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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아마 대회 참관기

프랑스 Cap d’Agde 에서 열린 « 2005 나쇼날 컵 » 대회 참관기

"풍광이 아름다운 해변 휴양지에서 백년 수령의 우거진 송림 아래 수십 면의 테니스 코트를 누비며 한 주일 동안 테니스만 치면서 지내고 싶은 생각이 있는가 ? 아마도 최고의 극성 테니스 매니아일지라도 그런 꿈은 너무 과분해서 감히 꾸지를 못할 것이다. 나도 그런 꿈은 꾸어 본 적이 없다. 그러나 꿈을 꾸지 않은 그런 일이 어느날 뜻밖에 내 앞에 벌어졌다."  

1. 고대하던 리옹대회 그러나  관전 포기
리옹 대회를 예선부터 결승까지 모두 다 관전하려고 일 년 전부터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 7월에 대회 본부에서 안내문을 보내왔다. 프랑스 테니스협회 회원들에게만 기회가 주어지는 40 % 할인 예매신청 안내였다. 곧장 신청서와 1 주일 간의 입장권 요금 100 유로를 수표로 보냈다. 그리고 대회 일 주 전에 발매 창구에 가서 표를 받아 왔다. 부라보 !

그런데 지난 8월부터 내가 출전하고 있는 어떤 아마추어 테니스 대회가 있었다. National Cup 대회라고 하는데 프랑스 여러 지역별로 우승자를 가려서 10월 23일부터 일주일간 프랑스 남부 지중해 해변 도시 Cap d’Agde에서 전국 본선을 하는 대회이다. 단식만의 시합이다. 프랑스에도 복식경기를 대회에 포함하기도 하지만 그 경우에도 단식이 중심이다. 뜻밖에도 내가 리옹 지역 30/3 등급에서 우승을 하였다. 30/3 등급은 한국으로 치면 중상급 정도, 미국 기준으로 4.0 정도의 수준이다.

리옹 대회 관전을 포기하기가 너무 어려웠지만 프랑스의 아마추어 전국대회를 꼭 한 번 보고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 테니스 단짝 18세 소년 세드릭이 애걸 복걸 같이 가자고 졸라댔다. 그는 숙소 임대료를 자기가 대부분 내겠다고 하면서 까지 간청하는데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는 나보다 한 등급 높은 30/2 등급인데, 작년에는 지역 예선 8강전에서 탈락하여 출전을 못했었고, 절치부심하여 금년에는 준우승을 하여서 전국 본선에 출전권을 얻게 되고는 뛸듯이 기뻐하였다. 이제 리옹 대회 표를 팔 아야 한다. 내가 나가는 테니스 클럽 게시판에 광고를 해 두었다. 그러나 100유로(13만원)인 금액이 커서인지 잘 팔리지 않았다. 친한 테니스 친구 리샤르에게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의 4장의 표를 선물로 주고 떠났다. 딸 아이 가온이가 마침 열흘 동안의 투쌍(조상 추모일) 바캉스 기간이라 같이 따라 왔다.

2. 해변 도시 Cap d’Agde 로
Cap d’Agde 에서의 프랑스 아마추어 전국대회 경험은 놀라왔다.

이곳은 마르세이으에서 서쪽으로 두 시간 정도 걸리는 인구 3천명 정도의 해변 휴양지이다. 프랑스 전역에서 선수와 가족 합해서 5,000 명가량의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이들이 도시를 가득채우고 일 주일 동안 아침부터 밤까지 테니스 시합과 관광, 타이치 수련, 골프대회 등의 행사를 즐기고 있었다. 어느 날 저녁 시간에는 프랑스 여자 프로 선수 라자노와 그 밖의 여러 선수들이 아이들과 같이 공을 치는 행사도 있었고, 브라질 댄스 공연, 가라데 시범도 있었다. 거리마다 테니스 라켓이나 테니스 가방을 맨 사람이 눈에 띄었다. 내가 보기에, 이 한 주일 동안만은 이 도시는 테니스인이 시민으로 이루어진 테니스 나라, 아니 테니스 천국인 것이었다.

대회 장소는 국제 테니스 센터라고 부르는 곳이었는데 조명이 있는 25면의 실외 코트가 있었고, 원래는 8면 정도의 실내 코트였을 대형 공간은 대회 진행본부와 식당, 매점, 테니스 용품 전시 판매장, KIA 자동차, Babolat 등의 대회 협찬사들의 전시 코너로 꾸며져 있었다. 테니스장에 인접한 호텔은 이름조차도 « 호텔 인터나쇼날 테니스 » 이고, 또, 그 옆에는 « 테니스 빌리지 »라는 팬션 단지가 있었다. 그 팬션 단지 안에도 테니스 코트가 20면이 있었다.

나는 테니스 친구 세드릭의 가족과 같이 대회장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 생 루프 빌라지 »라고 하는 팬션 단지에 방 두 개짜리 집을 얻었다. 이 도시에는 팬션 단지가 수도 없이 많았다. 각 팬션단지는 수 십 세대의 스튜디오나 팬션을 이어 붙여 지은 다음 철망과 관목울타리를 둘러서 작은 마을을 이루었다. 아마도 여름 휴가철에는 꽤 비싸게 주고 예약을 해야만 들어갈 수가 있겠거니. 우리가 든 단지는 100 세대 정도의 규모였다. 물이 데워진 야외 수영장이 있으며, 슈퍼마켓, 식당까지 있었다.

세드릭의 양아버지 파트릭이 전처 소생의 5살 아들 케빈과, 7살 딸 말로리를 데리고 왔다. 순진하고 명랑한 아이들이었다. 그들이 방 하나를 썼다. 나와 세드릭이 다른 한 방을 차지했다. 세드릭의 14살 된 여동생, 베로닉이 내 딸 가온이와 같이 거실에서 잤다. 가온이는 조용하게 휴가를 보낼 것을 기대하다가 사람들로 둘러싸이게 되어서 피곤해 했다.

세드릭 어머니가 예정과 달리 오시지 않아서 유럽식 식탁을 보고 싶었던 내 기대는 깨졌다. 내가 나서서 저녁을 차렸다. 첫째는 내 입맛을 위해, 두 번째는 한국 음식을 자랑하고 싶어서, 마지막으로는 1주일 간의 집세 380유로(50만원)중 내게 80 유로만 물게 해준 세드릭에게 신세 갚음을 하는 의미였다.

내가 마련한 요리는 새우 야채 볶음, 돼지고기 야채 볶음, 닭 날개 조림(그러나 잘못해서 탕이 되어 버렸음)과 밥이었는데, 세드릭이 배를 두드려 가며 서너 번씩 덜어서 먹어 주었다. 조리를 한 나를 기쁘게 해 주려는 배려가 보였다. 5살 짜리 케빈도 새우 요리를 네 번이나 덜어 먹어서 사람들을 걱정하게 만들었다. 세드릭의 양아버지 파트릭은 제빵 기술자인데 아마도 체중관리를 위해선지 내 음식에 별로 손을 대지 않고 샐러드와 바게트 빵과 치즈 종류로 간단히 때웠다.

집이 붐벼서 스트레스가 좀 있었다. 그래서 월요일 아침 일찍 혼자 해변으로 나가서 산책을 했다. 이 바다가 바로 세계사 시간에 그리스 로마 문명의 터전이라 배웠던 지중해다. 인적이 드문 가을날의 해변의 아침이다. 들리는 것은 파도소리와, 바람이 풀과 나무 잎을 나부끼게 하는 소리 뿐이었다. 아침 햇살을 받고 일렁이는 파도를 보았다. 맑게 씻긴 조개들을 종류별로 주워 담았다. 나 말고도 개를 데리고, 혹은 혼자서 산책하는 중년이 몇 명 있었다. 선창에서 새우를 500 그람에 2유로 주고 샀다.

3. 대회 풍경
선수들은 10대부터 50대 까지 골고루 섞여 있었다. 나 같은 중년은 닳고 닳은 요령으로 승수를 늘려 가려고 하지만  10대의 솜털이 보송보송한 청소년들이 적극적으로 공격 테니스를 구사하면서 테니스의 경력을 쌓아가는 것이 너무나 신선하게 보였다. 그들의 부모들은 철망 뒤에서 조용히 지켜 보고 있었다. 오늘 이기거나 지거나 간에 우리 아이가 테니스에 집중하고 열정을 기울이는 것으로 충분히 만족한다. 노력하다 보면 실력은 늘기 마련이 아니겠는가 하는 여유로움을 볼 수 있었다. 자기 아이가 지더라도 표정은 담담하였고 승자를 축하해 주고 상대방의 다음 경기에 행운을 빈다는 말을 해 주곤 하였다.

결승까지 모든 경기가 선수들 자율 판정에 의해 진행되었다. 라인 판정에 이견을 보이는 때가 없지는 않았지만 목청을 높여 다투는 경우는 전혀 없었다. 관중들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의 평상적인 목소리로 각자 자기 주장을 하다가 어떻게든 진행해 나간다. 그 포인트를 다시 하거나 아니면 둘 중 어느 사람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남자 일반부에 무등급(NC) 부터 2/6 등급까지 17등급, 남자 35세 이상부에 마찬가지로 17등급 여자 일반부에 17등급, 여자 40세 이상부에 17등급 등 모두 68개 등급에, 각 등급별로 30여명의 선수들이 출전했다. 그러니까 어림잡아 선수만 2,000여명이다. 선수 치고 혼자 온 사람은 없었다. 다들 가족, 애인, 친구나 클럽 멤버들과 같이 어울려 다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내가 출전한 등급인 30/3에는 전국에서 32명이 출전했다. 1차 전은 일요일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비로 연기되어 월요일 오후 3시에 이루어졌다. 상대는 10대의 소년이었다. 셍 떼띠엔느에서 왔다고 했다. 스트록이 강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넷으로 나갔을 때 매서운 패싱샷을 해 왔다. 어 뜨거라 ! 하고 그 다음부터는 넷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랠리 싸움에서 내가 더 안정되어 있어서 6대3, 6대2로 이겼다.

두 번째 시합은 화요일 오후 두시에 이웃한 도시 베지에(Besier)에서 있었다. 30분 정도의 거리이고 대회 본부에서 수시로 셔틀버스가 다니지만 내가 운영 본부에 도착하기 15분 전에 떠나고 없었다. 내가 불어가 서툴고 정신이 분산되어서 대회 본부 바로 앞에 붙여둔 셔틀버스 운행시간을 미리 확인해 두지 않은 것이었다. 그러나 만일의 경우를 생각해서 내 차를 가져 갔기에 10분 늦게 도착할 수 있었다.

플라타너스 잎이 우수수 떨어지는 국도를 드라이브하여 낯선 어느 이국의 도시를 찾아가는 느낌은 다소 드라마틱 하기도 하였다. 불안과 설렘과 외로움과 호기심 등이 골고루 버무려진 느낌이었다. 베지에는 해안 평지에 이루어진 작은 항구도시 였다.

두 번째 상대도 십대 소년이었다. 릴이라는 도시에서 왔다고 했다. 워밍업 때는 스트록이 물러 빠져서 나를 안심시키더니 막상 시합에 들어가니 강타에 이어 넷 대쉬를 해 온다. 그의 발리와 스매쉬도 안정되어 있어서 내 장기인 수비를 무력하게 했다. 2대0, 3대1, 4대2로 밀리고 있었다. 맘 속으로 « 2차 전에서 탈락하면 너무 아까운데... » 하는 생각만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더욱 열심히 볼을 걷어 올리되 조금 더 길게 조금 더 높게 올리는 것 밖에 없었다. 그것이 통했다. 그의 발리와 스매쉬가 조금씩 금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4대4가 되었다. 그리고 나서도 내가 계속 앞서나가 6대4로 첫 셋을 이겼다. 두 번 째 셋은 6대1로 이겼다. 아마도 첫 셋 후반부터 그는 자기의 거의 위닝샷에 가까운 공조차도 걷어 올리는 나의 끈질긴 수비에 벽을 느끼고 기가 꺾인 것 같았다. 사실은 나도 맘 속으로 노심초사하고 있었는데.....

수요일 오후 3시에 3차 전 경기를 테니스 빌리지 4번 코트에서 가졌다. 상대는 40세 정도의 아담한 체격으로 파리 남쪽 물랑에서 왔다고 했다. 어린 선수들과 달리 플레이에 안정감이 있었다. 경기 초반, 내가 조심하느라고 안정되게 넘기기만 하는 사이 그는 좀 더 과감한 공격을 해 와서 내가 2대0, 3대1로 뒤졌다. 그러나 내가 더 집중하여 4대4를 만들고 결국은 6대4로 첫 셋을 땄다. 두 번째 셋은 그가 버티는 힘이 줄어서 내가 쉽게 6대0으로 이겼다. 경기 후 그는 "토너먼트가 여러날 계속되니 다들 지쳐서 더 끈질긴 사람이 이기게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나는 속으로 "끈질겨서가 아니라 내가 기술이 나아서 이긴 것 아닌가요?" 하고 반문하였지만 겉으로는 "그래요. 많이 지치신 것 같아요." 라고 대답을 해 주었다.

어느 덧 4강에 진출한 것이다. 애초에 기대한 것보다 훨씬 나은 성적이다. 전국에서 예선을 거쳐 모인 선수들이므로 다들 한가락을 할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나는 1차전에 탈락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다. 내 친구 세드릭은 화요일의 2차전에서 이미 탈락하여 시무룩해졌고, 할 일이 없어서 수영하고 낮잠이나 자고 있었다.

목요일 오전 11시에 준결승이 있었다. 나는 아침 9시부터 코트로 나가서 벽치기를 하며 컨디션을 다듬었다. 그러면서 매 샷을 점검했다. 스트록은 자신있게 체중을 실어서 스윙을 끝까지 하자. 길게 치자. 잔발을 끊임없이 떼자. 무릅을 한껏 굽히자. 상대의 백핸드를 주로 공격하자. 발리는 볼을 끝까지 기다렸다가 마지막에 코스를 정하자. 등등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검토를 하고 시합시간을 기다렸다.

시간이 되었다. 11시 15분 전에 대회 진행 테이블에 가서 신고를 하고 상대를 만났다. 상대는 좀 까불어 댄다고 할 정도로 활발하고 명랑한, 파리에서 온 이십대 후반의 청년이었다. 그는 첫 게임부터 내 백핸드 쪽으로 숏에 가까운 짧고 약한 볼을 주고 넷으로 들어 왔다. 볼에 힘이 죽어 있고 짧고 백핸드 쪽이라서, 좇아 가서 걷어 올리는 내 반구도 힘이 없을 수 밖에. 그는 내 반구를 발리나 스매쉬로 넘기되 패대지 않고 각도만 꺾어서 빈 곳으로 찔러 넣었다. 그는 매 득점마다 팔을 들어 펌프질을 하고 "캄온!" 하는 기합소리를 질러서 속으로 얄미워 죽을 것 같았다. 그런데 나는 테크닉에서 워낙 밀린다고 판단하니 기가 죽어서 파이팅이 나오지 않았다. 내가 드디어 임자를 만났구나 하는 생각만 거듭하고 있었다. 시종일관 당하기만 하면서 내가 첫 셋 5대0으로 지고 있었다. 내가 국면을 전환해 보려고 그의 백으로 치고 넷으로 들어 가면 그는 로브를 해 왔고, 그는 내 스매쉬 코스를 다 읽는 듯 나의 결정구 스매쉬도 다시 로브를 해오거나 패싱샷을 쳐 왔다.  첫 셋을 6대1로 잃었다.

두번째 셋은 그가 실수를 좀 해서 내가 4대3으로 앞서가기도 하였으나 거기서 내 서브 게임을 잃어서 4대4가 되고 나머지 게임도 연거푸 잃어서 6대 4로 졌다. 그는 내 등을 두드리며 위로를 해 주었다. 속으로 별로 고맙지도 않았지만 그의 활발한 성격을 장점으로 인정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퉁명스럽거나 거만한 것보다는 좋으니까. 그에게 공이 뛰어나다고 칭찬해주고 결승에서 행운을 빈다고 말해 주었다. 무엇보다 그의 패이스에 말려 시원스럽게 쳐보지 못하고 꼬이는 경기를 하고 만 것이 허망하였다. 그동안 나에게 진 여러 상대방들의 마음도 아마 이랬겠지. 나를 응원하러 왔던 세드릭이 왜 그렇게 못쳤느냐고 했다. 그는 내가 좀더 파워있게 못친 것을 지적하였다. 그러나 내 플레이를 꼬이게 만든 상대방의 게임 운영을 세드릭은 아마도 아직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세드릭은 죽자사자 패대는 스타일이다.

대진표의 반대쪽 박스에서는 리옹 예선 결승에서 나에게 역전패 당하고 눈물을 글썽이던 벤자망이라는 15세 소년이 결승 진출을 했다. 결승은 금요일 오전 11시에 있었다. 나는 나를 이긴 파리 청년의 테크닉에, 세드릭은 벤자망의 견고한 스트록에 1유로씩을 걸었다. 결과는 견고한 스트록의 승리였다. 좌우로 강하게 쳐 오는 벤자망의 스트록에, 파리 청년은 공격 기회를 잡을 수 없었고 그의 넷 플레이도 벤자망의 정확한 스트록으로 쉽게 구멍이 나는 것이었다. 테니스의 기본은 스트록이로구나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Cap d’Agde 에서 3승을 하여 준결승 진출을 했으니 참가한 보람을 충분히 누렸다. 3등 상품으로 Babolat 테니스 가방과 CD 플레이어를 받았다. 토요일의 기아 세라토 자동차 2대 경품 추첨을 포기하고 금요일 오후 1시에 리옹으로 향했다. 4시간 거리를 쉬지 않고 달려 왔다. 혹시나 해서 남겨두었던 금요일부터의 세 장의 리옹대회 표를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4.다시 돌아 와서 리옹대회 준준결승 관전
금요일의 준준결승전 3번째 경기 산토로와 스패디아 간의 경기가 저녁 6시에 시작되었다. 산토로가 스패디아를 완벽하게 농락한 경기였다. 스패디아는 185cm 정도의 좋은 키와 체격, 그리고 나무랄데 없는 서비스와 스트록과 넷 플레이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스패디아의 빠른 스트록을 산토로는 한 템포 느린 공으로 돌려 보내곤 해서 스패디아의 리듬이 깨지는 것 같이 보였다. 스패디아의 스트록이 110 에서 130 킬로 사이의 속도로 보였다. 그 빠른 공을 산토로는 연습 스트록 치듯이 가벼운 스윙의 슬라이스나 플랫으로 받아치되 80에서 90 킬로 사이의 완만한 속도로 돌려 보냈다. 스패디아가 그 느려진 공을 다시 강공으로 결정구이다시피한 공을 날리면 산토로는 순식간에 달려가 간단한 터치로 스패디아의 역동작 코너로 공을 집어 넣는다. 공의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아도 역동작에 걸린 탓으로 스패디아는 그 공을 뻔히 보고도 좇아가지를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스패디아의 좋은 발리 공격도 허다히 역습을 당했다. 산토로는 신비한 라켓 면 조작으로 스패디아의 의표를 찌르는 크로스 혹은 다운더라인 패싱샷을 구사해 냈다. 설사 스패디아가 그 패싱샷을 어렵게 다시 걷어 올리더라도 이미 위력이 죽은 공이 되어 산토로의 여유있는 위닝 패싱샷의 재료가 될 뿐이었다. 스코어 6대2, 6대2 가 보여주는 그대로 스패디아의 완벽한 패배였다.

코트에서 만난 흑인 프랑스인 우마르가 얘기하기를 스패디아는 지금까지 산토로를 8번 만나 7번을 졌다나 ? 과연 그런지 확인을 해 보지는 않았지만 오늘 경기를 보더라도 스패디아가 산토로의 플레이에 대해 아무 대책이 없어 보이기는 했다. 산토로의 플레이를 보면 테니스는 파워의 경기라기보다는 정교한 컨트롤의 경기임을 느끼게 된다. 그의 공에 파워가 없다고 ? 그런 볼로 투어를 10개 내외 땄으면 된 것 아닌가 ? 작년에는 이형택과 상대해서 차이 나게 이기기도 했다.

다음 경기는 로딕과 안시치다. 앞 경기보다 두시간 늦은 저녁 8시이지만 관중이 오히려 늘어 난다. 5,000 석 정도의 관중석이 80% 정도 찬 것 같다. 아마도 스타 로딕을 보려고 몰려드는 것이겠지. 로딕이 서브의 파워와 스트록의 공격성에서 안시치보다 한 수 위임을 보여준 경기였다. 둘 다 200킬로를 넘나드는 서브로 서브 포인트가 많았고 내가 좋아하는 길게 가는 랠리는 많지 않았다. 서브 리턴에서는 플랫하게 갖다 대는 리턴을 하는 로딕보다 드라이브성 리턴을 하는 안시치가 오히려 나아 보였다. 그러나 서브의 안정성에서 로딕이 보다 확고하였다. 거의 브레이크 당할 위험을 겪지 않고 서브 포인트나 서브에 이은 스트록 공격으로 자기 게임을 지켰다. 안시치는 서브 확률이 좀 떨어진 첫 셋 후반에서 스트록 대결에서 두 어 개 에러를 하여 첫 셋을 잃었다. 두 번 째 셋도 마찬가지로 집중력이 흔들린 한 게임에서 스트록 대결에서 지고 브레이크를 당하였고 결국은 그것이 셋을 결정 지었다. 로딕의 스트로크가 강하면서도 안정된 것을 새롭게 발견한 경기였다.

경기가 끝나고 진행자가 로딕에게 224 란 글자를 쓴 판을 보여주며 무언가 인터뷰를 하였다. 아마도 오늘 로딕이 리옹 경기장 서브 기록을 경신했다고 확인해 주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Cap d’Agde 에서 리옹으로 스타 선수들을 보려고 4시간을 허둥지둥 달려 왔으나 시드 배정자들 8명중 로딕과 안시치를 제외한 6명이 이미 탈락하고 없다. 아쉽기 그지없다. 몇 번이고 그들의 이름을 맘 속으로 되뇌어 본다. 푸에르타, 가우디오, 류비치치, 로브레도, 페러, 지네프리..... 그리고, 시드는 아니지만 보고 싶었던 선수들, 덴트, 말리스, 로드라, 마티으, 상귀네티, 로페즈, 클레망, 로쿠스..... 다들 푹 쉬고 이어지는 파리 마스터즈에서 선전하기를 !

후기: 토요일의 준결승에서는 내 예상과 달리 몽피스가 그로장을 스트록으로 제압하여 2대0으로 이겼다. 또 다른 준결에서는 로딕이 산토로를 압도하였다. 화려하던 준준결승에서의 산토로의 기교가 이날은 허약하게만 보였다. 로딕의 파워있는 서브와 강한 포핸드에 산토로의 컨트롤 플레이는 종이장처럼 무너져 내렸다. 일요일의 결승에서는 로딕이 한 수 위의 기량으로 몽피스를 제압하고(아마도 6대1, 6대2 정도) 우승하면서 그랜드 슬래머의 당당한 권위를 보여 주었다.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




  • 全 炫 仲 12.04 12:00
    세세한 대회참가기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여러가지 면에서 부럽습니당~
  • 차광덕 01.01 21:38
    잼나고 실감나는 글이 너무 좋았습니다..좋은글 감사합니다. 다음 기회에도 꼭 부탁드립니다..
  • 유정수 01.04 08:46
    재미난 글 감사합니다. 3위 입상하신 것도 축하드리구요. 정말 실력이 대단하십니다 ^^
  • 페더러를꿈꾸며 01.04 14:31
    한편의 소설이네요.. 감사히 잘읽었습니다..^^
  • 바람도리 02.08 10:20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우리도 전국연합적인 규모의 아마추어 클럽대항전이나 토너먼트 경기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어떤 계기라도 축제처럼 '즐긴다'는 면이 선진국을 선진국답게 만드는 베이스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3위 입상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헐랭이 04.25 15:12
    읽고 있는내내 넘 부럽다는 생각만 가득했습니다....삶의 여유는 어디에 있는것인지...똑같은 하늘아래 우찌 이리 달리 사는지....즐기는 테니스가 넘 부럽습니다...아~ 나도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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