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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가로스 복식 1회전에서 생각 난 정현과 한국 테니스

by tenniseye

▲ 프랑스오픈 복식 1회전 경기는 이사람들에게 무엇을 주었을까






프로 테니스 경기가 그저 선수들이 상금을 획득하고 승패를 가르며 기록을 남기는 것에 불과할까?


롤랑가로스에선 그렇지 않았다. 선수들과 관중이 감정을 교환하는 곳이었다. 보통 그랜드슬램 취재가면 단식 경기 취재하느라 복식은 볼 겨를이 없다. 특히 후다닥 끝나는 남자 복식은 별로 취재거리가 되지 않는다.  기자실에서 먼 코트에서 하고 그들만 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밤 8시 가방을  싸고 경기장을 빠져 나가 귀가하려다  다시 카메라 들고 나와 취재한 경기가 있다.  두 복식 경기중 하나는 정현을 올해 투어에서 이긴 프랑스 브느와 페르 경기 였고 하나는 관중이 하도 많아 무슨 일인가 하고 들어가 본 경우다. 그런데 25일 열린 프랑스오픈 복식 두 경기에서 하나는 관중들 환호가 터져 나왔고 하나는 관중들 야유로 경기가 끝난 대조적인 경우가 발생했다.


단식이 아닌 복식 경기인데도 매너 나쁜 선수에게 관중들은 어김없이 야유를 보냈다. 반면 코트에서 사력을 다한 선수에게는 박수와 환호, 그리고 기립해 선수들의 퇴장을 영예롭게 해줬다.


프랑스의 폴 앙리 매튜-브느와 페르는 25일 열린 남자 복식 1회전에서 3-6 0-6으로 끝냈다. 2세트에서 페르는 거의 자기에게 오는 볼을 흘려 보내기 일쑤였다. 관중들은 야유를 보냈고 선수는 조용히 하라고 입에 둘째 손가락을 댔다. 두 선수는 서로 작전도 안 쓰고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심지어 경기막판 라켓을 바닥에 내동댕이 친 페르에게 터진 야유는 엄청났다. 경기장 통로에서 담배를 피게 하는 자유스런 분위기가 롤랑가로스 분위기이고 테러를 빼고 사람들이 무엇을 하든 허용하는 프랑스 분위기지만 코트에서 선수를 대하는 눈과 보는 눈은 엄격했다.


페르는 경기장을 빠져 나가면서 어린이들의 사인 요청을 거절하고 그냥 자기 갈 길을 갔다. 코트에서 선수들의 성의 없는 행동은 관중을 우롱하는 처사로 야유를 보내는 것이 롤랑가로스 분위기다.


반면 롤랑가로스 경기장 한쪽 구석에 있는 17번 코트에선 밤 9시가 넘도록 선수들에게 환호를 보냈다.

남자 복식 1회전 경기 현장이었다. 프랑스의 줄리앙 베네토가 에두아르 로저 바슬랭과 짝을 맺어 이리 베슬리(체코)-알베르 라모스 비놀라스(스페인) 선수를 상대하고 있었다. 저녁 6시 반 넘어 시작된 경기는 밤 9시가 넘도록 끝날 줄 몰랐다. 관중들도 해 떨어진 쌀쌀한 날씨에 귀가할 생각은 않고 테니스 복식 경기의 재미와 자국 프랑스 선수의 응원에 열을 올렸다. 철 계단으로 만든 관중석 바닥을 발로 구르며 응원을 했다.

프랑스오픈 경기장에서 선수들에게 응원을 하는 유형은 간단하게 한두 가지로 요약된다. 한 사람이 "빠 바바 바밤바~"하면 그 소리를 들은 관중들은 "올레~"하며 화답했다. 경기가 박진감이 넘치고 승부처일때는 그 올레 소리가 경기장이 떠나가도록 울린다.

17번 구석 코트 밤 9시에서 나는 그 소리는 롤랑가로스를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했다. 티켓값이 최소 15만원부터 시작하는 필립 샤트리에 센터코트의 경기는 그 시각에 조용히 쓸쓸히 진행되는데 4만원 정도하는 그라운드 티켓으로 관전하는 관중들은 게임 재미에 폭 빠진 것이다.

관중들을 열광하게 한 선수는 프랑스의 줄리앙 베네토와 에두아르 로저 바슬랭. 첫 세트를 6대 0으로 이겨 베네토가 복식에 능한 실력을 과시했다. 그런데 2세트 상대 베슬리와 비놀라스의 반격이 만만찮았다. 반전에 이어 역전패 분위기였다. 2세트 첫게임부터 내준 프랑스선수들은 복식경기에서 서비스 게임을 뺏기면 세트를 내준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베슬리가 파워풀한 포핸드 스트로크를 베네토의 파트너 바슬랭에게 집중적으로 몰아붙이면서 전세는 순식간에 베슬리-비놀라스 조에게 돌아갔다.
3세트도 여세가 이어졌고 베네토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파트너 바슬랭이 자신에게 온 찬스 볼을 아웃 시키거나 네트에 걸리기 일쑤였다.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3세트 1-1 상황에서 프랑스복식조는 다시 서비스게임을 잃었다. 이때 졌다는 표정이 관중석 일부에서 나오고 잠실야구장 경기 뒤 처럼 지하철 만원을 피하려고 자리를 뜨는 관중도 생겨났다. 1-2가 되자 베네토가 안간힘을 썼다. 파트너에게 온 공까지 달려가 치느라 자기 자리 구멍이 생기고 실수가 나왔다. 복식에서 에이스가 바이스를 달고 하는 중에 경기가 안풀리면 에이스는 힘이 두배 이상 들기 마련이다.

베네토는 파트너 공 마저 빼앗아 치더니 리턴 때 정말 위험한 시도를 했다. 상대 허를 찌르는 백핸드 다운더 라인을 간간이 터뜨리면서 승부를 이어갔다.

3세트 4대5. 해는 저물고 상대의 서브는 빛을 발했다. 키 큰 남자 네명이 겅중겅중 뛰어 다니니 코트는 작아보였다. 30-30에서 베네토는 다시 모험을 걸었다. 베네토는 듀스코트에 있다가 어느새 애드 코트로 와서 다운더라인을 넣었다. 상대가 오른손잡이인데도 가운데를 지키느라 볼을 놓쳤다. 베이스라인과 사이드라인 구석에 떨어진 볼은 순식간에 30-30에서 30-40로 따라갔고 브레이크 기회가 되었다. 세트 스코어 1대1, 게임스코어 5대5가 되면서 17번 코트는 애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흥분의 도가니였다.
단식도 아닌 복식 경기에 선수들은 이기려 안간힘을 쓰고 관중들은 노란 색이 아니었으면 보이지도 않았을 테니스볼을 쫓아 다니며 즐거워했다. 올레 소리는 수시로 터져 나오고 철계단 발구르는 소리는 멀리서 들으면 천둥 치는 소리로 여기게 만들었다.


▲ 승리의 포옹


승부는 타이브레이크에 돌입했다. 프랑스 선수들은 다시 1대2로 뒤진 가운데 묘기가 연출됐다. 베네토와 베슬랭의 호흡이 척척맞고 네트 플레이에 실수가 많았고 스매싱에 실점을 하던 베슬랭이 허리가 꺾이도록 숙이며 볼을 상대 코트에 꽂았다. 갑작스런 상대 바이스의 기세에 눌린 베슬리-비놀라스 연합군은 자신의 서브 2개를 연속으로 놓치면서 2대5를 허용했다. 직전 2대 4에서 스페인-체크 선수가 심판과 언쟁을 했다. 지금 밤 9시가 넘었다. 일몰로 내일 승부를 가리자는 것. 하지만 심판은 아직 볼이 보이니 경기를 마무리하라고 했다. 이들의 요구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3세트 타이브레이크 5대 2에서 베슬랭의 서브권 2개로 승부를 냈다. 관중들은 일제히 일어나 환호성을 질렀고 선수들의 이름을 연호했다. 방송 카메라와 조명이 들어오면서 프랑스 '영웅'들 인터뷰를 했다. 복식 1회전인데도 그들끼리 경기하게 내두지 않고 만원 관중으로 채워졌고 방송까지 와서 승리의 소감을 전했다.

관중들은 승리한 베네토와 바슬랭이 인터뷰가 끝나기를 기다리며 사인 받으려고 서 있었다. 100여명에 가까운 사인 대열을 베네토와 바슬랭은 지나치지 않고 사인을 해주고 스마트폰으로 같이 사진 찍기를 밤 10시 가까이 했다.
경기장을 나와 선수대기실로 가는 바슬랭을 쫓아갈 수 있을 때까지 쫓아간 관중 몇몇은 관객 출입 한계선에서 선수의 사인을 받았다. 선수 대기실로 들어가는 바슬랭의 발걸음은 가벼웠고 환한 얼굴 표정은 라이트없는 롤랑가로스를 밝혔다. 테니스가 이런거구, 선수들의 경기는 관중들에게 평생 잊지 못하는 것을 선사하는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했다.
관중이나 선수는 롤랑가로스 17번 코트를 기억할 것이고 응원을 같이 한 사람끼리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었다. 흔히 멋진 경기를 보고 나면 다음날 화제가 "당신 그 경기 봤어?"이고 못 봤으면 리얼하게 설명해주고 봤으면 대목 대목을 쪼개면서 서로의 느낌과 생각을 나눈다.
프랑스사람들은 100년 넘게 그랜드슬램을 열고 있고 선수를 국가와 클럽에서 키워 경기장에 내보내고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게 한다.



우리 이야기로 돌아와서 결론을 낸다.

테니스 관계 기관들은 국민들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하나로 통합해 좋은 청사진을 세우고 백년대계의 테니스 발전 구도를 가져가야 한다. 국제무대에 활약하게 육성팀을 만들고 세계적인 코칭스태프를 붙여서 서브와 포핸드를 세계에 통할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세계 무대에 뛰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일본처럼 선수들 보러 관광단이 그랜드슬램을 쫓아 다닌다. 미디어는 그 선수들의 해외 활약 소식을 전하느라 정신이 없다. 이렇게 성장하고 활약한 스타들은 업계의 관심을 받고 광고 출연 등으로 고소득자가 된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테니스가 보는 스포츠가 아니고 하는 스포츠가 되었다.

국제대회 하면 동네에서 게임하는 것이 낫지 뭘 보러 가냐며 정신 나간 사람으로 여기는 풍토다.
최근 열린 서울오픈 준결승과 결승전의 관중을 손으로 셀 정도로 적었다. 같은 날 열린 서울시연합회장 취임식에 예약된 자리가 모자랄 정도로 인산인해였다. 서울오픈 준결승전 관중숫자보다 더 많았다.

물론 '집토끼'인 우리나라 선수가 결승에 올라가면 관중이 좀 더 많다. 그래서 협회는 선수를 키워야 한다. 그것도 제대로 키워야 한다. 정현의 프랑스오픈 1회전 경기가 국내에 중계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테니스를 접했다. 지는 경기, 무기 없는 경기, 포핸드에서의 실수 경기가 보여지면서 "우리나라 테니스는 안돼" "실망했다"는 이야기가 아직도 기자에게 전해진다. 그렇다고 국내 유일 투어선수 정현 마저 사라지면 우리에게 무슨 득이 있나. 도와야 한다. 세계적인 수준으로 만들어야 한다. 협회가 나서고 동호인이 거들고 해서 하나를 오롯이 세워야 한다. 그러면 둘이 서고 셋이 세계 무대에 서고 경기장마다 태극기와 국가 이름 코리아가 걸린다. 그것은 테니스 세계에선 국가의 품격을 이야기 해준다.


현재 테니스는 통합의 시대를 맞았다.
전문체육테니스와 생활체육테니스가 통합되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직전이다.
그러려면 국제무대 활약한 선수 육성 청사진과 그에 따른 구체적인 계획이 급선무다. 그리고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대회를 가져와야 한다. 어린이로컬대회-주니어 연령별 로컬대회-퓨처스-챌린저-투어로 체계화하고 코리아오픈을 다시 되찾아야 한다. 남자 투어대회와 여자 투어대회를 장기지속형으로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각 시도 선수 선발을 해서 주니어 육성팀, 국제대회 대표팀을 구성해 세계로 내보내야 한다.
국내테니스대회에서 맨날 우승해봐야 전국단위 중앙일간지에 기사한줄 나오지 않지만 해외에서 열리는국제테니스대회에서 우승하면 동네 작은 대회라 할지라도 기사가 나온다. 남자골프가 그렇다. 여자골프와 달리 스폰서 없어 국내대회가 극소수인 남자 골프의 경우 선수들이 해외로 나가 우승하면 월요일 아침마다 국민들 밥상에 내놓는다. 매주 월요일 조간 신문 스포츠면 한 면은 해외에서 성적 올리는 골프선수의 이야기로 채워진다.

테니스도 선수들이 십 수명 있으면 매주 월요일 아침 신문 스포츠면 하나는 테니스 차지가 된다.
그런 날이 오려면 동호인 랭킹대회가 하나로 통합하고 주니어 발전 기금 펀드를 만들어 국제용 선수를 육성하고 통합테니스협회는 10년 안에 그랜드슬램 우승하는 선수 배출을 목표로 하고 2020년 도쿄올림픽 금메달 리스트 만들고 데이비스컵 월드그룹에서 우승하는 꿈을 꿔야 한다. 1920년대 일본 데이비스컵 대표팀은 준우승했다고 배타고 태평양 건너오다 할복 투신 자살한 선수가 있다고 한다. 테니스는 서양 종목이라며 정구를 만들어 낸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그것을 딛고 니시코리 등 일본 테니스 선수들을 그랜드슬램에 뛰게 해 세계 1위를 꿈꾸는 나라가 일본이다.

우리가 일본보다 프랑스보다 못할 것 없는 문화민족이고 반만년의 역사를 가진 민족이다. 인구 5천만, 작은 국토를 가진, 그것도 반으로 쪼개진 땅에서 세계를 호령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다. 테니스도 제발 세계를 호령했으면 하는 생각이 롤랑가로스 복식 경기를 보면서 들었다.


정현 선수도 슬럼프니 뭐니 따질 겨를이 없다. 슬럼프가 있으면 고된 연습으로 극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수년전 수원의 한 90대 할아버지 임영석 수원테니스협회 고문의 정성을 생각하면 말이다.
그 분은 정현이 윔블던 주니어대회에서 준우승하자 후원에 나선 분이다. 수원에서 이런 인물이 나온 것은 큰 영광이라 생각하고 정현이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해야 한다며 수원지역 뜻있는 인사에게 모금을 했다. 결과는 신통찮았다. 그래서 자신이 한 말도 있고 해서 5년간 “고기 사먹이라”며 부모에게 마음속으로 정해놓은 금액을 봉투에 넣어 전했다. 그저 스포츠가 좋아서 테니스가 좋아서, 수원에서 인물이 나와서 좀 거들었을 뿐이라고 했다.

지난 5월 4일 춘천소양강배 어르신대회(대회장 한광호)에서 뵈니 지금도 정현이 잘 되기만을 기다리고 계신다. 그분이 소천하시기 전에 정현이 투어에서 우승하고 그랜드슬램에서 우승할 수 있을까. 프로 선수들 사전에 슬럼프는 없다고 본다.  특히 수원 90대 할아버지 임영석 고문의 마음과 정성을 생각하면 라켓 꽉 잡고 눈 부릅뜨고 볼 잡아먹을 듯이 경기에 임하고 왜 테니스를 하는 지를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 농구선수 출신인 임 영석 한국시니어테니스연맹 고문은 수원 스포츠는 물론 테니스 발전에 오랫동안 기여를 했다. 기자가  사진 잘 나오게 눈좀 크게 뜨시라 했더니 "더 이상 크게 안떠진다"면서 "눈 감을 날이 얼마 안남었어" 하셨다. 작은 흑백사진은 한국사회에서 한창 일하던 시기에 임고문의 모습


기사=파리 박원식 기자

테니스 피플  http://www.tennispeopl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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