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더러가 환상적인 플레이로 나달을 꺾었다. 하지만 나달도 함께 웃었다.


로저 페더러(스위스, 2위)는 15일(한국시간) 중국 상하이 치중경기장에서 열린 ATP1000시리즈 상하이롤렉스마스터스(총상금 790만6,170달러) 결승전에서 라파엘 나달(스페인, 1위)을 1시간 12분 만에 6-4, 6-3으로 가볍게 꺾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상하이 마스터스 우승은 지난 2014년 이후 개인통산 두 번째.


이날 페더러는 테니스의 모든 기술을 완벽하게 선보였다. 누군가는 '그의 전성기 시절 플레이를 보는 듯 했다' 고 평가할 수도 있지만, 페더러가 코트에서 경기하는 모든 순간이 전성기라고 해도 무방하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의 플레이는 예술적이다.


페더러의 최대 라이벌이자 천적인 나달은 이날 오른쪽 무릎에 붕대를 감고 경기에 임했다. 평소에 비해 코트 커버력이 약간 떨어진 모습을 보였고, 경기 내내 페더러의 완벽한 샷을 지켜보는 일이 많았다. 완패를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접전이 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경기는 페더러의 완승으로 끝났다. 1세트 35분, 2세트 36분이 걸릴 정도로 속전속결의 경기였다. 관중들도 페더러를 조금 더 응원했지만, 그들이 기대했던 막상막하의 승부는 아니었다.


  


흥미로운 장면은 시상식 때 연출됐다. 평소 준우승을 하면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던 나달의 얼굴이 의외로 밝았다. 준우승 소감을 말하는 도중에도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이어 시상식 사회자가 중국어로 "사랑해요, 상하이" 라고 말해달라고 요청하자, 그대로 따라한 뒤 옆에 있던 페더러와 농담을 주고받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날 시상식에서 보여준 '준우승자' 나달의 미소는 테니스팬들을 흐뭇하게 했다. 누구도 올해 나달의 부활을 예상하지 않았지만, 보란듯이 재기해서 세계 1위 자리를 되찾았다. 같은 처지였던 페더러마저 투어에 복귀해 전설의 라이벌 구도를 이어갈 수 있었다.


아직도 페더러와 나달이 정상의 자리에서 세계 최고의 경기를 펼치고 있다. 두 선수의 현역시절을 함께하는 테니스팬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기사=테니스피플 박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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