윔블던 머레이힐을 본뜬 멜버른 언덕. 올해 새로 인공언덕으로 조성했다.. 관전 편의를 역점사항으로 두었다

 

  
 

 

정현의 경기가 열린 1월 17일. 12번 코트. 선수 자신도 놀랄 정도로 한국 관중이 많았다. 기자도 호주오픈 취재 10년간 이처럼 많은 한국 관중이 모인 것은 처음이다. 교민 30여명, 초등연맹 임원진 10명, 테니스피플 투어단 10명, 요넥스 5명, 대한테니스협회 4명, 동구여중 교사테니스회 4명, 개인적으로 비행기타고 온 관람객 10여명 등. 경기장에 등장한 태극기만 해도 10개가 넘었다.

그래서 경기중 응원이 과했다는 지적이 국내 JTBC 방송 화면을 통해 본 팬들에게서 나왔다. 조용히 박수만 치는 것이 아니라 샷 하나에 대한민국을 외쳤을 정도다. 그만큼 1승이 선수만큼이나 절박했고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어떻게들 왔을까.

일단 이렇게 많은 관중이 한국에서부터 날라온 배경은 시간과 돈이다. 최소 일주일 이상 자신에게 투자할 마음의 여유가 있는 분들이다. 비용은 그리 크게 들지 않았다. 테니스피플 투어단의 경우 항공은 말레이시아의 에어아시아를 이용해 쿠알라룸프르에서 한번 갈아탔다. 저가항공이라 조기 예약 신청자의 경우 80만원이 들었다. 경기장 입장권은 센터코트 2일 낮,밤 티켓 400달러와 실내코트를 제외한 모든 코트 관람이 가능한 그라운드패스 5일권이 163달러해서 60만원~70만원 정도 든다. 


먹고 자는 것이 가장 문제인데 에어비앤비를 통해 아파트 2개를 빌렸다. 4인실, 6인실 두개로 나누어 아침 식사와 숙박을 했다. 아파트는 1인 5만원꼴. 10일이면 50만원. 4인이면 200만원인 셈이다.

 

 

테니스피플에선 항공과 입장권을 각자 카드로 계산하게 하고 숙박비만 대납하고 송금을 요청했다. 식사는 한끼당 10달러씩 책정해 하루 30달러, 10일이면 300달러. 공동경비(공항-아파트 택시비, 1일 그레이트 오션로드 관광)로 150달러를 요청했다.

 

요약하면

항공 80만원~100만원
입장권 70만원
아파트 50만원
식사및 공동경비 50만원. 
합계 기본 250만원~270만원이 소요됐다.

 

경기장내에서 10달러로 먹을 수 있는 것이 지난해만 해도 많았는데 올해는 물가가 두배이상 올라 10달러로는 맥주 한잔 밖에 안됐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낸 것이 아파트 근처 슈퍼마켓이나 빵집에서 과일과 빵을 20달러 정도 구매해 경기장에 입장하니 배는 고프지 않았다.


호주사람들은 과일도시락, 빵, 물 등 먹을거리를 큰 장바구니에 담아 경기보면서 먹고 먹으면서 경기를 보는 장면이 수시로 목격되었다. 아침 11시에 시작하는 경기들이 밤 10시넘어서야 끝나는 관계로 체력전이다. 그래서 먹을 것을 수시로 먹어야 덜 지친다.


본선 첫날, 128경기가 곳곳에서 열리는 가운데 다 쫓아 다니다 지쳐, 혹은 한곳에서 꼬박 4~5경기를 보다 지쳐 떨어진 투어단 멤버도 있었다.

 

 

  

 

호주사람들은 큰 언덕위나, 벤치에 거의 눕다시피해 대형전광판을 통해 경기를 보았다. 보다가 잠이 들고 박수소리에 깨 다시 보곤 했다. 하루종일 테니스에 푹 빠져 있었다.

 

 

 

투어단의 경우 테니스를 잘 알고 관심이 지대한 멤버들이어서 어느 코트에 가서 누구를 봐야 하는 지 잘 아는 '빠꼼이'들이다.


물었다. 어떤지. 사진 몇장 밴드에 올리고 카톡으로 한국의 지인들에게 보내니 난리가 아니라고 한다. 정말이지 부럽다며 다음에 자기들도 오겠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 나달 삼촌과 사진을 찍고 페더러가 코트에 있는 것을 배경으로 촬영을 하고 해서 화면에서만 보던 톱 스타들을 눈으로 보는 기쁨을 누렸다.

 

그래서 잠자리가 공동생활이라 좀 불편하고 먹는 것도 누가 챙겨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해결하고, 먹을 것이 평소 먹던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다 견뎌낸 것으로 보인다.

 

빌린 한 아파트는 집 전체를 빌린줄 알았는데 방하나를 빌려 6명이 자는 형편이 되었다. 방 2개, 거실 하나, 욕실 하나로 알고 빌렸는데 막상 방 하나는 여주인이 살고 있었다. 믹스트룸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투어단의 불만이 하늘을 찔렀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적응하기 시작했다. 집안의 여자는 그저 그림이고 우리네와는 공간을 같이 사용하는 요원에 불과하다는 것. 주인에 포함 8명이 욕실 겸한 화장실 하나로 눈치껏 이용했다. 하나도 겹치지 않게. 겹쳐도 누군가가 약간 참으면 이내 밖에서 기다리는 줄 알고 빠른 시간에 용무를 마치고 나왔다. 


부엌 사용도 마찬가지. 조용히, 자는 사람 피해 안주게 요리를 하고 식사를 했다. 우리는 남에 대한 배려, 공유라는 개념이 적은 편이다. 일단 자기가 먼저 편해야 하고 자기식대로 생활한다. 그리고 자기 것을 나누기 보다 자기 전유물로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남의 배려보다는 자기 위주로 자유롭게 마음껏 누리며 산다. 그런데 외국의 경우 자기 집의 방을 관광객에게 빌려주고 공간을 나눠 쓰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기자의 경우도 방 3개, 거실 1, 화장실 2개의 서울 보통 아파트에 사는데 방1개, 화장실 1개 남에게 그것도 외국인에게 빌려 줄 생각을 꿈에도 못하고 있다. 아무튼 좁고 비싸고 취사가 안되는 호텔대신 아파트를 빌려 생활을 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테니스 선수 플레이를 관람했다. 그런데 어느덧 여행 일정의 중반을 넘었다. 대회는 이제 2회전인데.

 

이번 투어단은 행복한 편이다. 정현이 1회전에서 승리하고 2회전을 하게 되었으니. 보통 외국 선수만 보다가 가는 경우가 허다했다. 우리 선수가 1회전해도 '졌잘싸'의 경우가 많았다. 허탈했다. 졌지만 잘 싸웠다는 기사가 안된다. 이번엔 예선결승부터 관전해 이덕희의 경기를 3번 쇼코트에서 손에 땀이 쥘 정도로 봤다. 이덕희와 정현의 경기를 아주 잘 봤다. 총 우리선수꺼 3경기를 보면서 좋은 경험을 했다. 

일본의 경우는 어떨까. 주니어 포함 20여명의 선수들이 그랜드슬램마다 출전해 응원객이 수백명이나 된다. 과장하면 1천명은 족히 된다.

그래서 일본 테니스잡지에선 해마다 투어단을 모집해 전세기를 띄운다. 5일 숙박 호텔과 사흘간 입장권, 항공권해서 5~600만원 정도의 비용을 받는다. 로드레이버 아레나 센터코트나 하이센스 아레나는 각자 구매 조건이다.

중국의 경우는 각자 온다. 

우리나라의 경우 투어단 모집해 10명이 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100만원 정도하는 상하이마스터스는 이제 가격 저항이 없지만 300만원하는 호주오픈투어는 많이 망설인다. 문의만 오고 막판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10일이상 하던 일을 멈추고 오기란 여간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참가자들은 대단하다. 

참가자중 예과 의대생이 한 명있다. 테니스 배운 지는 석달인데 공부때문에 점점 시간이 없을까봐 투어를 단행한 경우다. 센터코트 야간만 세번 끊고 낮에는 멜버른 시내 관광하고 견문을 넓혔다. 첫날 경기 관람 뒤 얼굴 표정이 환했다. 야간 센터코트에 들어오는 범상치 않은 선수들에게서 에너지를 받은 느낌이다.

아마도 투어단이 귀국해 느끼는 호주오픈 투어 여운은 장담컨데 족히 몇달은 간다.

 

 

▲ 동구여중 교사테니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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