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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자리

오늘 호주오픈시상식 뒷자리에 선 노땅들은 테니스역사에 길이 남는,
전설이라 불리는 사람들이지만
그들 앞에 선 훨씬 젊고 아직 땀에 젖어있는 우승자와 준우승자 역시
이미 그들과 같은 반열에 든 것같아보였다.

페더러가 압도했던 테니스계에서 GOAT에 대한 논쟁이 있었을 때 웬 염소했다.
Open era 전과 후를 나누긴 하지만
과연 페더러가 GOAT (Greatest of All Time)일지
테니스 역사의 큰 획을 긋는 업적을 이룰 지에 관심이 모아졌는데
메시아를 기다리던 이스라엘 사람들이 예수를 놓고 그 분이냐 아니냐로
옥신각신하는 것처럼 느껴졌었다.

그렇다면 테니스 역사를 새로 쓸 정도의 위업은 무엇일까?
그랜드슬램에서 몇번이나 우승했는지를 놓고?
캘린더 그랜드슬램 아니면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는지 여부?

테니스야말로 상대적인 운동이고
어느 시대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출중한 선수가 있었을 것이고
그가 누구든간에 활약하던 시기가 각각 다를 텐데
그리고 그와 함께 경쟁하던 선수군이 다름을 인정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all time number one이란 타이틀을 새로 만들어 누군가를 GOAT라 부르고 싶어한다.

페더러 시대의 초기에는
그의 독주의 배경이 다른 시대에 비해 경쟁할 만한 선수군이 미미하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역사에 가정법은 존재하지 않지만
나달로 해서 번번히 좌절되었던 롤랑 가로에서의 우승을 역으로
나달만 없었으면하고 바꾸어 생각하면
페더러는 이미 캘린더 그랜드슬램을 이년이고 삼년이고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달이 없었다면 대회마다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면서
테니스 역사의 거의 모든 기록들을 차례로 깨버렸을 페더러가
지금처럼 겸손하고 나이스한 인간으로 남았을까싶다.
아니 그에게 테니스에 대한 열정이나 경쟁을 즐기고 이기고자하는 욕구가 사라져
술과 마약에 찌든 비만한 엘비스의 몰골이 되었거나
잦은 이혼과 소문이긴 하지만 약물과용, 자살, 그리고
파산직전 슬램 트로피를 경매에 내놓았다는 보도가 있던 비욘 버그 짝 나지않았을까?

2위로 밀려났고 그나마 젊은 재능들이 겁도 없이 덥벼들고 있는 상황에
이루기를 기대했던 기록들이 조금만 뻗으면 닿을 듯한 거리에 남아있고
재기를 노리는 그에게 인간승리를 열망하는 많은 팬들의 위로와 기대가
이번 우승좌절이 몰락의 징조라며 확신에 차있는 안티만큼이나 부담일지라도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그가 테니스 하늘 염소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그가 오늘 흘린 눈물과 흐느낌으로 덜썩 거렸던 어깨에서
자신감을 잃지않고 다음 설욕의 기회를 노리며
꿋꿋이 땀흘리며 연습하고 시합 하나하나 최선을 다해 임하려는 결심을 봤다고 믿는다.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




  • 주엽 02.02 10:02
    나달이 페더러 천적이라고들 할 때 패더러 정도면 방법을 찾고 진화할 줄 알았는데 나달도 눈에 띄는 진화를 하고 있더군요
    같은 왼손으로 베르다스코가 페더러 못지 않은 경기력을 보였음에도 준결승에서 그것을 넘어서고 또 한번 결승에서 페더러를 넘어서고 그것도 5세트 경기를 치룬 후 하드코트에서..
    페더러도 이번에 한두가지 들고 나왔지만 나달도 들고 나왔더군요
    라이벌간 선의의 경쟁속에서도
    페더러가 좀더 익숙해지고 좀더 정확해지고 날카로와져서 황제의 위상을 다시 되찾을 수 있길.....


  • 맥주좋아 02.02 10:09
    혜랑님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 역시 라이벌이 있어야 더욱 노력하고 자만에 빠지지 않지요.
    그런 의미에서라면 페더러에게 나달의 존재는 은인일지도 모르겠군요.
  • 全 炫 仲 02.02 10:12
    혜랑님..좋은 글 의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전 나달도 물론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나달 팀"에게 더 많은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나달이 시상식 인터뷰에서도 피지컬 트레이너에게 고마움을 표시한것도 기억에 남는군요.

    나달의 8강전 ,4강전을 보면서 제가 좀 놀랬던것은 나달이 그 이전의 경기에서보다 탑 스핀을 의식적으로 더 걸었던 점입니다. 아마도 코치진에서 주문이 있었던것 같습니다.

    호주오픈 코트의 특성을 파악하고 페더러를 의식한 전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최혜랑 02.02 10:40
    지난번 로딕이었던 것같은데 인터뷰에서 10대 말에는 그냥(it happends) 느는데 20대 중반에는 창의적이어야(아마 발상의 전환과 더불어 피나는 노력을 해야 정도로 이해하면) 계속 실력향상이 된다더니 나달은 한해한해 아니 한달한달 어쩜 한게임한게임 놀라운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것같네요.

    예 저도 초반부터 페더러 백핸드 쪽으로 계속해서 테이크백이 언오소독스하게 보일 정도로 출렁대고 솟구치는 탑스핀의 얄미운 고의성이 눈에 띄더군요. 예전에도 그랬지만.....

    이젠 페더러의 재기는 물 건너갔다면서 나달이 GOAT라는데 의견을 같이하는 전문가들이 줄을 서네요.
    하긴 올해 페더러와 또한차례 윔블던에서 만나 이기기만 하면 캘린더 그랜슬램도 무난해보이고...

    저도 이번 부상에서 회복되면 달리면서 구겨넣은 스트로크를 개발해볼까합니다.
    20대초반도 아닌 두곱 넘는 나이에 이런 시도를 하다 영 망가져버릴까 왕창 걱정이 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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