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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토요일에는 오락가락하는 얄궂은 날씨 속에서 맞이한 정모날이라,
간만에 찾은 레스피아에서 즐거운 땀을 흘렸습니다.
해질 무렵 가까이 되어 거의 마지막 경기가 진행되는 것을 지켜 보다가,
정겨운 분들과 따끈한 저녁식사를 함께 하고 싶은 미련을 접고서 자리를 떴습니다.
집에 있는 여성들이 서운해 할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밤새워 진행될 경기들을
지켜 보기 위한 충전 목적이 마음 한 켠에 자리잡고 있었던 듯합니다.
새벽부터 아침 나절까지 진행된 남자 4강전 2경기를 거의 흘리지 않고 지켜보고 나니,
일요일에는 비몽사몽간에 식구들과 왔다갔다 하며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멍하게 보낸 것 같은 시간의 기억 밖에는 남지 않았다고나 할까요?

페더러와 죠코비치의 4강전 중계를 보면서 간헐적으로 느꼈던 긴장감과 순간적인 전율,
Match가 끝나고 나서 남아 있는 안타까움과 아쉬움 등을 몇 마디 글로써 남겨 놓으려 합니다.
테코 홈피에 신태진 코치님이 올려 놓으신 관전평에 저도 상당 부분 공감을 하였습니다.
페더러의 첫서브가 잘 들어가지 않고 에러가 많았던 것도 있지만 죠코의 파이팅과 파워가
결승 진출자로 손색이 없을 수준이었기에, 그를 칭찬하고 좋은 경기를 본 것으로 만족해야 하겠지요..

20여 년 대학 시절에 저는 바둑에 한창 빠져 있었고, 뒤늦게 접하게 된 테니스를 오륙 년 동안
해 오면서 그에 못지 않은 매력을 깨닫고 20대에 했던 것처럼 많은 열정을 쏟고 있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테니스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 가면서 항상 느껴 온 것이 테니스가 바둑과 무척이나 많은 점에서
일맥상통한다는 것이고, 두 가지를 함께 즐기는 것이 행복한 인생에 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입니다.

둘의 공통점이라면, 첫째로는 고도의 멘탈을 요구하는 지적인 스포츠라는 것입니다.
둘째, 동서양의 발전 무대는 틀리지만 수백 년의 역사를 통해 발전에 온 게임으로서,
초보적인 아마추어 수준부터 신의 영역에 가까운 프로 세계가 구분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셋째는, 큰 욕심을 부리지만 않으면 나이나 성별 등의 구분 없이 누구나 평생토록 즐길 수 있는 좋은 취미라고나 할까요?
반면에 가장 큰 차이점은 테니스를 즐기기 위해서는 순간적인 속도나 육체적인 힘을 어느 정도 필요로 한다는 것이고,
바둑은 생각하는 회로만 돌아 간다면 앞을 보지 않고서도 경기를 할 수 있다는 점인 듯합니다.
그 외에도 공통점과 차이점, 각각이 가지는 장단점도 있겠지만 나중에 기회가 되면 천천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올해 프랑스오픈, 윔블던 무렵부터 다소 성급하다 싶을 정도로 페더러의 은퇴 이야기가 조금씩 나오고 있는 듯합니다.
이번 USO를 끝내면서는 정말로 은퇴를 고려해야 하냐는 고민이 페더러 자신에게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오랜 기간 동안 神의 영역에 있었던 그가 단지 人間의 영역으로 내려왔을 뿐이라고 마음을 고쳐 먹는다면,
그럴 사랑하는 팬들은 그의 체력이 남아 있는 한 언제까지라도 그가 코트에서 뛰는 모습을 볼 수 있겠지요..
아주 유사한 패턴으로 바둑계의 이창호 사범님이 그런 경험을 몇 년 동안 하고 있었는데,
올가을 다소 늦은 듯한 결혼을 앞두고서 그런지 올해는 이전의 페이스를 상당 부분 되찾은 듯함을 발견합니다.
올 연말 런던의 Final 대회나 내년초의 호주 오픈 시즌을 지켜 보면은, 그의 선택이 어떠할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테니스를 알고 나서 최근의 4~5년 동안 진행된 페더러와 나달의 라이벌과 대결 구도, 그에 도전하는 죠코나 머뤼,
다비덴코와 델뽀뜨로 등등의 역학 관계를 살펴 보면서 21세기 프로 바둑계의 세력 판도와 흡사한 점을 많이 느껴 왔습니다.
기간의 차이는 있지만 황제나 신의 영역에 있던 선수는 페더러와 이창호,
그를 직접 위협하면서 현재의 1인자 자리를 꿰차고 있는 이는 나달과 이세돌.
다만 황제의 자리를 바꾸는 대관식에 갈음하는 정면 승부를 갖지 못하고 정상의 자리가 바뀌어 있기에,
팬들은 두 사람의 승부에 대해 아직 속단하기 힘들고 언제라도 리턴 매치를 갖기를 기대한다는 것.

이달 초에 시작된 물가정보배 대회 결승 3번승부, 바둑을 알 만한 사람들은 두 천재 기사들의 대결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1국에서 간발의 차이로 이세돌이 이겼는데, 낼모레 진행될 2국을 이창호 국수가 이겨 set-all이 된다면 막판이 더욱
흥미롭겠지요.. 물론 국내 대회로서 그다지 크지 않은 승부이지만 두 사람의 대결은 항상 흥행을 가져 옵니다.
바램이 있다면 두 기사가 좀 더 쇠락하기 전에 머지 않아 응씨배나 삼성배, LG배 같은
최고 수준의 세계대회에서 결승 5번승부를 지켜 볼 수 있는 행복과 광영이라고나 할까요?

뉴욕에 비가 오지 않았다면 지금쯤 결승이 진행되고 있을 텐데, 어제 비가 내리지 않았다면
지금 쯤이면 슬슬 아침 운동을 나갈 준비를 하고 있을 시간인데, 둘 다 진행되지 않게 되는 바람에
아침 시간이 두어 시간 남게 되어서 행복한 감흥으로 키보드를 두드려 보았습니다.
마이클 님, 최프로 님 등을 뵌 지도 몇 달 된 듯한데, 추석 명절 보내고 나면 즐거운 자리를 한 번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다가오는 천고마비의 가을에 전테교와 함께하는 모든 분들이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기원 드립니다…^^



   

 Comment '5'
  • Korean_Nadal 09.13 07:08
    흥미있는 비교입니다.
    근데 저는 왜 이창호도 이창호지만 조훈현이 최고의 바둑고수로 느껴지죠?

    이창호=페데러 라고 본다면 조훈현= ?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네요..

    조코비치는 타이틀이 없어서였지
    그랜드슬램 준결에서 페데러를 꺾은건 조코비치가 유일합니다.
    (참고: 나달은 결승에서 페데러 꺽은 유일한 선수 - 델포트로 이전)
    ( 8강에서 이긴 소덜링.버디치는 사실 올해 들어서..)
  • 全 炫 仲 09.13 07:35
    페더러가 어제 경기 후 인터뷰에서....

    "졌지만 좋은 경기를 했기 때문에 내일 결승에 나가도 괜찮은 실력이라고 생각한다"며 "패배가 아쉽지만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계기로 삼아 다시 메이저대회 결승에 서겠다"고....(연합뉴스 기사중)

    당분간은 은퇴발표는 없을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오윤상 09.13 08:19
    2005 French Open 준결에서 나달이 페더러를 이긴 적이 있고 2005 호주오픈 준결에서 사핀이 페더러를 이겼죠. 조코비치는 2008 호주오픈 준결에 이어 이번에도 이겼네요.
  • 김진웅 09.13 08:42
    그래도 아직은 페더러의 기술과 관록을 따를자가 없지요, 다만 체력이나 운이 조금더 따를뿐이지요! 거의 완벽하게 4강까지 올라오잖아요... 다만 세월이 그를 이기겠지요...
  • 비낸승 09.13 10:06
    조훈현 국수를 굳이 비교하자면, Pete Sampras 정도가 아닐까요?

    조 국수님도 샘프라스의 그랜드슬램 기록(물론 Federer에 의해 깨졌지만..) 등에 필적할 만한
    무수한 기록들을 갖고 있었는데, 상당수가 직계 제자인 이창호 사범에 의해 갱신되었습니다.
    이창호-이세돌, 페더러-나달의 세대 교체와 확연한 차이점은 조훈현 국수는 내제자로
    직접 키워 왔던 이창호 사범에 의한 정상 도전에 의해 철저하게 극복되었다는 것이고,
    어쩌면 그러한 호랑이 후계자를 직접 키운 것이 조 국수의 가장 큰 업적이 아닐런지요...^^

    @ 당분간 페더러의 은퇴 의사가 없다는 것이, 그의 경기를 계속해서 보고 싶은 팬으로서는 많이 다행스럽습니다.
    요즘의 이창호 사범님을 보면은 슬럼프를 넘어 선 이후로 더욱 더 경지에 오른 듯하여,
    이후에 기회가 있으면 언제든 이세돌 선수를 제치고 다시 정상에 설 수도 있어 보입니다.

    가끔씩 애매한 신예 선수들에게 어이 없이 지기도 하는 인간적(?)인 모습이 요즘의 페더러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한데, 다만 바둑과 테니스의 확연한 차이점이라면 체력과 신체적 기술의 비중이
    원체 큰 테니스에서는 한번 기울어진 선수가 정상급으로 리턴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반면에,
    바둑은 40~50대라도 기회를 잡으면 정상에 설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남아 있다는 것이 아닌가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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