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수비수의 기쁨과 비애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과천시에서는 매년 늦가을 부부대회라는 합법적 부부들만의 혼합복식대회가 있다.
내가 유일하게 참가하지 못하는 과천시에서 열리는 대회지만
매년 빠지지 않고 참석해서 내가 제일 부러워하는 부부테니스하는 사람들을 응원하는 대회이기도 하다.

관전해보니
원앙부인 A조에서는 남녀 모두 A조로 고른 실력과 팀웍 내지 금슬이 중요한 반면,
잉꼬부인 B조에서 우승하려면 남자는 A조지만 결국 여자가 얼마나 받혀주느냐가 관건이었다.

몇년전 부인의 실력은 당시 나랑 비까비까한 정도지만 남편은 아주 잘치시는 분인데
대회참가를 않고 응원만 왔기에 의아해서 왜 참가안했느냐고 물었더니
혼복경기에선 남자들의 지나친 승부욕 때문에 여자들이 타켓이 되어 집중포화를 당하기도 할 뿐 아니라
상대남자이 포칭하면서 후려치는 공에 부인들 얼굴, 몸 맞기 일수라
그런 지저분한 경기엔 절대 안나간다고 답했다.
하수인 나로서는 내게로만 몰아쳐대는 집중포화 상황을 경험을 통해 잘 알기에
그 사람의 아내사랑에 수긍이 갔다.
스티브 마틴 주연의 열두명의웬수들2에 테니스코트 장면이 나오는데
부부가 혼복하는데 남편들이 승부에 눈이 멀어 서로 자기부인 공을 다 빼앗아치다보니
한 부인은 베이스라인 근처에서 립스틱을 바르고
다른 한 부인은 남편한테 밀쳐져서 코트 밖으로 퉁겨져나가고.....
웃자고 만든 코미디영화지만 일말의 진실이 보였다.

이렇듯 공격적인 성향의 사람은 자기공 파트너공 안가리고 치다가 자주 공격에러를 내지만
네트근처에서 한방에 결정을 내는 여러샷을 실험하면서 나름의 코스와 무기와 여유를 만들어간다.

상대가 친 당연한 위닝샷을 되돌려보내 방심한 상대로 하여금 점수를 내주도록 할 때의
짜릿함은 결코 위닝샷만 못하지 않다.
하지만 수비적인 성향의 사람들은 에러는 적은 반면
끊임없이 넘기기만해서 상대를 성가시게 할 뿐
챤스볼 하나 끊지 못해서
파트너 조마조마 애간장을 태우게 만들거나
상대편으로 하여금 다음 공이 힘없이 뜨기만 해봐라 벼르면서 기다리게 하며
관전하는 사람 하품나고 기지개 켜게 한다.

계속 끊지 못하고 넘기기만 하다보면 가끔은 점수를 따겠지만
대개는 결국 에러나 찬스볼을 허용해 당하고 말 것이다.
'최고의 수비는 공격'이란 말도 여기에 해당한다.

자신의 스타일이란게 고착되는 걸까?
아님 인터넷에서 만나는 많은 동호인들의 의견처럼 끊임없이 다듬어지고 바뀌는 걸까?
이제부터라도 공격수들의 전광석화같은 그 순발력을 닮아보고싶다.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