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를 왜 쳤냐구?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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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6월말이었던 것 같다. 나이 36에 평범한 직장생활, 그냥 적당히 안락한 삶, 그리고 가족 이게 내가 가진 전부라는 것이 짜증난 시기가…

퇴근길에 차를 몰고 집으로 오다가 정말 갑자기 든 생각이었다. 내가 과연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 걸까? 남들이 보기엔 그냥 무난한 삶일텐데, 갑자기 그것이 짜증난 것이다.

15분정도의 운전(이게 우리집과 회사와의 거리다)을 하며, 크락션을 몇번 울렸는지도 모르겠다. 크락션은 분명 내게 분풀이의 대상이었던 것 같다. 앞차가 조금만 지체해도 신경질적인 나의 반응… 평소의 내가 아닌 듯 했다.

그때 갑자기 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 “테니스 레슨 회원 모집”이란 플래카드였다. 마치 마술에 걸린 사람 처럼 아무 생각없이 바로 차를 세우고 전화를 걸었다.
“지금 바로 할 수 있나요?”
“예 오늘 등록하시고 하시면 됩니다.”

이게 나의 테니스 입문기이다.

그때부터 지금까지(9개월째) 열심히 레슨받고 있다. 정말 아무런 생각없이 시작한 레슨이었지만, 지금도 2004년도에 내가 가장 잘한일은 테니스를 시작한 것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테니스를 시작하면서, 고약하게 나를 내리 누르던, 중년 초입의 센티멘탈이 사라지고, 얼굴에 다시 웃음이 감돌기 시작한 것이 그때부터의 일이다.

지금의 내 일상을 지배하는 것은 테니스인 것 같다. 아직 잘 치지 못하는 테니스이고, 항상 파트너에게 미안한 테니스지만, 퇴근해서 라켓들고 테니스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마치 내가 연애하던 시절 와이프를 만나러 가던 길의 그 느낌인 것 같다.

지금 달라진 내 모습(몸무게 5kg 감량된 적당한 체구의 모습, 왠지 젊어진듯한 모습, 술자리를 마다하는 모습)을 보며 주위분들이 가끔 물어온다. 테니스를 왜 시작했냐구?

그럼 웃으며 대답한다.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