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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슬래머 - 모린 코놀리(여)

모린 코놀리(여)



<연재-테니스의 전설들>은 역경속에 전설적 기록을 남기며 후세의 테니스인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는 인물들을 시대별로 고찰, 테니스 애호가들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전설적 테니스 선수들 가운데는 은퇴 후 사업 등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테니스 관련 직종에 몸담고 있지요. 존 메켄로(John McEnroe)나 빌리 진 킹(Billy Jean King)처럼 각각 남녀테니스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사람들, 매츠 빌란더(Matz Wilander)처럼 유명 선수들의 개인코치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돈 벗지(Don Budge)처럼 불의의 사고로 숨진 사람들도 있습니다. 1940년대는 2차세계대전의 여파로 테니스 경기가 위축되었고 50년대에 비로소 활기를 찾았을 때 남자선수 돈 벗지에 이어 여자선수로는 최초로 한 해에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이가 있었습니다. 그녀가 바로 35세의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어 팬들을 안타깝게 했던 모린 코놀리입니다.

모린 코놀리(Maureen Conolly. 1934-1969).
2차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1946-1950년에 눈에 띄게 활약했던 여자선수는 미국의 마거릿 듀퐁(M. O. duPont)이었다. 5년간 한해도 거르지않고 최소 한 개씩의 메이저 타이틀을 따내어 이름을 떨쳤던 듀퐁이었지만 유독 호주오픈에만 참가하지 않아서 여성의 첫 그랜드슬램 자리에 오르지 못했던 인물이다. 당시까지 미국인이나 유럽선수들로서는 태평양을 가로질러 참가해야하는 머나먼 여정이었기 때문에 호주참가가 쉽지 않았고 호주가 외국 선수들에게 문호를 개방하는데 인색했던 어려움도 있었다. 듀퐁은 1947-50까지 랭킹 1위였지만 50년대 혜성같이 등장한 모린 코놀리에게 결국 1인자의 자리를 내주게 된다.

코놀리는 1934년 9월 1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애고(San Diego)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테니스에 재능을 보였던 그녀였지만 너무도 갸날픈 몸매 때문에 테니스 선수로 대성하리라고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1949년, 1950년 2년 연속 미국 주니어 타이틀을 획득하자 미국 테니스계는 16세의 그녀를 주목하기 시작한다. 한국에서는 한국전쟁이 한창이었던 1951년 US오픈. 동화 속에나 나올법한 빨강머리 소녀, 청순하고 귀여운 이미지의 17세 소녀가 결승에 올랐다. 상대는 이미 같은해 프랑스오픈에 우승했던 시어리 프라이(Shirly Fry)였다. 2세트까지 1대1(6:3, 1:6)로 맞섰고 마지막 3세트에서 그 작은 체구의 코놀리는 베이스라인 끝에서 엄청난 괴력을 발휘, 상대를 압도한 끝에 6:4로 경기를 끝내며 생애 처음 메이저 타이틀을 안게 된 것이다. 특히 2세트의 1:6은 그녀가 이후 거둔 메이저 대회 50전 50승 가운데 유일한 세트패가 된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모린 코놀리를 가리켜 리틀 모(little Mo)라고 불렀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혁혁한 전과를 올렸던 미국의 전투함 미주리호를 당시 빅 모(Big Mo)라고 불렀기 때문에 ‘리틀 모’는 작으면서도 강한 힘을 가진 그녀를 상징하는 애칭이 되었던 것이다.

첫 메이저 타이틀을 획득한 이후 그녀의 적수는 거의 없었다. 이듬해인 52년 윔블던과 US오픈을 연달아 석권하고 대망의 53년에는 한 해동안 4대 메이저 타이틀을 모조리 휩쓸며 여성으로선 세계 처음으로 “그랜드슬램”의 칭호가 부여된 것이다. 그녀는 다음 해인 54년에도 프랑스오픈과 윔블던을 연달아 제패하여 9개의 메이저 타이틀을 소유하게 된다.

그녀가 따낸 메이저 타이틀 9개는 양적으로만 따지자면 후에 이름을 날린 마거릿 스미스 코트(Margaret Smith Court)나 나브라틸로바(Navratilova), 슈테피 그라프(Steffi Graf)에는 훨씬 못미친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그녀의 성과가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는지 알 수 있다. 우선 그녀는 자신이 치른 9번의 메이저대회 결승에서 한번도 패한적이 없다. 그러니까 준우승의 기록이 없는 결승불패였다는 말이다. 또한 메이저 대회에서 가진 단식 총 50경기 중 단 한 세트 만을 잃었을 뿐이다.(51년 결승) 이뿐 아니라 메이저 타이틀 9개는 모두 연속제패에 의한 것으로서(윔블던 3연속, US오픈 3연속, 프랑스오픈 2연속, 호주오픈 1회) 이는 1951년에서 54년까지 4년동안에만 이루어낸 결과였다. 당시에 어느 유능한 테니스 선수가 나타나면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모린 코놀리를 이겨봤느냐고 먼저 물어 그사람의 실력을 평가했다는 후문도 있다.

이렇듯 훌륭한 성적을 낸 그녀에게 암운이 닥친 것은 1954년 그녀의 마지막 메이저 타이틀인 윔블던이 끝난 지 얼마 안된 후였다. 이때는 이미 전성기로서 그녀의 연승가도가 계속되는 때였고 나이도 20세에 불과했기 때문에 앞으로 얼마나 더 메이저 타이틀을 사냥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졌던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뜻밖의 사고를 당하게 된다. 승마 중 반대편에서 오던 트럭에 치여 피할 틈도 없이 그 자리에서 낙마, 한쪽 다리가 불구가 되면서 그녀의 테니스 인생은 막을 내린다. 몇 년후 그녀는 건강을 어느정도 회복하여 결혼까지 할 수 있었고 자라나는 주니어들을 지도하며 살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번엔 사고가 아니라 불치의 병인 암에 걸려 그녀 나이 겨우 35세인 1969년 끝내 세상을 떠나고 만다.
그녀가 투병생활을 하고 있었던 1968년, 테니스인들은 그녀의 위대한 업적을 기려 명예의 전당에 그녀의 이름을 올렸으며 후에 그녀의 이름을 딴 대회인 모린 코놀리 브링커컵(Maureen Conolly Brinker Cup)을 개최, 이 대회는 미국과 영국의 주니어 국가대항전으로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필자 후기>
1. “테니스의 전설들”에 등장하는 각종 기록들은 단식을 기준으로 하고 있으며 복식의 경우는 따로 복식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물선택의 선정 기준은 주로 4대 메이저 대회의 성적과 지명도 등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2. 좀 늦은 감이 있지만 답글을 주신분들게 감사드립니다. 1편에서 글을 남겨주신 정준영님, 기림님, 김형준님, 조용석님, 서?님, 김동훈님, 류문현님과 2편에서 글을 남겨주신 서원교님, 곽인휴님 그리고 <마스터스컵 인물연구> 최종회에서 글을 남겨주신 양승찬님과 메일을 보내주신 분들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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