석을 해주는 펀드운용사를 만나야한다는 시중 모은행의 투자모집광고가 조간신문을 뒤적이던 내 눈길을 끌었다.
문제는 아코디언처럼 접혀있던 체크리스트를 펼쳐 든 그녀의 조건들이 위에 열거한 정도로 끝나지 않고 계속 된다는 사실이랑 그 금융상품이 예금자보호법에 의해 보호되지않고 이익이나 손실이 투자자에게 귀속된다는 잔글씨가 척 한번 광고를 봤을 때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광고를 곱씹고 뒤집어 읽자면 소개받을 여성에 대해 연예인처럼 얼굴 먹고 살 것도 아니면서 소개팅조건으로 상대의 외모를 최우선조건으로 내거는 것을 필두로 개별 조건들의 우선순위가 다소 뒤바뀌어 있다는 것이 양성 간에 차이점이라면 차이점일 테지만 남자들도 이 비슷한 조건들을 마음 속에 품고 있을 걸 생각하니
사반세기 전 별로 조건 따지지 않고 했던 우리 부부의 결혼이 피차에 억세게 운 좋은 일처럼 느껴졌다.

남편 승진 턱 쏘느라 술독에 빠져 살고 있다는 행복한 엄마가 오늘 밥을 샀다.
굶주림이 치명적이던 시절 언제 또 포식할 기회가 올까싶어 과식하게 만들었던 진화의 본능으로
다들 잔뜩 먹고 나서 후식 먹을 때 쯤 얘기가 내달 초에 있을 부부/혼복대회로 흘렀다.
남편이 회원으로 있는 엄마들은 부부회원의 경우 부부출전을 원칙으로 하고 대회참가를 원하는 남녀회원은 당일추첨이나 실력별 안배를 했던 전년도 대회요강을 올해엔 꼭 바꿔야 한다며 입을 모았다.
코치님, 저랑 누구랑 같은 편 먹게 해주세요!하고 한 엄마가 비음을 섞어가며 최강자로 통하는 젊은 아저씨를 선점하려하자 말도 안된다며 앞다투어 반대여론이 비등했고 새로운 인물이 거명되면서 또....
갑자기 예정에 없던 남자회원 인기투표가 실시되는 한편으로 몇몇 품행이 방정치 못한 남자회원들이 발가벗긴 채 도마 위에 올라 뭇매와 난도질을 당하는 신세가 되어버렸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런데 결혼 같으면 위에 열거한 굵직하고 자질구레한 조건들이 낱낱이 검토되고 깐깐하게 분석되겠지만
여자회원들이 혼복 파트너로 남자회원에게 바라는 조건이나 자질을 짚어보니 딱 두가지뿐인데
끝내(끊어)주는 실력과 잔소리 않고 부담주지 않아 마음 편한 사람이 그것이었다.
하긴 평생 데리고 살 것도 아니고 ㅋㅋ 2세 걱정 할 것도 아니니 ㅋㅋ 그 외에 뭘 더 바랄 것이 있을까마는!

역지사지로 남자선수가 여자파트너에게 바라는 것도 별거 아닐게다.
위나 아래 옆으로 공 빠지는 일 없이 자기 영역은 철저히 책임져주어 파트너로 신뢰감을 주는,
그리고 남성파트너가 상대여자선수에게 세게 밀어붙여 찬스를 만들어 놓으면
네트 앞에서 발리로 똑똑 따먹을 줄 아는 총명탕 먹은 여성회원이면.....

아! 평소 남자회원들 사이에서 못말리는 내 인기가 혼복파트너 정할 때면 싸하게 시선을 피하는 건 왜일까?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




  • 全 炫 仲 10.28 10:06
    [끝내(끊어)주는 실력과 잔소리 않고 부담주지 않아 마음 편한 사람]...이런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혜랑님의 마지막 멘트에서 아픔이...그래도 화이팅 하세요^^
  • 최혜랑 10.29 05:12
    재활용쓰레기 버리느라 신문지를 가지런히 하다보니 제가 위에서 언급한 광고가 짝으로 있는 광고였더군요.
    남자는 소개팅 받으라는 제안에 "예뻐요?"하고 딱 한가지만 묻는데 이렇게 허술한 당신에게는 더더구나 자기네처럼 꼼꼼하게 따져주는 펀드운용사가 꼭 필요하다는...ㅋㅋ

    이번 혼복대회는 개인사정으로 못나갈 것같다고 미리 알려 저희클럽 아저씨들 한숨 돌리게 해드려야지 했는데
    혹 대회불참을 하게하던 개인사정이 그때쯤 사라지면 번복하는 것도 번거롭고 해서 걍 잠자코 있기로...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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