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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통산 103회 우승 ‘살아있는 전설’

 

올 시즌 프로테니스 투어가 마무리됐다.

 

10월30일~11월3일 처음으로 중국 선전에서 열린 여자프로테니스(WTA) 파이널스에 이어 남자프로테니스(ATP) 파이널스가 11월10~17일 영국 런던 O2아레나에서 열려 ‘왕중왕’을 가렸다.

 

2019시즌 성적 상위 8명만 출전한 파이널스에서 ATP는 스테파노스 치치파스(21·그리스), WTA는 애슐리 바티(23·호주)가 우승컵을 차지했다.

 

남녀 모두 20대 신예가 톱랭커들을 제쳐 세대교체를 예고했다. 하지만 기존 톱스타들이 물러난 것은 아니다. 그랜드슬램 대회나 랭킹에서 지난 10년간 코트를 지배해온 ‘빅3’의 위세는 여전하다.

 

현재 세계랭킹 1~3위가 바로 빅3로 불리는 라파엘 나달(33·스페인), 노박 조코비치(32·세르비아), 로저 페더러(38·스위스)다.

 

올해 4대 메이저 대회 우승은 조코비치(호주오픈·윔블던)와 나달(프랑스오픈·US오픈)이 양분했다.

 

큰 승부에 강한 톱스타들의 위력을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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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형인 페더러의 카리스마는 22년째 코트를 뜨겁게 달궜다.

 

그는 올 시즌 마지막 투어대회로 고향이자 거주지인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인도어대회에 나가 개인통산 103번째 투어대회 우승을 기록했다. 온갖 기록을 만들어낸 페더러가 지미 코너스의 투어대회 최다우승(109회)마저 따라잡게 된 것이다.

 

페더러는 최근 ‘브랜드가치’ 개념으로 새롭게 주목 받았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스포츠 선수, 사업, 대회, 팀 등 4개 분야에 걸쳐 브랜드가치 순위를 매긴 결과 페더러가 선수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것. 페더러의 브랜드가치는 6200만 달러(약 721억 원)로 추산됐다.

 

선수 부문 2위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3300만 달러), 3위는 축구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900만 달러)가 뒤를 이었다. 이어 농구선수 르브론 제임스(2800만 달러),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2000만 달러), 농구선수 스티븐 커리(1700만 달러) 등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사업 부문에선 나이키(368억 달러), 대회는 프로미식축구 챔피언 결정전인 슈퍼볼(7억8000만 달러), 팀은 미식축구리그(NFL)의 댈러스 카우보이(10억400만 달러)가 각각 브랜드가치 1위로 꼽혔다.

 

페더러는 선수명이지만 웬만한 상업브랜드 이상의 상업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실제로 그는 전 세계 스포츠를 통틀어 가장 수입이 많은 스타다.

 

페더러의 2018~19 회계연도 수입은 9300만 달러(약 1082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상금과 광고계약 등을 합친 액수다. 페더러는 한마디로 초특급 ‘움직이는 광고판’이다. 유니클로, 롤렉스, 메르세데스 벤츠 등 큰손 스폰서 12곳에서 매년 6000만 달러 이상을 거둬들이고 있다.

 

310주간 랭킹 1위 ‘불멸의 기록’

 

특히 유니클로는 나이키와 오랜 파트너였던 페더러를 브랜드 홍보대사로 잡기 위해 파격적인 대우를 했다. 유니클로는 10년 후원계약 조건으로 나이키의 2.5배인 3억 달러(약 3492억 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더러를 수식해온 별칭 ‘테니스 황제’는 좀처럼 다른 선수에게 넘어갈 것 같지 않다.

 

그만큼 ‘넘사벽’ 레전드이자 불멸의 기록 제조기다. 1998년 프로 데뷔 이후 통산 성적은 1235승, 268패(승률 82.2%). 2004~2008년 237주 연속 1위를 포함 통산 310주간 세계랭킹 1위는 그가 세운 수많은 기록 중 앞으로 오랫동안 깨지지 않을 숫자로 꼽힌다. 

 

ATP는 앞으로 깨질 확률이 희박한 페더러의 기록 10가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 중 ‘2개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5년 연속 우승하기’ 같은 기록은 앞으로 깨질 확률이 1%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윔블던(2003~2007년)과 US오픈(2004~2008년)에서 쌓은 금자탑과 같은 기록이다. 물론 전체 그랜드슬램 우승 기록도 20회로 역대 남자선수 최다다.

 

2009년 7번째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으며, 그랜드슬램 결승 진출 또한 30회로 역대 남자선수 중 가장 많다.

 

2004년 윔블던 우승부터 2010년 호주오픈까지 준결승 23회 연속 진출은 종전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기록이다. 전성기인 2004~2007년엔 워낙 지지 않아 경기가 재미없다는 불평 아닌 불평까지 나왔다.

 

많은 스포츠 전문가, 평론가, 언론인, 전직·현역 선수들이 페더러를 역사상 최고의 테니스 선수로 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한 분야의 최고수를 흔히 ‘~의 신’이라 하는데, 그런 관점에서 페더러는 ‘테니스의 신’ 자격이 충분하다. 특유의 환상적인 경기운영, 신사적인 매너와 성실한 인간미가 그를 입신의 경지에 들게 했다.

 

실제로 미국 소설가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는 일찍이 2006년 <뉴욕 타임즈> ‘로저 페더러, 그 종교적 경험’이란 제목의 칼럼을 썼다. 오늘날까지 많은 평론가들이 인용하는 명문장이다.

 

월러스는 페더러의 경기력이 워낙 탁월해 이를 지켜보는 것은 종교적, 영적 체험에 가깝다고 했다. 그가 코트 안팎에서 발산하는 매력과 아우라를 하나의 정신적 현상으로 수사한 것이다.

 

페더러는 늘 구름 팬들을 몰고 다닌다. 웬만한 경기는 기자실 대형 모니터로 때우는 테니스 전문기자들도 페더러 경기만큼은 직접 관중석에 나간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 잘 응해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능통한 영어·독일어·프랑스어로 고급유머를 날리는 게 매력포인트이기도 하다.

 

페더러는 최근 도쿄에서 열린 유니클로 유니폼 후원행사에 참석해 “내년 도쿄올림픽에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페더러는 2000년 시드니 이후 네 차례 올림픽에 출전해 복식 금메달 1개, 단식 은메달 1개를 땄다. 많은 팬들이 마지막일 것 같은 그의 올림픽 무대를 기대하고 있다.

 

기사=테니스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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