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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수안경끼고 일식 구경하는 나달   사진=ATP홈페이지


월드투어와 그랜드슬램을 위해 테니스 코트를 찾은 사람들이 99년만에 찾아온 역사적 순간을 함께했다. 지난 21일, 태양빛이 달에 가려 한낮에도 칠흙같은 어둠을 경험하는 개기일식이 1918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 대륙을 관통하면서 미국 동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테니스 대회장의 빛과 열기도 잠시 앗아갔던 순간이었다.


대회장들은 개기일식의 경로에서는 벗어나 태양의 4분의 3정도만 가려지는 부분일식만 관찰되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하지만 서브를 위해 계속 하늘을 쳐다봐야하는 테니스 선수들에게는 평소와는 다른 하늘의 기운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US 오픈, 뉴욕

예선을 하루 앞둔 월요일, 플러싱 메도우 USTA 빌리진 킹 테니스 센터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연습에 박차를 가하던 선수들과 코치진에게는 잠시 긴장을 멈춘 망중한의 시간이었다. 이번 주 새롭게 세계 1위 자리에 올라 생애 세 번째 US오픈 타이틀을 노리고 있는 라파엘 나달도 17번 코트에서 연습 도중 몇 번이나 멈춰서서 특수 안경을 끼고 신비한 자연 현상에 푹 빠지곤 했다.


2시 44분경 뉴욕의 태양이 가장 많이 가려지던 순간에는 선수와 코치진을 비롯한 대회장의 모든 사람들이 일시에 특수 안경을 쓰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코테티컷 오픈, 코네티컷
뉴욕에서 1시간 30분 정도 떨어진 코네티컷 뉴헤이븐에서는 WTA 프리미어 대회인 코네티컷 오픈이 열리고 있었다. 대회 이틀째 경기가 진행된 21일, 협회측은 여자선수들이 직접 출연한 개기일식 관련 안내영상을 공개하였고, 오후에 있을 일식에 대비하여 예정보다 서둘러 경기를 시작하는 등 신경을 쓰는 분위기였다.


한낮임에도 조명을 켜고 진행된 경기에서 일식이 통과하는 순간의 신비한 기운을 받으며 승리를 가져간 주인공은 캐나다의 유지니 부사르(74위)였다. 그녀는 32강전에서 미국의 로렌 데이비스 (34위)를 6-1, 6-3 으로 물리치고 16강에 진출했다.


“일식장면을 보지 못하고 경기를 해야해서 조금 슬프긴 했지만 일생에 한 번 밖에 오지 않는 진기한 순간에 경기를 해서 너무 멋지다. 경기 시작 직전에 옆 사람에게 글래스를 빌려서 잠깐 쳐다보기는 했다. 경기가 끝나고 팬한테 받은 글래스를 오늘의 기념으로 간직하려 한다.”


 

  사진=ATP홈페이지


윈스턴-세일럼 오픈, 노스 캘롤라이나
역시 대회 2일차를 맞이한 윈스턴-세일럼 오픈(ATP250)에서는 주최측이 특수 글래스를 일괄 구입하여 선수, 볼 키즈, 대회 스태프들에게 나눠주고, 선수들 라운지에는 ‘WSO 개기일식의 날’ 안내문을 붙이는 등, 역사적 순간을 즐기는 동시에 대회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했다.


선수와 엄파이어 모두 특수 안경을 끼고 코인 토스를 진행했던 1회전 경기에서는 도널드 영(미국, 57위)이 로게리오 두트라 실바(브라질, 68위)를 6-4, 6-2로 물리치고 32강에 진출했다.


미국 전역을 흥분하게 만든 99년만의 개기일식 사건은 반복되는 투어와 테니스 루틴에 익숙한 테니스 대회 참가자 모두에게 경이로운 자연이 선물한 특별한 경험이 되었을 것이다.

평소에는 태양의 밝은 빛에 가려 보이지 않다가 개기일식 때 태양이 가려지면 비로소 존재감이 드러나는 태양 주변 대기층이 ‘코로나’이다. 그 뻗어나가는 모습이 ‘왕관’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태양표면보다 200배 더 뜨겁다고 알려져있다.


빅4의 부재 속에서 그들의 화려함에 가려졌던 선수들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요즘, 랭킹이 만들어주는 화려한 왕좌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 도전과 훈련을 반복하는 수 많은 테니스 플레이어들의 열정이 코로나를 닮은 듯하다.


일식은 지구 주위를 공전하는 달이 태양과 지구 사이에 오면서 해를 가리는 현상으로 일부를 가릴 경우 부분 일식, 전체를 가리면 개기 일식이라 부른다. 일 년에 몇 차례씩 일어나긴 해도 대부분 큰 바다 위나 오지를 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렇게 대륙을 관통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관찰되는 것은 일생에 단 한번 오는 기회다.


미국 북서쪽 태평양 해안에서부터 현지시각 21일 오전 10시 15분에 시작된 개기일식은 시속 약 3380km 로 약 1시간 40여분에 걸쳐 미국 14개 주를 가로지르며 동부시간 오후 2시50분 경에 사우스 캐롤라이나를 마지막으로 남서쪽 대서양 해안으로 빠져나갔다.

 

 

ATP 대회 개기일식에 대비하는 코인토스  


기사=테니스피플 이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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