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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더러 윔블던 우승 모습=테니스피플

 

 

 

페더러 8강전 뒤 인터뷰

 

- 메디컬 타임아웃을 가지는 바람에 긴장감이 돌았다. 무슨 일이었나?

= 허리 쪽 근육에 뭔가가 느껴졌다. 엉덩이 쪽에 가까운 부분이어서 (웃음) 간단히 예방 차원에서 물리치료사에게 체크받고 돌아온 것이다. 상대 선수가 기다리지 않도록 세트 브레이크 이용해서 빨리 갔다 3분만에 돌아왔다. 별 문제 없었다. 걱정시켜 미안하다.

 

- 반대 편 코트에서는 델 포트로가 엄청난 역전 스토리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의 선수 생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부상 때문에 한동안 코트에서 보지 못했는데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바로 이런 관중의 함성을 듣기 위해 돌아온 것이 아닌가 싶다. 이곳 센터코트에까지 소리가 다 들리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 확실히 그랜드스탠드 스타디움이 옮겨진 것을 알겠다. 관중들 환호가 대단했다.

그는 좋은 사람이다. 오랫동안 코트를 떠나있어서 안타까웠다. 여러모로 델 포트로나 니콜라이 다비덴코가 2009년 세계 1위 자리에 오를 자격이 충분했는데 둘 다 부상으로 기회를 놓쳤다. 그가 성공적으로 복귀했다하니 그와의 매치도 기대된다. 자연히 2009 결승을 떠올리게 하는데, 그 때만큼 역대급 경기를 다시 한번 만들어내면 좋겠다.

 

- 도미니크 팀과의 승부는 무산됐다. 떠오르고 있는 신예 중 한명인 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 귀엽고 솔직하다. 언제나 열심히, 경기와 경기 사이에도 한눈 팔지 않고 연습만 하는 라파와 같은 과에 속한다. 나는 그러지 못해서 존경스럽다. 백핸드도 뛰어나고 팔 힘도 세다. 힘 있는 선수로 큰 대회에서 좋은 기회들을 잘 살리며 아주 오래 갈 것 같다. 10년 안에 열 손가락 안에 쉽게 들겠다. 



- 다음 라운드에서 후안 마르틴이 기다리고 있다. 어떤 매치가 될 것 같나?

= 티아포를 제외하면 모두 80년대로 돌아간 듯 한 상대들이다 (웃음). 내가 항상 “나와 같은 세대 선수층이 두텁고 강력하다”고 말했는데, 상당수가 은퇴했거나 은퇴를 고려하는 나이이다. 30대 선수들이 아직도 투어에서 활약하는 것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자연스레 점점 밀려날 것이다. 투어생활을 오래 한 뒤라서 여행이나 모든 것들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고 점점 투어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후안 마르틴도 그 세대에 속한다. 잦은 부상에도 불구하고 선수 생활 후반기에 이렇게 좋은 성적을 추가할 수 있는 걸 보면 젊게 살고 있는 것 같다.

 

- 오늘 경기 시작 전 특별한 이벤트가 있었다. (암 투병으로 다리 절단 수술을 받은 10살 소년 마크 크라제키안을 초대해 만남의 시간을 가짐)

= 마크 인생에 힘든 시간이 있었다. 다른 이들의 꿈을 이루어줄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건 매우 특별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가 나를 영웅으로 생각하며 힘든 시간을 버텼다는 얘기를 듣고 만나기로 마음 먹었다. 내가 모르는 사이 그에게 힘이 되었다니 나도 감동을 받았다. 함께 볼을 치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가 이곳에서 행복한 경험을 하고 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 2009년 결승에 대해 말해줄 수 있나?

= 많은 아쉬움과 후회가 남는 경기였다. 가능하다면 다시 플레이해보고 싶은 경기 중 하나다. 경기 초반 브레이크 기회가 있었고 세트 스코어도 앞서나가고 있어서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였다. 하지만 5세트에서 그가 나보다 뛰어난 플레이를 하며 그날 승리를 가져갔다. 점수도 엎치락 뒤치락하고 관중들도 엄청 흥분했었던 기억이 난다. 낮에 시작된 경기가 끝날 때는 밤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실망스럽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 해 프랑스 오픈, 윔블던 우승도 했던 후이고, 우리 딸들이 태어난 시점이기도 했다. 나의 US 오픈 5년 연속 우승 행진이 멈추어버리긴 했지만 기억에 남는 결승경기로 남았다. 후안 마틴이 라파와 나를 연속으로 제패하고 너무 훌륭한 플레이를 했기 때문에 그가 우승함이 마땅했다.

 

- 이제 마음 속으로만이 아닌 현실에서 재격돌할 기회가 왔다. 어떻게 달라질 거라 예상하는가?

= 우리 둘 다 많이 달라졌다. 그는 손목 부상 이후 백핸드에 변화가 왔고 슬라이스를 많이 구사하게 되었다. 나는 슬라이스를 많이 안 하는 편이라 그것 하나만으로도 경기 양상이 많이 다를 것이다. 대신 나는 리턴에서 좀 더 공격을 시도할 것이고 길게 끌지 않으려 한다.

마이애미 오픈에서 경기하면서 그에 대해 팍악할 수 있었는데 포핸드와 서브는 예전과 변함 없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기술도 좋아져서 그런지 오히려 파워가 더 추가된 것 같다. 오늘은 모두 한 숨 쉬어가는 시간일 것이다. 결승이 아니라 8강 아닌가. 2009년과는 다르다.

 

- 당신이 델포의 2009년 당시 포핸드에 대해 극찬한 적 있다. 아직도 유효한 건지, 그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 내 생각에는 라파의 포핸드가 넘버 원이다. 어떤 코트냐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지금까지 상대한 선수 중에서는 가장 높은 레벨이다. 물론 내가 치기 좋은 공은 아니지만.

이에 비해 델포의 포핸드는 플랫한 편이다. 플랫한 공은 에러 허용 여지가 별로 없고 코트 위치를 아주 잘 잡아야만 칠 수 있다. 그의 포핸드 다운 더 라인이나 바깥으로 빠지는 포핸드는 받아치기 쉽지 않다. 내가 좋게 보는 점은 그가 공이 나갈까 주저하지 않고 공의 각도나 리듬을 찾을 때까지 계속 시도한다는 점이다. 사실 늦게서야 성공률이 높아지니 단점으로 볼 수도 있지만, 경기 후반에 몸이 풀리고 자리를 잘 잡기만 하면 완벽한 포핸드를 구사하게 된다. 주니어 레벨 선수들이 본받을 만한 포핸드이다.

 

- 필립 콜슈라이버가 경기 내내 쫒기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상대선수를 조급하게 만들거나 불안한 마음이 들게 하는 것도 의도하는 작전 중의 하나인가?

= 그런 노력은 어느정도 항상 시도한다. 조급하게 만든다기 보다는, 맘 편하게 놔두지는 않는다는 게 맞을 것이다. 항상 그런 의도를 가지고 있다. 오늘은 특히 여느 때보다 더 그랬을 수 있다.

하지만 나 역시 상대 선수에게 그런 취급을 받는다. 상대방이 언제나 의외의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이런 점들이 선수 생활 초기에는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왜냐하면 나의 약점이 무언지 드러나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달려들어 무너뜨리려 하고, 그럴수록 자신의 문제점이 상기되니 그 부분을 빨리 보완하도록 노력하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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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P 홈 캡처화면

 

기사=테니스피플 이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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