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전국 동호인 대회 관람기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며칠만에 사이트에 들어왔는데, 많은것들이 달라졌군요.

특히 대화방 개설하신것은 정말 잘하신것 같습니다. 이제 밤만 되면 눈탱이 벌개지도록 테니스 이야기 꽃을 피우겠군요. 사실 테니스에 관한 이야기는 퍼내도 퍼내도 마르지 않는 우물처럼, 해도 해도 끝이 없잖아요. ㅋㅋㅋ 지난 여름에 저도 복식 파트너 친구와 테니스 이야기를 하며 밤을 세운적이 있습니다. ㅋㅋㅋ 우리 테니스 교실 교장선생님께서 여러모로 신경을 많이 쓰시는것 같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저는 약 한달전쯤에  전국 테니스 동호인 대회를 구경할수 있는 행운을 가진적이 있었습니다.
전국에서 내노라 하는 사람들이 모인다는 소식에 박물관에 가는 어린이처럼 필기도구를 가지고 가서 경기를 봤는데.....

자리에 앉기도 전에, 멋지고 완벽하고 화려하게 테니스를 치는 선수들을 보자 입이 떡 벌어지면서 "어떻게 동호인이 저렇게  테니스를 잘치지?"라고 탄성을 연거푸 내질렀습니다.

"저 사람들은 맨날 밥먹고  테니스만 쳤나봐. 내가 저 정도가 되려면 30년을 쳐도 어림없겠다"라고 동행한 사람에게 말을 건넸고, 동행한 사람은 "우리가 확실히 우물안 개구리였어. 저렇게 잘치는 동호인들이 있었다니...."라고 자신도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대답을 했습니다.

경기내내 놀란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데, 옆에 있는 분이 저에게 귀속말로 " 저 사람들은 밥만 먹고 테니스를 친 선수 출신들, 지도자들입니다" 라고 말해주었고, 저는 창피함에 어쩔줄을 몰라 했습니다. 푸하하

지도자중에서 저의 눈길을 사로잡고, 무엇보다 저와 붕어빵인 사람을 봤는데, 여기서 붕어빵이라는 비유의 의미는 테니스 플레이 모습이 저와 같다는게 아니라, 체격과 생김새가 너무나 비슷하다는 뜻에서의 붕어빵입니다. ㅋㅋㅋ

아무튼 테니스 선수로서는 너무 왜소한 체격인데도 불구하고, 그의 플레이는 완벽 그 자체였습니다. 특히 서브앤 발리, 리턴앤 발리, 하프발리, 로우발리, 하이발리....문자 그대로 "원초적 발리 본능"의 소유자처럼, "복식에서의 발리는 이렇게 하는것"임을 일깨워 주려는 듯, 발리의 마술쇼를 보여주었습니다.  

무엇보다, 상대의 타이밍과 혼을 뺏는 베이스 라인 앞에 떨구어주는 발리(경기 끝나고 난후 줄자를 가지고 가서 재봤는데, 정확히 23센티미터~38센티미터 앞에만 떨구어주는 발리였음)는 발리기술의 극치를 보는듯 했습니다.

거기에다가 상대의 빈곳을 정확히 알아내어 공략하는 예리한 판단력과, 송곳보다도 더 날카로운 스트로크, 또한 이 마이클 킴은 명함도 내밀지 못할것 같은 완벽에 가까운 백핸드 스트로크는 그날의 가을 햇살만큼이나 빛이 나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분은 결국 우승했고, 저는 "공기훈"이라는 이름 석자를 기억창고에 저장시켰습니다.


지도자들 경기가 끝난후,

경기장을 두리번 거리며 둘러보는데, 특별히 저의 시선을 끄는 또 한사람이 있었습니다.
약간 꾸부정한 모습으로 난타를 치고 있었는데, 그 사람 주위에서 어떤 광채가 나오는것 같았고, 스트로크를 칠때마다 날아가는 볼에서는 어떤 알수 없는 기가 느껴지는 심상치 않는 기운.......계룡산에서 10년동안 칼을 갈고 내려온 사람처럼....그렇게 느껴졌지요.

그런데 한가지 이상한것은 모두가 젊은축에 속하는 사람인데, 그 분만 경로당 테니스회에서 와일드 카드를 받고 출전한 사람처럼, 할아버지뻘에 속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8강전부터 그분의 경기만 쫓아다니면서 봤는데...

상대를 제압하는 조금은 정석에서 벗어난 폼으로 치는, 뭐랄까....탁구처럼 치는 플랫과 드라이브가 섞여있는 발리와 스트로크,

탐지견 비글이처럼 상대코트의 약점과 빈곳을 탐지해 내는 비범한 능력,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건져 올려내는 환상적인 로빙,

도저히 불가능해 보일것만 같은 자세에서도 볼을 살려내는 놀라운 수비력

파트너에게 찬스볼을 만들어 주는 다섯수 일곱수 앞을 내다보는 탁월한 통찰력  

코트의 네트조차도 파르르 떨게 만들어버릴만한 상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

무엇보다 저를 기절직전까지 몰고갔던 것은...그분의 "에러율"이었습니다.

8강전에서는 정확히 3개의 에러만 했는데(에러 갯수를 일일이 세워봤음), 애드코트에서 포핸드 서비스 리턴실수(사실 불규칙 바운드가 일어났음), 백발리실수(네트위에 걸려서 넘기지를 못했는데, 바람이 불었다면 넘어갈수도 있는 아슬아슬한 볼이었음), 그리고 마지막 한 개는 포핸드 스트로크 아웃볼 한 개였는데, 베이스 라인에서 한뼘정도 나간것...이렇게 딱 세 개뿐이었습니다. 인간이 아니라, 컴퓨터였습니다. 어떻게 한경기(1세트 6게임)에서 에러를 세 개밖에 하지 않는지.......

결승전에서는 극적으로 역전승을 했는데, 특히 타이브레이크 상황에서 그분의 파트너의 종아리에 쥐가 나는 불리한 상황에서, 결국엔 우승을 해버리고야 말았는데.......

리턴을 받을 때 스윙을 두 번하고, 자세를 잡은 다음 라켓을 땅에  두드리는 그분의 특유의 제스쳐, 코트 체인지 때마다 라켓까지 체인지 하는 모습, 그리고 에러가 거의 없다며 놀라워 하는 저를 보며 "테니스는 대주면 무조건 이기는거야"라고 일성을 날려준 철학적 멘트까지....

바둑에서처럼 테니스에도 급수가 있다면, 그분은 입신의 경지에 이른 테니스 10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승전 경기가 끝난시각이 새벽 1시 17분이었는데......새벽까지 구경하는 저도 힘들었는데, 하루에 그많은 경기를 소화해내어야 하는 동호인 선수들은 보통 체력가지고는 어림도 없겠구나 싶었습니다.

어쨌든 복식테니스의 모든 것을 저에게 보여준 테니스 10단이라고 할만한 그분은 "성기춘"씨였습니다.

저의 시선을 끈 공기훈씨와 성기춘씨의 공통점을 꼽으라면, 에러가 거의 없다는것과, 발리가 좋다는점이었습니다.

또한 성기춘씨의 경우는 찬스볼이 아니면 철저하게 상대팀의 가운데?만을 공략했는데, 역시나 가운데?는 급소중의 급소였습니다. 좌우 동형은 중앙이 급소라는 바둑 격언처럼, 두사람 한가운데가 복식에서는 최고의 약점중 하나란걸, 그리고 그곳으로 볼을 보내면 에러율이 현격히 떨어진다는점을 저는 그분의 경기를 보며 일깨웠지요. 크크크

여러분들도 기회가 된다면 꼭 전국 동호인 대회에 가셔서 구경하시기 바랍니다. 보는것만으로도 우리 초보자들은 많은 것을 배울수 있을것입니다. 즐거운 오후 되시길.....





* 비&테니스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4-06-16 16:59)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