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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슨에 관하여

평생 잘 잠을 십대에 다 자버렸는지 요즘은 자주 불면의 밤을 보낸다.
그 때 그 잠꾸러기가 새벽에 별보며 단과반 한 달 다녔던 일을 떠올릴 때마다
목표를 위해 의지적으로 뭔가를 열심히 했다는 기억으로 뿌듯하지만
과외는 고3때 받아보았는데
효과가 있었다거나 그 덕에 대학들어갔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공부는 혼자하는 거라고 아들에게 침을 튀겨 보지만
이미 학원과 과외의존증이 심하고
또 최근엔 인강(인테넷강의) 크게 틀어놓고 온집안에 나 공부합네하는 아들에게
난 입시판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아줌마로 보일 것이다.

내가 주야장천으로 받고 있는 테니스레슨도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기대나 즐거움보다는
아들의 과외처럼 일종의 의존이나 중독으로
남들도 받는데 나만 안하면 뒤쳐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의 발로인지 모르겠다.

더구나 아픈데도 레슨을 못 그만두고 있는 사정을 돌아보니
레슨 없는 요일이나 비로 인해 레슨 못한다는 문자 받는 아침에는
일어나는 일이나, 비가 개어도 라켓 챙겨서 집을 나서는 일에
마냥 늦장이나 게으름을 부리는데
이 때문에 레슨은 테니스와 나를 연결시켜주는 탯줄이라고 믿게 되었고
이제는 몇 년 굳어 견고한 습관이 되어있지싶다.

내게 레슨은 레슨비라는 경제적 보상을 통해
욕심은 많고 요구가 까다롭지만 하나를 가르치면 둘은 까먹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당(뻔뻔)하고 때론 변덕스러움에 대한 양해를 얻고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시간에 일정시간 코치님을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특권적 지위를 확보하는 일이거나
아님 그저 괜한 오기일 수도 있겠다.

레슨에 대한 생각에서 남녀 차가 큰 것 같다.
20분 규칙적으로 땀 빼고자 몇 년씩 새벽레슨을 받고 출근하는 남자분도 봤지만
대부분 남자들은 웬만큼 치면 레슨은 생각도 않고,
공 욕심이 있어 레슨을 받는 분도 몇 달 받았다가는 다시 받는 한이 있어도 일단 그만 둔다.
어떤 아저씨는 3개월 후에 이민간다면서 레슨을 시작해서
딱 석달만에 스트로크, 발리, 스매시 다 배웠고 석달 배운 걸로 그후 몇 십 년 먹고 살고 있다면서
여자들 마냥 레슨 받는 것에 혀를 찬다.

남편이 공 안치는 여자의 경우 또 운동신경이 없다고 자평하는 경우
더러운 이 테니스 바닥에서 뒤처지지 않고 꿀리지 않으려는 안간힘으로
레슨을 계속하는 경향이 심하다.

레슨은 가까운 동네에서 꾸준히 받는 게 좋다고 하지만
의사와 환자도 궁합이 맞아야 하듯 레슨자와 코치도 .....

시합 다니고 공 욕심이 생기면 점점 귀가 얇아져
누가 잘 가르친다는 소문에 이리 쏠리고 저리 몰리며
실력 안늘거나 슬럼프에 빠지는 이유가 죄다 코치님 탓인지 걸핏하면 코치를 바꾸기도 한다.

심지어 유명한 코치님한테 레슨 받으러
일주일에 두 번씩 상경해서 원정레슨받는다는 얘기도 들었다.

동호인들의 공통된 문제점이 무엇인지
또 자신이 자주하는 에러의 원인은 무엇인지를 진단해서
이를 마음에 담아 반성하고 고치려는 의지를 갖고 실력향상을 꾀해야
타성에 젖은 레슨을 지양할 수 있을텐데 ....

내게 공이 잘 맞았을 때의 감을 기억하고 그때의 스윙과 자세 등을 생각해서
매번 그렇게 치려고 애쓰라면서 레슨무용론을 편 분이 있었는데
레슨일기가 해답일 것같아 써보려고 마음만 먹고 미루다
레슨일지를 몇 일 써보았는데 딱 몇 번 쓰고나니 반복일 뿐이라 그만두었다.

나의 단명한 레슨일지는 경구같은 말이 짤막하게 쓰여있는데

스트로크 시 테이크백 빨리할 것
발리는 테이크백 없다시피 바로 빼들어(뒷스윙은 짧게)
앞스윙의 장단으로 보내는 위치, 면으로 방향설정해줄 것,
체중이동, 오른발 놓는 위치며 방향 점검, 끌고 나가주는 느낌으로 ,
백핸드도 포핸드처럼 오픈/스퀘어 스탠스  병행하고
몸을 비틀었다 풀어주는 느낌으로 파워 생성,
발리할 때 주먹이 아닌 해드엣지가 먼저 나오도록하며
손목고정이유는 라켓 해드가 흔들리지 않아야 일정하게 면을 만들어줄 수 있기 때문
낮은 공에 라켓 해드만 떨구기 보다 무릎을 많이 굽히면서 쳐주고
한 shot 한 shot 자신있게
앞에서 맞춘다는 느낌
no-error를 위한 노력, 집중력 발휘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mental! mental! mental!

.......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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