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럭저럭 지나온 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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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박용운이라고 합니다.  처음 인사를 드리네요.
비와서 테니스도 못치고 울적한 마음에 옛날 생각이 나서 이렇게 입문기같지 않은 글을 올리게 되었네요.

죽어라하고 해도 역시 늘지 않는 테니스.... 뭐가 좋다고 지금까지 왔는지 모르겠네요....

처음 시작은 그저 살 좀 빼라는 어머님의 말씀에 반 강제로 시작이 되었습니다.
단순히 체격조건만 보고 코치님은 헤드 티아이레디칼로 하시죠? 라는 말에 뭐가 뭔지는 모르겠고, 일단 가볍고 디자인만 예뻣으면 했죠........

별로 마음에는 안들었지만, 라켓만 보고 회원분들은 "우리 코트에 고수가 한 명 왔다....." 라면서 떠벌리기 시작하셨죠.....

그러던 고수가 코치가 던져주는 공, 그것도 건너편 코트도 아닌 옆에서 가볍게 던져주는 공이나 치고 있으니 얼마나 속으로 웃으셨겠습니까?  제가 생각해도 무슨 초보가 저런 라켓을 쓴다냐.... 하셨겠죠.

그나마 레슨도 일년을 못 채우고 그만두었지요.
그러다가 이런저런 이유에서 2000년 겨울부터 시작한 레슨에서 저는 뭔가를 이뤄내지 않으면 않된다는 투철한 사명감을 가지게 되었지요.... 바로 유학을 떠나는 입장에서 그것도 연구실 교수님이 테니스 매니아라는 말을 듣고서말이죠.......

처음에는 왜 하필 테니스야......농구나 하지.... ㅋㅋ
(전 어줍짢은 키(181)에 학교 대표까지 했던터라 농구에 있어서만큼은 누구보다도 자신이 있었죠.)

정말 2000년 12월 16일날 다시 시작된 레슨은 너무 힘든었던 기억밖에 없었습니다.
유난히 많이 내렸던 눈과 어느세월에 저 눈을 다치우나 하면서도 회원분들이 자정을 넘기면서까지 고생하시는 모습에 저는 아무런 감동도 없었죠..... ㅋㅋ 알아서 녹겄지...... 하면서 스윙연습하다가 거실 등 깨고 난리를 쳤었던 기억이 이제는 아련하네요.....

눈을 치운 다음날은 이게 공인지 돌덩이 인지 아이구! 불쌍한 내 스트링들아~~~ 하면서 이러다 줄 끊어지면 큰일인데@@ 라면서 레슨에는 집중하지 않고 오직 줄 걱정만 하기도 했었죠.

그러던 어느날, 매일 혼만 내던 코치가 생각보다 빨리 는다면서, 칭찬을 해주었지요.
저도 사람인지라 하늘에 붕 떠서 힘든줄도 모르고 다른 레슨자분들 공도 같이 정리해주면서 점점 코트에서 사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었지요.
급기야는 새벽과 오후에 걸친 두번의 레슨을 감행하게 되었지요.

처음에 낄낄대고 웃으시는 5년구력의 아주머니들과도 난타도 같이 치게 되었지요.
그 때는 정말로 공 하나하나를 보물다루듯이 하면서 잘 받아 넘겨드렸지요. 투바운드라도 되면 큰 일 난다는 생각으로......코치가 없었지만 배운대로 치지않으면 괜히 미안한 것 같기도 했구요....  
지금 생각하면 그 때 볼을 대하는 자세가 훨씬 진지하고 집중력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따뜻한 봄날이 되어서 드디어 코치에게 하산의 명령을 받고 유학길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일본이라는 낯선곳에 와서 매주 빠지지 않고 테니스를 친지 3년이 다 되어가네요....

레슨이 끝난 후, 매일 깨끗이 닦았던 티아이 레디컬은 테니스를 좋아하는 유학생들의 대여용이 되어버렸고, 벌써 저를 거쳐간 라켓이 4자루가 되어가네요.

정말 쳐도쳐도 늘지않지만, 유학생활의 스트레스를 테니스가 없었다면 어떻게 해소했을까 싶네요....
요즘은 슬럼프이지만, 처음 돌덩이 같은 공을 받아넘길 때의 기본에 충실한 자세와 집중력을 생각하면서 다시 테니스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퐁당....@@@.

내일부터 다음주까지 계속 비가 온다는 소식에 마음이 울쩍해서 주저리 글을 올렸습니다.

허접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구요.

즐테 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