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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여행 - 타자라 열차를 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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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여행 14~16일째 

여행은 지도가 정확한지 대조하러 가는 게 아니다. 곳곳에 숨어있는 비밀스러운 보물처럼 인생의 신비가 베일을 벗고 슬그머니 다가올 때도 있다. 어느 낯선 골목에서 문득 들려오는 낮은 음악처럼 예상치 못한 기쁨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30일  아프리카에서 머무는 동안 가장 오래 머물렀던 곳은 탄자니아다. 세링게티의 사파리와 응고롱고로 그리고 킬리만자로를 거쳐 인도양의 흑진주로 불리는 아름다운 산호섬인 잔지바르에서 달콤한 휴식을 취했다.
모처럼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고 드디어 빅토리아 호수가 있는 잠비아로 떠나기 위해 짐을 꾸렸다.

 

매번 노마드처럼 짐을 풀고 꾸리는데 선수가 되었다.

다르에스살람에 있는 타자라 역은 깔끔했다. 표가 없는 일반인의 출입이 완전히 통제되는지 입구에서 철저히 검문을 하고 있었다. 타자라 열차는 탄자니아의 다르에스살람에서 잠비아의 카피리음포시까지 연결하는 길이 1860km의 국제열차다. 


중국이 5억 달러를 투자해서 만든 이 열차 이름도 탄자니아-잠비아 철도(Tanzania-Zambia Railway)를 줄여 타자라라 부른다. 

보통 45시간 이상 걸리는 이 열차는 화요일과 금요일 두 차례만 운행을 하기 때문에 그 요일에 맞춰 여행  케줄을 짜야만 한다. 예약은 필수다. 한 칸에 침대 네 개가 들어있는 퍼스트 클래스의 요금은  우리나라 돈으로 7만 원 정도 하는데 그곳에서 우리들은 2박3일을 보내야 했다.

기차 출발시간이 다 되어가자 큰 짐을 머리에 이고 손에 든 수많은 현지인들이 뛰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3등 칸은 미리 자리가 정해지지 않아 먼저 앉는 사람이 임자인 탓에  역은 아수라장이었다.

끝없는 평원을 가로지르는 이 열차를 왜 사파리 열차라고 하는지 알 수가 있었다. 평화롭게 노는 동물들과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여 일행들은 일주일이라도 기차 여행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소리를 했다.

시원한 녹색 바람을 맞으며 정말 모처럼 안정된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말콤글래드웰이 쓴 아웃라이어는 일반적인 통념을 과감하게 뒤집는 내용들이었다. 성공한 사람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숨겨진 이점과 특별한 기회요소의 혜택을  누려왔다는 예리한 분석에 푹 빠져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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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60대 언니들과 함께 4인실 일등칸을 쓰게 되었는데 인연이란 정말 묘하다 언니들은 여행광에 세련된 면면이 정말 나도 십 년 후 그렇게 아름답게 다듬어지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했다.

기차가 마을을 지날 때마다 어린아이들이 고사리 같은 손을 흔들며 반겼다. 벽촌에서 자랐던 나의 향수를 자극하는 대목이었다. 정차할 때마다 아이들이 몰려와 뭔가를 달라고 열차에 매달리자 일행들은 사탕을 나눠주고 머리에 이고 온 과일들을 사 먹었다.

타자라 열차 내는 고양이 세수할 수 있을 정도의 물이 나왔고 식당 칸에서 음식을 주문하면 배달까지 두 시간 정도는 기다려야 했다.


그곳에서 처음으로 우갈리를 맛보았다.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우갈리는 우리의 밥에 해당한다. 흰 옥수수가루에 뜨거운 물을 부어 나무 주걱으로 오래 잘 저으면서 익히면 된다. 

옥수수가루라고 하면 약간 노르스름한 옥수수 색깔을 떠올리기 쉽지만  우갈리의 재료가 되는 옥수수는 일단 말린 뒤에 껍질을 많이 벗기고 빻기 때문에 색깔이 희다. 우리 흰쌀과 현미를 생각하면 같다.

 

몸에 좋은 현미속에는 쌀 껍질층의 다양한 영양소가 있듯 옥수수의 껍질층에는 섬유소와 노란색 껍질에는 폐에 좋은 성분들 모두 다 벗겨냈다고 하면 맞다.

또한 우갈리는 반드시 뜨거워야 한다.  우갈리는 만든 즉시 먹든가 아니면 보온통에 넣어 식는 것을 막는다. 
그래서 탄자니아에는 아무리 서민층이라 하더라도 한 집에 보온통 두세 개쯤은 있다고 한다.

우갈리 그 자체는 아무 맛도 없고 푸석푸석해서 반찬이 필요하다.  포크로 한번 떠먹었는데 푸석푸석한 것이 씹는 느낌도 좋지 않고 아무 맛이 없다. 

우선 우갈리 덩어리에서 한 입에 먹을 만큼 떼어낸다. 주먹을 폈다 오므렸다하며 손바닥 안에서 우갈리를 주무르면 푸석했던 찰기가 생겨 떡처럼 되었다.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백설기의 맛이다. 이 떡처럼 된 것을 같이 나온 고기스프에 찍어먹는데  아무튼 떡을 소스장에 찍어먹는 맛이다. 

 

일반 가정에서는 형편에 따라 삶은 콩이나 삶은 멸치, 야채를 푹 익힌 음치차라는 국물에 적셔서 건더기와 함께 먹는다.

우갈리와 라이스중 주로 치킨과 피쉬 그리고 비프 등을 곁들이는 것을 시켜 먹었지만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입맛을 조절할 수가 없었다. 생선 사이에 든 뼈까지 모두 다 발라먹었다. 유일하게 맛있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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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 국경을 기차 안에서 넘었다.
 

환전상들이 열차 안을 돌며 흥정을 하는 모습을 빈번하게 볼 수있다. 종착역인 뉴 카피리 음포시에는 환전소가 없기 때문에 환전은 주로 기차 안에서 이루어지는데 이 열차 안의 환율이 가장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고, 사실 그랬다. 
 

사실 환율을 따져볼 여유가 없다. 일단 국경을 넘으면 더 이상 탄자니아 돈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조금 전까지 탄자니아 실링으로 마셨던 킬리만자로 맥주도 살 수 없다. 국경을 넘는 순간 탄자니아 실링으로는 그 어느 것도 살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달러당 1300실링이던 것이 잠비아는 달러당 4000콰차로 엄청난 화폐 인플레이 현상을 느꼈다

맥주 값도 갑자기 턱없이 비싸졌고 과일과 밥값도 똑같은 기차인데도 국경을 넘어서자 3인분에 9천 실링 하던 것이  5만 콰차를 내었으니 3천원에서 5천원으로 오른 셈이다.

잠비아 크와차(Zambian kwacha /ZMK). 

 

크와차 계산법은 0을 하나 빼고 3을 곱하면 된다. 1000K는 우리 돈으로 300원에 가격이다

기차 안에서 비자 비를 50달러씩을 준비하라더니 비자신청을 받던  관리인들이 영수증이 떨어졌다며 내리는 바람에 일부는 그냥 건너야 했다. 열차 안은 늘 분주했고 환전하라는 사람들이 수시로 들락거렸다.

이 열차에서 맞는 아침은 정말 상쾌하다. 유독 열차에서 보는 해돋이가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특별한 이유를 설명 할 수 없지만 초록의 들판에 선명하게 떠오르는 아침 해를 잊을 수가 없다. 희망을 잉태한 원시의 모습 그대로 비쳤다.

아프리카 여행 중 이 타자라 열차는 한번쯤 꼭 타 보라고 권하고 싶다. 다양한 아프리카의 풍경을 한꺼번에 볼 수 있을 뿐만이 아니라  삼등칸에 탄 현지인들의  치열한 삶의 현장을 볼 수 있는 기회다 

나는 하룻밤 내내 생수 한통을 다 먹은 침대에서 잔 덕분으로 여행을 마칠 때까지 심하게 콜록거리며 다녀야 했다. 그러나 색다른 묘미를 느끼게 했던 잊지 못할 기차 사파리 여행이다. 틈틈이 읽었던 '처음 읽는 아프리카의 역사'와 아이팟에 담아간 영화 '만델라'를 보면서 머물고 있는 아프리카의 모습이 서서히 안개가 걷히는 듯 했다.

삶,
여행의 참맛
진정한 여유
그 녹지대
국립공원같은곳을 지나면서의 생각들
초가부터 슬래트 지붕
음베야의 도심들

타자라는 다르에스살람을 출발해 말라위와 국경지역인 음베야(Mbeya) 등  147개의 역을 경유하여 잠비아의 뉴 카피리 음포시(New Kapiri Mposhi)에  이르는 1860km에 달하는 거리를 연결한다. 

 

책에는 30시간 걸린다고 했지만 보통 40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우리는 43시간 걸렸다.  사실 우리의 KTX로 달린다면 11시간이면 도착할 거리다. 버스로 가면 24시간 정도면 된다고 한다. 

하지만 기차노선은 도중에 국립공원을 지나는 덕분에 창밖으로  기차 사파리를 즐길 수 있다고   타자라를 타기로 했다.  실제로 거의 꼬박 이틀을 기차 안에서 먹고 자고 뒹굴게 된다.

*
독서도 했지만 고스톱도 쳤다. 나이드신 언니들이랑 고스톱 치는 맛이 삼삼했다.놀러온 정사장님은 그날밤 완전히 주머니를 털어야 했다. 초은언니가 실력을 제대로 발휘했다.


여행기간중 우리는 총 세번에 걸쳐 고스톱을 쳤는데 나는 늘 중간이었다.


잃은사람은  딱, 한사람이다. 누군지는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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