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더러가 세계랭킹 1위 도전 미룬 이유

  
▲ 지난달 16일 윔블던에서 우승한 페더러가 우승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 3위)가 US오픈을 2주 앞두고 마스터스 대회 출전을 철회했다. 당장 눈앞에 놓여있던 세계랭킹 1위를 포기하고, US오픈 우승과 연말랭킹 1위 등극을 위해 휴식을 선택한 것이다.
 
페더러는 지난 1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신시내티에서 열리는 ATP1000시리즈 웨스턴앤서던오픈(총상금 524만4,930달러/8월 14~21일/하드코트) 출전 철회를 선언했다. 전날 로저스컵 결승전 도중 허리통증을 느낀 것이 이유였다. 신시내티 대회 2번 시드였던 그의 자리는 토마스 파비아노(이탈리아, 85위)가 럭키루저 자격으로 대신하게 됐다.
 
현재 페더러의 허리 부상은 경미한 것으로 보인다.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 7위)와 맞붙은 로저스컵 결승전에서 그는 2세트부터 몸놀림이 눈에 띄게 둔해졌지만, 기권할 정도는 아니었다. 즈베레프에게 0-2로 패한 뒤, 그는 “오랫동안 쉬다가 경기를 하면 근육이 여기저기 아픈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라고 밝혔다. 이어 “몸 상태를 지켜보고 신시내티 대회 출전여부를 결정하겠다” 고 말해 불참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만약 페더러가 신시내티 마스터스에 출전했다면, 대회 결과에 따라 다음주 발표되는 ATP랭킹에서 1위에 오를 수도 있었다. 현재까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앤디 머레이(영국)가 엉덩이 부상으로 인해 지난 7월 윔블던 이후 개점휴업 상태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 10월 이후 약 5년 만에 세계랭킹 1위에 복귀하며 황제의 화려한 부활을 알릴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페더러는 US오픈 우승과 연말랭킹 1위를 위해 일주일 뒤 찾아올 영광을 포기했다. 그는 “US오픈 이전에 1위에 복귀하는 것과 연말랭킹 1위에 등극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후자를 택하겠다. 랭킹 1위로 시즌을 마무리하고 홀가분하게 휴가를 보내는 게 좋다” 고 말했다.
 
올시즌 전성기의 기량을 되찾은 페더러는 강력한 US오픈 우승후보 중 하나다. 올해 획득한 랭킹포인트 기준으로만 보면, 페더러는 현재 7145점으로 1위인 라파엘 나달(스페인, 2위)에 불과 40점 뒤져있다. 3위는 4165점의 즈베레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5위)와 스탄 바브링카(스위스, 4위)가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했고, 머레이도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어, 이번 US오픈은 페더러와 나달의 대결이 될 가능성이 높다.
 
페더러가 올시즌 US오픈 타이틀을 차지하게 된다면, 지난 2007년 이후 10년 만에 그랜드슬램 3개를 석권하는 해가 될 것이다. 나달이 존재하는 한, 프랑스오픈을 제외한 3개 메이저대회를 휩쓰는 것이 페더러의 최대 목표인 셈이다.
 
또한 지난해 윔블던 이후 연말까지 잔여대회에 불참한 페더러로서는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 US오픈부터 시즌 마지막 대회인 ATP 월드투어 파이널까지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연말 랭킹을 1위로 마감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페더러의 연말 랭킹 1위는 지난 2009년이 마지막이었다.
 
간발의 차이로 숙명의 라이벌인 나달에게 1위 자리를 양보한 페더러. 2주의 휴식을 선택한 그가 남은 시즌 동안 테니스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갈 수 있을 지 지켜보자.

기사=테니스피플 박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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