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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여행 - 응고롱고로 분화구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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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리 마지막 밤 


해발 2천2백고지의 심바 캠프장은 무진장 추웠다
 

대부분 저녁 내내 추위에 떨다 일어나 꼭두새벽부터 뜨거운 차에 몸을 녹였다.

수백 년 된 무화과나무를 중심으로 쳐진 텐트들은 동이 트자 하나씩 윤곽을 나타냈다. 무화과나무는 아프리카 인들이 대단히 신성시 하는 나무라고 했다.

아침 아홉시에 문을 여는 응고롱고로 분화구 안으로 들어가는 날이라서 분주했다.  심바 캠프장에는 세계 각지에서 온 사파리 차량들이 벌떼처럼 모여 천장의 뚜껑을 열고 사파리를 떠날 짐을 꾸리고 있었다.

응고롱고로는 현지의 말로 '거대한 구멍'을 의미한다.
 

수백만 년 전 이곳의 화산이 폭발할 때 용암은 흘러내리고, 화산재는 세렝게티를 덮었다. 용암이 빠져나간 산의 윗부분은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내려앉고 말았다. 내려앉은 타원형의 분화구는 동서 19㎞, 남북 16㎞나 된다. 분화구 속을 사파리 하는 데도 3~4시간 걸린다. 참으로 넓다. 분화구의 바닥은 해발 1700m이고, 분화구를 감싸고 있는 화구의 높이는 2200~2300m나 된다.

응고롱고로 분화구는 동서로 19km, 남북으로 16㎞인 거대한 구역에 자리 잡은 동물의 요람으로 떠나기 전부터 설레기 시작했다.

입구에는 벌써부터 마사이족들이 직접 만든 목걸이를 팔기위해 벌떼처럼 몰려들었고 아침안개가 걷히지 않은 분화구를 내려다보며 서서히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산비탈을 따라 600m 깊이의 분화구로 들어가는 길은 급경사라 스릴이 있다. 동물들은 인근 세링게티 초원에서 병풍같이 둘러쳐진 능을 수시로 넘나든다고 했다.

분화구에 내려가니 그곳은 천국이었다. 그곳은 아프리카라고 하기엔 적절하지 않는 곳이었다.

특별한 신의 은총을 받은 자 만이 살 수 있을 것 같은 별천지. 끝없는 초록의 평원에 유유히 풀을 뜯고 있는 동물들의 모습은 적자생존이라는 엄청난 단어조차도 그곳에서는 잊어버려도 되는 낙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맑은 하늘에 동동 떠 있는 구름. 초록의 향연, 각양각색의 동물들이 한가로이 노니는 그 곳은 하얀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는 랜드로바의  시동소리 조차도 음악으로 들리는지 자동차가 옆에 와도 어느 동물하나 움직이며 도망가지 않고  여유 있게 풀을 뜯고 있었다.

왜 사파리가 아프리카 여행의 진수인지를 깨닫게 하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응고롱고로의 동물들처럼 자신을 자유롭게 놓아주어야한다. 놓아줌은 자신과 마음속에 자라고 있는 대상에  대한 사랑을 의미한다.  놓아준다는 것은 기다리는 은총이 올 수 있도록 자신과 인생에  자유를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종일 세링게티 공원을 덜덜거리는 차를 타고 헤매며'빅5'를 보기위해 바삐 움직였으나 그곳에서는 다들 여유롭게 날 보아 달라는 듯  사자, 코끼리, 코뿔소, 버펄로 등이 유유자적 머물고 있었다.(빅5- 표범  사자, 코끼리, 코뿔소, 버펄로로  크기도 하고 사냥이 어렵고 값나가는 동물이라 붙여진 별명)  

아프리카 여행의 진수를 다 맛본 것과 같다고 말하던 일행 한분은 남은 기간은 그야말로 덤이라고 덧붙였다. 그만큼 응고롱고로가 주는 의미는 컸다.

그런데 홍학은 어디 있는 것일까?
 

영화 '아웃 어브 아프리카'에서 카렌과 데니스가 경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오를 때 그 뒤를 따르던 수많은 홍학들이 저기 저 먼 먼 호수에서 물을 먹고 있었다. 우리들을 위해 한번쯤 날라주면 더욱 더 판타스틱 했을 터인데 그들은 호수위에서 유유히 자신의 삶을 관조하며 즐기고 있었다.

내가 카렌이 아니듯 그들 또한 영화 속의 홍학이 아니려니....

글쓴이 송선순         http://www.parangs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