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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Oct 22, 2021

장호테니스재단의 선수 육성법 - 선수는 어떻게 성장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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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7월 불가리아 플로브디프에서 여자 국가대항전 페드컵 월드 2그룹 플레이오프가 열렸다. 한국은 박성희, 김은하, 최주연, 최영자가 출전해 불가리아를 4대1로 이기고 16강에 진출했다. 대표팀은 김영환 감독이 맡았다.

 

당시 선수들은 지금 이름을 들어도 쟁쟁한 선수들이고 이후 화려한 성적을 내고 박성희는 심리연구소, 최주연과 최영자는 현재 테니스 지도자로 맹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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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아에서 이런 에피소드가 있었다.


쌀과 밑반찬, 육포, 젓갈, 김치 등등 한국사람이라면 먹고 힘낼 식재료들을 바리바리 싸갔다. 아침일찍 코펠과 버너로 맛있게 밥을 짓고 한상 차려 준비했다.

 

홍순모 단장(장호테니스재단 명예이사장)은 김성배 부단장이 정성스레 마련한 밥상을 놓고 “우리 이거 우리가 먹는 거 아니잖아. 선수들에게 보냅시다”했다. 두어시간 밥상차리는데 시간을 쓴 부단장은 단장의 딱 한마디를 듣고 바리바리 싸들고 선수들에게 전했다.

 

선수들은 입맛에 맞지 않는 동유럽 음식을 대회초반 먹는 둥 마는 둥 하다가 한식을 접하게 됐다.
어른들이 제공하신 음식에 맛있게 먹고 경기에 나섰다. 결과는 완승이었다.

 

이렇듯 선수들은 어른들의 정성과 관심, 배려에서 성장한다.


4반세기 25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강원도 양구에서 열린 제65회 장호홍종문배전국주니어테니스대회 남녀 준결승경기에서 이것이 고스란히 배어 나왔다.

 

고등학교 1학년 나이와 3학년 졸업반의 남녀 준결승 경기에 앞서 싱겁게 2대0으로 끝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남자 단식 준결승 장우혁과 윤현덕의 경기는 세시간 반이 넘었고 여자단식 준결승 이경서와 정보영의 경기도 손에 땀을 쥐게하는 경기를 했다.


경기를 관전한 장호테니스재단 이사들과 집행위원, 한국중고테니스연맹 임원들, 한국시니어테니스연맹 회장단들은 경기 뒤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기념촬영까지 했다. 경기를 보면서 “와 엄청 잘한다” “투어 선수 경기 못지 않다” “우리 주니어들 세계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며 찬사를 보냈다.


강원도테니스협회 윤일남 회장과 전직 선수출신 조은영 이사는 여자단식 준결승에서 패한 이경서와 아무 지역 연고도 없는데 기념촬영을 하며 즐거워했다.

 

모처럼만에 좋은 경기를 본 테니스원로들이 주차장에서 자리를 떠날줄도 모르고 한국 주니어 이야기 꽃을 피었다.

 

늘 무관중 경기에 익숙하던 우리 주니어 선수들, 센터코트 대신 관중석 없는 스트리트 코트한구석에서 경기하고 경기결과 로빙 엄파이어가 본부석에 무전으로 알리는 것으로 끝나던 대회, 경기 지켜보는 사람이라곤 로빙 엄파이어와 자신의 코치뿐인 상황이 습관화된 우리나라 주니어 테니스의 현실이다.

 

하지만 장호배는 센터코트에서 경기를 하고 3시간 경기를 자리 안떠나고 꼼짝없이 경기보며 공 하나하나에 탄성과 아쉬움을 토로하는 어른들이 있다.

 

그래서 해마다 명승부가 펼쳐지고 볼만한 경기가 나온다. 결승전도 남녀 결승전을 동시에 두코트에서 하는 것이 아니고 센터코트에서 순차적으로 하며 결승에 오른 선수들을 주인공이라 여기고 스타로 만든다.

 

선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렇게 만들어진다. 장호테니스재단식의 관심과 배려 그리고 격려다.


그래서 호주오픈 4강 선수가 나오고 18년만에 투어 우승자를 배출하는 것이 장호배다. 2015년 권순우가 장호배에서 우승했을 때 국내 선수 하나가 국내대회에서 우승하나 보다 여길 수 있지만 그 선수는 채 6년도 안되어 프로 선수가 되고 세계 50위권에 들었다. 심지어 투어 우승도 했다.

 

어느 선수가 어떻게 성장할 지는 누구도 모른다. 하지만 장호테니스재단은 아는 듯 했다. 선수에게 물 주고 관심을 꾸준히 주면 진짜 선수가 된다는 것을. 65년의 역사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어느 테니스대회도 3위 시상식을 하지는 않는다. 준결승에서 패한 선수들은 그저 상장 하나 받아가지 마련이지만 트로피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패자는 패자이기에 대우도 패자식으로 한다. 하지만 장호배는 3위에게 1위 못지 않은 시상식을 연다. 장호테니스재단 김두환 이사장은 3위 시상대에 선 선수들에게 “결승에 진출한 선수들보다 3위한 그대들이 더경기를 잘했다”며 “어린 나이이기에 앞으로 장호배 우승 기회가 있다.

 

내년에 꼭 우승에 도전하라”고 격려했다. US오픈 16강 두 번, 2003년 투어 우승한 이형택도 장호배에서 우승을 못했지만 이후에 대 선수로 성장한 경우를 예로 들며 3위 시상대에 선 선수들을 격려했다.

 

선수들은 장호배 3위했다고 받은 크리스탈 트로피를 소중히 안고 사진 촬영하고 총총이 집으로 돌아갔다. 마치 개선장군처럼.

 

선수는 패배에 굴하지 않고 미래 꿈을 꾸며 가벼운 발걸음을 내디뎠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일한 테니스재단인 장호테니스재단의 선수 키워내는 방식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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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양구 테니스피플 박원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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