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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저녁 양구시내 피자집.

 

코로나로 전국이 저녁시간 모임 제한 조치가 펼쳐지는 가운데 양구의 또래오래 피자집 홀은 텅 비었다. 주인장 내외가 TV를 보면서 한창시간인데도 화덕의 열기와 고소한 피잣내는 전혀 없었다. 건너 양구서점 책방 문은 초저녁에 일찍 닫혔다.

 

양구 경기가 어떠냐는 질문에 주인은 예전 같지 않지만 그래도 전날 테니스와 유도팀들이 와서 테이블을 메웠다고 한다. 여름이면 시원한 맥주에 피자로 저녁식사를 하던 예전에 비하면 만족할 수 없지만 그래도 스포츠 대회가 있어 버티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 전에 부대에서 몇십박스 피자 배달도 있었지만 옛날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양구의 스포츠 마케팅 

 

강원도 양구군(군수 조인묵)은 전체 인구가 2만2172명에 불과하다. 강원도내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지자체다. 하지만 양구군은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매년 25만여명이 각종 대회 참여와 전지훈련을 위해 양구를 찾는다.

 

경제 효과가 연간 200억원대에 달한다. 양구군 조인묵 군수는 각종 대회와 전지훈련을 더 많이 유치해 양구를 스포츠 중심지로 키워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과거 양구의 지역 경제는 군인 소비와 농업에 의존했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굴뚝 없는 산업’인 스포츠 마케팅을 성장 동력으로 삼았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100개가 넘는 대회를 유치했다. 3년간 양구로 전지훈련을 온 팀이 268개에 달한다. 2017년 212억원, 2018년 202억원, 2019년 203억원 등 매년 200억원대 경제 효과가 발생했다.

 

지난해는 코로나 여파로 111억원에 그쳤지만, 올해는 철저한 방역을 통해 250억원 이상을 내는 것이 목표다.

 

양구종합운동장을 중심으로 천연 잔디구장과 FIFA 공인 인조 잔디구장, 양구테니스파크 등이 걸어서 5분 이내 거리에 밀집해 있다. 2023년에는 100억원의 국비를 발판으로 실내 체육관 3동과 축구장, 야구장 등을 갖춘 양구 종합 스포츠타운이 들어선다.


다른 지역같으면 무너져 가는 곳이 양구는 스포츠 마케팅으로 잘 이겨내고 타 지역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었다. 그 중심에 1년 20여개 대회를 하는 테니스가 중심과 선봉이 되고 있다.  

 

여름에 테니스 선수 1천여명 '득실'

 

한국중고테니스연맹은 7월~8월 주니어 테니스대회로 그나마 문이 열려있는 양구에서 열고 있다. 

지난주 금요일부터 열린 제57회 바볼랏전국남여중고테니스대회에는 남자 중등부 256드로, 여자 중등부 28드로 등 해서 1000여명이 단체전과 개인전 단식과 복식에 출전했다.

 

해마다 여름에 주니어선수 1천여명이 양구를 들었다 놓았다 했다. 고등부 단체전과 개인전은 대학입시 4강 티켓이 걸려있고 중등부 입장에선 아카데미와 학교팀 소속 선수들이 미래의 투어 선수를 꿈꾸며 여름한철 실전 경기를 하고 있다. 

 

이 대회는 원래 전통의 동아일보사에서 주관해 열다가 국내 토종 브랜드 낫소에서 오랫동안 대회를 열어 중고등학교테니스대회의 큰 줄기를 이뤘다.

 

이른바 낫소기. 서울 장충코트에서 아침 9시에 들어간 경기가 밤 10시나 되어 끝나던 단체전 중고등학교대항전의 대명사였다. 이후 바볼랏에서 대회의 중요성을 받아 대회의 명맥을 굳건히 이어가고 있다.  

 

바볼랏의 통 큰 투자 

 

바볼랏(유진커머스) 김흥식 대표는 우리나라 중고테니스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는 전통의 낫소기테니스대회가 한동안 중고테니스연맹이 후원사를 찾지 못할때 "낫소기 우리가 하겠다"고 해 선뜻 맡았다. 

 

낫소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면서 낫소기중고테니스대회를 후원했던 김흥식 유진커머스 대표는 낫소기에 대한 애정이 깊게 있었다. 친정 낫소가 대회를 못한다면 바볼랏이 해보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 결정 과정에 여러차례 돌다리 두드리듯 낫소가 지원을 계속할 지를 확인했다.

 

그동안 낫소가 주인이 몇차례 바뀌면서 전통의 낫소기 또한 소멸될 위기에 있었다.

 

낫소기테니스대회는 애초 동아일보사에서 이땅의 테니스 발전을 위해 20년간 개최하다가 낫소로 타이틀 스폰서가 넘겨졌다. 이후 30년간 낫소가 타이틀 스폰서를 하면서 우리나라 중고테니스의 여름 단체전의 왕자로 자리매김해온 대회다.

 

1999년 장충코트에서 열린 낫소기대회에 집권여당 한나라당 이회창 대표가 관전해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테니스볼과 라켓 등을 생산하던 낫소는 1974년 가족테니스대회,전국여자테니스대회를 시작으로 70~80년대 우리나라 테니스대회란 대회는 모두 후원했다.

 

단체전의 대명사인 낫소기중고테니스대회도 올해로 57회를 맞았다.


바볼랏은 2019년부터 대회 후원을 하면서 바볼랏전국중고테니스대회로 맥을 이어가게 됐다.

보통 이 대회에는 중등부와 고등부 30여개팀 600여명이 출전해 각 학교의 명예를 걸고 한판 승부를 벌여왔다. 오전 9시에 시작한 경기는 저녁 5시가 되어야 끝날 정도로 단체전의 후끈한 각본없는 드라마를 연출해 왔다.

 

바볼랏이 대회를 후원하면서 다른 대회와 달리 각 지역을 대표하는 중고등학교에 골고루 상과 부상이 나눠졌다.

 

단체전 남녀 중등부와 고등부 1,2,3위를 시상해 총 16개팀이 혜택을 입었다. 단체전뿐만 아니라 개인전도 열어 단식과 복식에서 입상자를 배출했다.
총 3000만원 상당의 시상품으로 단체전 16팀, 개인전 32명(복식포함)에게 골고루 상패와 상품이 전달된

바볼랏은 2013년과 2015년에 부산챌린저를 공식적으로 후원하면서 국내에 본격적으로 대회를 통해 브랜드를 알리게 되었다. 지난해 부산오픈과 광주오픈을 후원을 계속하고 전국남여 중고등학교 테니스대회 후원을 시작했다.

 

김흥식 대표는 "중고연맹대회 후원을 계속하고 싶었다. 2019년 좋은 기회가 왔다. 하지만 금방 기회가 오질 않아서 사실 오래 공을 들였다. 이전에 낫소기대회때부터의 전통을 그대로 이어오게 되어 더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50여년의 대회 역사를 고스란히 안는 자부심과 100년 이상 이어가야 하는 부담도 동시에 안았다.

 

바볼랏은 학생 선수의 경우 14세부터 선수 선호에 따라 제품을 택하고 연령대가 올라가면서 비중이 높아가고 있다. 동호인 부문에서도 라켓 호응도가 좋아 활성화가 되어 있다.

 

바볼랏은 몇년전부터 주니어 엘리트까지 챙겨볼 수 있게 돼서 시작이긴 하지만 하드웨어적으로 완전체로 만들어지고 있다. 낫소가 한창시절에 초등부터 동호인 어머니까지 챙기던 것을 몸소 겪은 김 대표는 바볼랏이 그자리를 대체하는 것이 꿈이다.

 

이를 위해 세계적인 브랜드를 국내에 널리 알리고 바볼랏 용품을 사용하게 하고 있다. 라켓과 스트링에서 전문 기업인지라 제품에는 타사에 결코 뒤지지 않는 것이 김 대표의 확신이다. 특히 스트링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한다.

 

이번 대회에는 바볼랏 부스를 차려 라켓시타도 해보고 제품도 접해보는 좋은 기회를 2년째 코로나바이러스로 갖지 못해 아쉬워했다. 

 

바볼랏은 전통적으로 어린 나무에 물주듯이 주니어에 관심이 많다. 국내 주니어 가운데 세계 1~3위를 하던 선수들이 바볼랏프랑스 본사에서 용품 후원과 투어 후원비를 받은 적이 있다. 주니어 마칠때까지 후원을 했다.

 

전세계 주니어들에게 테니스를 잘 할 수 있도록 든든한 뒷배가 되어 왔다.

 

대회 참가하는 선수 가운데 누가 툭 튀어나와 프로선수가 되고 국가대표가 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허투루 소홀히 할 수 없는 소중한 자산들이기 때문이다.

 

기사=테니스피플 박원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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