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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케냐의 나이로비에 도착해서 새해를 맞다.



글쓴이 송선순      http://www.parangse.kr/

아프리카 첫날-나이로비 도착

2009년을 현지시간 2분 남겨 놓고 이 글을 쓰기 시작한다.
이곳 나이로비는 한국보다 6시간이 느리기 때문에
한국은 이미 6시간 전에 2010년 새해를 맞았을 거다.

새해 전야 축포를 빵빵거리는 자동차의 클락션으로 대신하는지
우리 숙소에서 보이는 나이로비의 길은 온통 자동차가 길을 메웠고
아프리카 원시부족들의 알아먹기 힘든 괴성처럼 들리는 목소리와 클락션
소리가 합해져 내 귀에서 소화 해 낼 수 있는 소음의 양을 넘어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친구는 비행기 안에서 준 귀마개와 수면안대를 끼고 잠이 들었으나
나는 잠을 포기하고 거리를 가득 메운 자동차와 심야의 새해를 알리는
축포행사에 참여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행렬을 사진으로 찍어 놓았다.
늦게 안 사실이지만 이 나라는 전통적으로 마지막 날에는 잠을 안자고
축제를 하고 새해 첫날을  술깨는 날로 정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우리 일행이 나이로비 조모 케냐타 공항에 도착한 것은
현지시간 오후 2시 무렵. 23시간을 비행기 안에서 머문 후다.

30일 인천공항 20시 50분에
QR532 비행기를 타고 일본 오사카 경유, 카타르 도하공항에 14시간 만에 도착했다.
도하에 2시간 머물다 다시 나이로비로 가는 비행기로 갈아타고
또 6시간을 달렸다. 기내식만 네 번 제공되어 우리는 기내식으로 사육당하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아이팟에 담아온 클래식 수십 곡과 영화 '아웃어브아프리카' '코코샤넬'등
몇몇 편의 영화와 기를 쓰고 무겁게 지고 온 책 일곱 권이 장거리 비행의 동반자가 되었다.

어떤 공항이든 내리자마자 눈을 감고 공기를 맛보는 습관이 있는데
나이로비의 첫 느낌은 한국의 가을처럼 하늘은 파랗고 햇살은 쨍쨍.
바람은 산들거려 맑고 기분 좋게 하는 공기였다.
여기저기 핀 핑크빛 부켄빌리아가 더욱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나이로비 자체가 고도 2천을 넘으니 우리나라 한라산 꼭대기보다
더 높은 고지대임을 상기하면 서늘한 기운은 당연하다.

나이로비 공항 이름은 조모 케냐타로 케냐의 초대대통령 이름을 딴것이다.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에 있는 줄리어스 니예레레 국제공항도
탄자니아의 독립 운동가이자 초대 대통령의 이름을 딴 것으로
아프리카에도 이처럼 독립운동을 한 국가적 영웅의 이름을 딴
공항이나 거리의 이름들이 즐비하다고 한다.

미국 뉴욕의 존 에프 케네디 국제공항이나 프랑스 파리의 샤를 드골  국제공항처럼.

과거 영국의 식민지 탓인지 우측통행을 하는 나이로비는
마사이어로는 '차가운 물'이라는 뜻으로 아프리카의 관문이다.

이집트 카이로와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 다음으로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국제선 비행기들이 드나드는 아프리카의 심장구실을 하고 있다.
일단 아프리카를 여행하기 위해서는 대부분 나이로비를 거치지만
위험하기로 그지없어 여행객의 복대는 절반 이상은 그들 몫이라고 해야 할
만큼 주의를 요하는 곳이라는 글을 여러 번 읽었다.

16인승 미니버스로 갈아타고 숙소를 이동하는 동안 본
시내의 거리는 초현대식 건물이 즐비하고 타잔이 나무줄기를 타고
오르락거린 곳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었다.

우리들의 숙소는 나이로비 케냐타 공항으로 부터 10여분 떨어진 거리에
있었으나 언덕에 올라 나이로비 근처의 시내 정경을 돌아보고 오는데
거리마다 세레나 윌리엄스 사진을 붙여 놓고 잠보 라디오 홍보를 하고 있었다.
.

나이로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 27층으로
우리나라 63빌딩가서  돈 주고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에 올라가
시내를 구경하듯 이 나라도 27층 건물에서 똑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리가 인상적이었다.

거리는 활기가 넘쳐  내전과 빈곤과 에이즈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사전 지식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드뎌 복잡한 명동거리를 닮은 곳을 빠져나와 숙소인 아크랜드 프라자호텔에 도착했다.

이 호텔의 엘리베이터는 항시 고장이어서 8층까지 올라오는데
테니스로 단련된 허벅지가 아니었다면 쓰러질 뻔, 뻔했다

다행히 짐을 날라다 주는 포터가 있어 큰 가방은 옮겨줬지만
이고 진 배낭과 노트북과 큰 카메라의 중량은 나와 친구를 완전그로키 되게 만들었다.

습관처럼 화장실을 먼저 들여다 보니 인도의 아우랑가바드 만큼은
아니어서 천만 다행이었다. 그곳은 마치 유태인의 수용소에서
나오는 화장실 같아서 지금도 어디를 가나 아우랑가바드의 욕실을 항상 비교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오후 5시 이번 아프리칸 7개국 여행팀에 참가한 32명의 오리엔테이션이 있었다
자기가 경험한 세상을 뛰어넘는 전혀 다른 세계에 대한 동경으로 들뜬
여행팀원들은  간단한 자기소개를 하였고
서울 부산 광주 목포 인천 일산 등 전국에서 모였음을 알았다.

여자들은 62세부터 21세까지 다양해 평균 나이 50정도로
학교 선생이거나 명예 퇴임한 분들이 주를 이루었다.

남성들 역시 생각보다 나이가 많았다  최고령 71세 후암동에서 오신 남성분은
세계의 명산을 다 다니는 분으로  체감나이 50대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여행을 다니는 동안 우리 일행들을 인솔 할 총무를 선정.
경희의대 다니는 김양재. 이분은 총 30일 여행 기간 중 12일만 동행하고 먼저 귀국한다고 했다.

그 이유는 경희의대에서 제주도로 떠나는 테니스 전지훈련 때문이라고 하니
테니스 마니아를 아프리카에서 알게 되어 무진장 기쁜 마음이 앞섰다.

아루샤를 거쳐 세링게티의 사파리를 떠나는 다음날의 일정에 관한 설명을 듣고
총 450불이라는 사파리 비용을 내자마자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한국시간 밤 열두시니 당연히 또 졸릴만한 시간이기도 했지만
너무 오래 비행한 탓인지 어지러워서 머리를 들 수가 없었다.

숙소에 올라와  나는 그대로 뻗어 잠이 들었고
친구는 나를 위해 밥을 짓고 일행들과 함께 슈퍼에 다녀왔는지
오렌지와 잘 익은 망고 두개가 책상위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캄보디아에서 먹은 망고만큼이나 달고 과즙이 풍부하다면
정말 이번 아프리카 여행은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밤 아홉시 무렵
맥주 마실 분들은 프런트에 모이라는 말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케냐의 유명한 맥주 Tusker를 맛보지 못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맥주보다는 잠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케냐 나이로비의 가장 큰 볼거리
영화<아웃 오브 아프리카 Out of Africa>의 원작자가
살았던 곳을 박물관으로 만든 카렌 블릭센 박물관을 찾아보는 일이다.

덴마크 출신인 카렌 블릭센(Karen Blixen, 1885~1962)은 케냐에서
커피농장을 경영하다 실패한 뒤 귀국하여 자전적 소설
<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a, 아프리카를 떠나며)>를 아이작 디네센(Isak Dinesen)이라는
필명으로 출판했다.이 소설은 유럽과 미국 등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고 결국은 영화로 만들어졌다.

1985년 미국의 시드니 폴락이 감독하고, 메릴 스트립과 로버트 레드포드가 주연으로 출연해
흥행에 커다란 성공을 거둔  이 영화 때문에 나이로비의 명물이 되었다.

나이로비에 도착할 때까지 아이팟에 담아와 보고 또 보았던 감미로운
러브스토리 아웃어브아프리카의 데니스와 카렌의 사랑은 끝내 이루어지 못했지만
결국은 이루지 못한 안타까움이 아름다운 영화와 소설을 탄생 시킨 것은 아니었을까..

플라밍고 떼가 춤추고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 2악장이 배경으로 깔리던
그 아름답던 초원은 이번 아프리카 여행을 더욱 들뜨게 했고
결국은 30여일 여행기간 내내 사랑이라는 주제로 내 가슴을 잔잔하게 녹여낼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바쁜 일정으로 카렌블릭센 박물관을 보지 않고
바로 아루샤로 출발을 해야 한다는 소리를 듣고서는  섭섭함을 감출수가 없었다.

지구에서 가장 큰 대륙을 종횡무진하며  때 묻지 않은 대자연과
부족 문명을 체험할 수 있는 30일의  아프리카 배낭여행에 대한 기대로 부푼 첫 밤.

그나저나
새해 첫 소망을 글로 적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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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全炫仲 03.18 17:46
    아프리카를 여행한다는것은 좀 특별한 일인것 같습니다.

    생각은 있지만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은 여행....사진속의 나무들도 왠지 모르게 더 푸르고 상쾌하게 느껴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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