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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단신 나라 구루미 경기 관전평


흔히 테니스는 라켓을 가방에 넣을때 까지 승부를 알수 없다고들 이야기 한다.

프랑스오픈 여자단식 본선에 오른 일본 여자 선수 나라 구루미의 1회전 경기가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일본 여자 테니스 선수들은 대체로 키가 작다. 네트높이보다 조금 큰 160cm 이하다. 프랑스오픈 본선에 출전한 도이 미사키와 나라 구루미가 그 대표적인 일본 여자 선수다.


그중 나라 구루미가 2회전에 오르는 경기를 취재했다.  나라 구루미는 관중석도 없는 닭장 같은 코트에서 경기를 했다. 선수와 심판, 볼퍼슨, 일부 사진 기자만 들어가는 코트다. 관중들은 밖에 서서 철망너머로 경기를 보는 코트다. 


구루미는 1세트 초반 체크의 키큰 알레르토바를 상대로 잘 풀어갔다. 5대 3으로 리드하다 5대 7로 내줬다.  이후에는 졌지만 잘 싸웠다는 분위기로 가는 듯 했다. 2세트들어 2대2까지 시소게임을 했다. 정교한 샷으로 좌우로 돌린 구루미는 자신도 각 깊은 공에 숱하게 당하기도 했다. 


다리가 길지 않아 좌우 깊숙한 곳에 볼이 오면 거의 누워치듯 라켓을 쭉 내밀어 리턴을 했다. 일명 '침대 테니스'를  구루미가 보여주었다.  구루미는 몸쪽으로 오는 공에 대해서는 제대로 각을 잡고 리턴하는 경우가 간혹 있었다. 네트앞에 떨어진 공은 거의 처리를 못했다.  그러다가 2대 2에서 상대 서비스게임때 베이스라인 뒤에 있는 상대를 보고 네트 앞에 떨어지는 쇼트를 넣었다.  알레르토바를 학다리로 성큼성큼 뛰어와 짧은 볼을 처리했다. 그러자 구루미는 상대 키를 넘겨 베이스라인 안쪽에 로브 볼을 구사한 것이 구루미였다. 


그것이 승리의 요인이 되었을까. 알레르토바는 배를 움켜쥐었다. 구루미의 서브를 받는 대신 등을 보이며 돌아섰다. 시간이 지체되자  체어 엄파이어는 타임 바이오레이션을 불렀다. 

2세트 5대 2로 벌어지면서 구루미는 날개를 달았다. 메디컬 타임을 쓴 체코 선수는 응급실까지 다녀오면서 다시 경기를 속개했지만 이내 2세트를 마치고 기권을 했다. 


구루미가 2세트 접전을 벌일때 일본 관중들은 수시로 "간빠레(힘내라)"라며 기대의 끈을 놓지 않았다.  심지어 벤치에서 쉴때 선수 뒤 에 큰 일장기를 병풍처럼 띄웠다. 구루미를 주목하는 관중과 미디어에 일장기의 노출을 유도했다.  구루미에게는 '당신의 뒤에는 일본이 있다'며 힘을 불어 넣어 주었다. 

160cm가 안되는 키로 투어 생활을 한 지가 10년이 넘은 구루미의 현재 랭킹은 91위. 2회전에서  키 큰 아나 이바노비치와 1회전보다 좀 큰 경기장에서 할 것으로 보인다. 얼마나 뛰어 다니고 끝까지 포기 안할지 재밌는 경기가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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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파리 박원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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