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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테니스피플)


페더러 8강전 뒤 인터뷰


- 경기 후에 밀로스는 일년 전에 비해 당신이 정신적으로 더 강해졌고 민첩해졌다고 평했다.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지금 자신감의 정도는 얼마나 높은가?

= 작년에 비하면 올해 윔블던의 준비는 훨씬 순조로왔다. 작년에는 클레이 시즌을 참가하면서 아주 아주 힘든 시간을 보냈었다. 잔디 시즌에 들어서면서 허리와 무릎의 부상을 신경써야했고, 그로 인해 연습량이 심각하게 부족했었다. 그리고 이어진 윔블던 매치에서는 자유롭게 경기하기란 힘들었다. 어떻게 포핸드, 백핸드를 구사하고 상대방을 어떻게 공략할까 하는데 신경쓰기보다는 무릎 상태가 괜찮은지를 집중해서 살펴야 했다.


올해 나는 전략에 신경쓸 수 있는 정상적인 상태의 테니스 선수로 돌아왔다. 지금 나는 플레이를 아주 잘 하고 있다. 휴식도 충분하고 기운도 넘치고 자신도 있다. 좋은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자신감이 높은 상태다.


작년에는 라오니치가 바로 이런 상태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올해는 그에게는 그리 순조로운 시간들이 아니었고, 지금까지 충분한 경기 경험을 하지 못한 것 같다. 그와의 경기에서도 그걸 느낄 수 있었다. 작년만큼의 플레이가 나오지 못했다.

 

- 오늘의 상황을 살펴보면 알겠지만 머레이와 조코비치는 부상이 있었고 더 이상 함께하지 못하게 됐다. 어떤 생각이 드나?

= 라이벌이자 친구로서 우선 그들이 다시 건강을 되찾기를 바란다. 항시 일어나는 일이다. 노박은 그랜드 슬램을 거의 빠지지 않고 참가해왔지 않나. 조만간 이런 불행한 일이 일어날 줄 알았다고 말하고자 하는 건 아니지만, 최근 그의 경기 횟수가 유독 많았고 그러다보니 언젠가는 부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았다고 본다. 그래서 더욱 더 그가 빨리 회복되기를 바란다.


앤디의 경우 그의 상태가 경기를 하면서 더 악화되지 않았기를 바란다. 마치 작년의 나의 경우 처럼 타이틀을 디펜딩 할 수 있는 확률이 낮다는 것을 알면서도 코트에 나와 도전을 했다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경의를 표한다. 이제는 코트 밖으로 나왔으니 앞으로 있을 것들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빨리 회복되어서 미국에서 그리고 캐나다에서 열릴 대회들 준비를 잘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라파의 탈락은 조금 놀랍기는 하다. 다른 선수들은 모두 좋은 경기를 보여줬다. 잔디코트는 라인의 여유분이 작다. 하지만 위대한 토너먼트로 남을거라고 생각한다. 모두 건강하게 돌아와 다시 강한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 돌이켜보면 휴식기를 가지기로 했던 결정을 잘 한 것 같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많이 사용되는 부분이 자연스레 부상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 정상적인 일이다. 30대에 들어서면 잠시 뒤돌아보면서 지난 시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내가 얼마나 오래 테니스를 쳤나, 몸이 쉴 수 있도록 얼마나 휴식을 취했나, 얼마나 많은 훈련을 했으며 그 훈련은 충분했나 과했나 등에 대해서 말이다. 전체적으로 계산해보고 조정하는 과정이다.


모든 사람에게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나한테는 분명히 효과적이었다. 몸과 정신 모두 때로는 휴식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결정을 조기에 내린다면 대응할 시간도 충분히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부위든 부상을 입었다면 테니스를 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계속 운동을 한다면 그것이 만성화될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수술조차도 별 도움이 안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내가 첫 번째 수술을 받은게 34, 35세 였다는게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 잔디에서 라오닉의 서브를 대비해 준비한게 있었나? 있다면 그 준비가 유효했나?

= 그의 서브가 작년만큼 좋지는 않았다. 작년에는 세컨드 서브도 130마일로 10개나 20개 쯤은 들어온 것 같은데 올해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이번에 준비하면서는 마음가짐을 좀 달리했다. 기술적인 부분일 수도 있고 감정적인 부분일 수도 있다. 그러다보니 그의 세컨드 서브가 어느 순간부터 읽히기 시작했다. 굉장히 명확하게 잘 보인다고 생각했고, 그의 서브를 받아내는데 큰 도움이 됐다. 이번 경기에서 그랬다는 얘기다. 다음 번에는 그의 엄청난 속도의 서브가 다시 나오리라 생각한다.


베이스라인에서도 내가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것이 경기에 차분하게 임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작년에는 전혀 그렇지 않았었다.


- 오는 일요일 결승전에서 당신의 우승을 거의 확신하는 분위기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는가? 클레이코트 시즌때 투어를 멈추고 대신 잠시 쉬는 몇 주 동안 어떤 방법으로 휴식을 취했나?

= 그렇게 생각하든 안하든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남은 선수들 모두 강한 타구를 가진 선수들이다. 각자 경기 결과에 대해 할 말들이 따로 있을 것이다. 세 명 모두 나보다 키도 크고 체격도 좋다. 서브, 포핸드 등도 모두 강하다. 나의 슬라이스나 스핀, 그리고 일관성 등으로 한 단계씩 나아가는 색다른 방법을 찾아보려고 한다. 기대도 많이 된다.


마이애미 이후로 시간이 빨리 흘렀다. 5일간의 짧은 휴식을 취하고는 취리히에서 있었던 ‘아프리카를 위한 매치’ 에서 앤디 머레이와 함께 자선 경기를 가졌다. 그리고는 두바이로 날아가 강도 높은 훈련을 했다. 클레이시즌 뿐만 아니라 남은 시즌을 위한 준비를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는 다시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또 다른 자선 경기를 하고 나서야 다시 스위스로 올 수 있었다. 그리고는 마드리드로 갈 예정이었지만 어떤 순간엔가 취소하게 됐다. 그리고 파리로 간 것이다. 사실 파리행도 취소하려고 마음 먹은 적이 있었다. 시간 여유가 있을 때였다. 그 때까지는 여전히 클레이 코트 시즌을 위한 준비중이었다.


작년과 같은 6개월간의 브레이크는 사실 아니었다. 6-7 주 정도 예상했다가 10주가 되어버리긴 했다. 마지막 3주간은 꽤 느긋하게 연습도 할 수 있었다. 내 스케쥴을 항상 잘 관리하는 편이다. 연습을 더 많이 하고 싶다고 느끼면 그렇게 할 수 있었다. 어떤 때는 연습도 잘 했고 날씨가 좋으면 훈련을 잠시 쉬기도 했다.


- 완전히 재충전되었다고 느끼나?

= 윔블던에서의 두째 주는 상태가 매우 좋다고 느꼈다. 솔직히 모든게 잘 풀린다고 느꼈다.


- 당신이 35세가 넘더라도 이전보다 더 좋아질 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2년 전에도 할 수 있었을까? 대부분 선수들이 당신에 대해 플레이가 더 좋아졌고 더 빨라졌으며 날렵해졌다고 말한다. 모두 한결같이 얘기해서 조금 놀라울 정도다. 무엇 때문이라 생각하는가? 모두가 잔디코트가 늦다고 말하지만, 칠리치나 퀘리 를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 그렇게 느리지 않다고 생각한다. 비가 왔고 습도가 높아서 그런지 오늘 다시 조금 그렇게 느껴지긴 했다. 시원해지기도 했다. 첫 10일 정도가 빠른 감이 있었다. 바운스되어 튀어오르는 공이 공중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잔디이기 때문에 경기에 속도감이 붙었다고 생각한다. 타구도 좋고 서브도 좋은 선수들이 올라오고있다. 베이스라인에서 플레이하는 그라인더들에게 뿐만 아니라, 이렇게 타구가 좋은 선수들에게도 잔디코트가 더 잘 맞는게 다행이라 생각한다. 뭔가 다른 스타일의 플레이를 하기에도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내가 몇 년 전에 비해 더 잘 한다고 보진 않는다. 항상 매년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은 있다. 만일 윔블던에서 훌륭한 플레이를 선보였던 2014년이나 2015년보다 더 잘 한다고 느껴진다면, 그건 아마 부상 이후로 확실히 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좀 전에 막 경기를 마친 아직 빨갛게 상기되고 열기가 남아있는 노박 조코비치와 마주쳤다. 이렇게 큰 대회에서 그 옆을 지나치기란 흔치 않다. 아직까지 좋은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앞으로 남은 커리어 동안에도 강인함을 유지했으면 하는게 나의 바람이다.


- 근래 40년 만에 준결승에 진출한 가장 나이가 많은 선수가 되었다. 자부심을 느끼는가?

= 잘 모르겠다. 당신같으면 어떻겠는가?


- 행복할 것 같다.

= 오늘 승리에 대해서는 행복하다. 하지만 40년 만의 그 카테고리에 들어서 행복한지는 모르겠다. 사람들이 이런 기록때문에 내 나이에 대해 언급하는 것 같다 (웃음).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행복하다.


- 클레이시즌을 건너뛰겠다고 결정하기 전까지 그랜드 슬램에 65번 내리 출전했었다. 힘들진 않았나?

=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내가 파리로 갔다는 사실 때문에 간단한 일처럼 보였을진 모른다. 작년에도 불참했던 대회였다. 파리에 가서는 코치와 체력훈련에 집중하려는 계획이었다. 훈련한지 한 10분이나 지났을까, 내가 코치를 쳐다보며 파리까지 와서 대체 뭘 하고 있는건지 물었다. 무릎은 퉁퉁 부어있었고 도저히 나갈 준비가 됐다는 느낌이 안들었다. 가장 터프한 토너먼트가 열리려고 하고 있는데 허리 느낌도 안 좋았고 무릎도 안 좋다면 어떻게 해야하나 생각했다.


체력운동이나 웜업 등 계획했던 일을 하는 대신에 우리는 1시간이 넘게 얘기를 나눴고, 누군가 방을 예약했다고 해서 있던 방에서는 쫒겨났다. 그날 오후와 다음날 훈련을 하긴 했다.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토너먼트를 뛸 정도의 상태는 아니었다. 이번 대회는 건너뛰는 것이 낫겠다는 팀 전체의 결정이 내려졌다. 내 몸이 허락지 않았던 것 같다.


어려웠다. 결정이 내려진 순간에는 안심이 되었다.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공식적인 불참 발표를 하고나니 65회연속 그랜드 슬램 출전 기록을 갱신할 수 없다는 사실에 약간 슬프기도 했다. 하지만 기록에 연연하는 것보다 건강이 훨씬 중요했다.


- 동전 던지기에 이겼지만 서브권을 선택하지 않았다. 라오닉과 같은 강한 서버를 상대로 하면서 그런 선택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

= 그저 다른 쪽에서 시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토스에서 이겨서 어느 쪽에서 시작할지를 고르는 것이 서브냐 리시브냐를 결정하는 것보다 나한테는 더 중요한 문제였다. 좀 이상하게 들릴지는 몰라도 전에도 있었던 일이다. 내가 코트에 걸어 들어갈 때 태양의 위치, 바람의 방향 등을 살펴보면 내가 원하는 사이드를 알게된다. 경기 시작 뿐만 아니라 경기 후반부에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나에게는 의미있는 일이었다.


- 좀 다른 주제이다. 프레스 인터뷰를 지켜보면서 느꼈는데, 말하는 방식이 좀 달라진 것 같다.

= 어떤 의미에서 말인가? (웃음).

 

- 다른 문구를 사용한다던가 확실히 표현이 다양해졌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 잘 모르겠다 (웃음). 좀 변화를 주려고 했나보다. 같은 질문을 여러번 오래 받다보니 대답이라도 다양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그걸 눈치챘다는 건 핑퐁같이 지루한 인터뷰가 아니라 좋은 시간이었다는 얘기이다.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다.


- 코치들과의 관계는 어떤가? 그들이 당신의 게임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 우리는 좋은 친구이다.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도 지루할 새가 없다. 물론 처음에는 적응하고 알아가는 기간이 있다. 스테판 에드버그도 마찬가지였고, 이반 류비치치는 이미 팀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이반과는 이전부터 아는 사이였다. 그는 나의 우승을 진정으로 원하고 그럴 수 있다고 끊임없이 북돋아준다. 가족끼리도 서로 가깝게 지낸다. 그 자신이 테니스 선수로서 나와 함께 투어를 다니며 경기를 하기도 했다. 그런 경우는 처음이라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이반과 세버린 루시는 경기에 대해 얘기하거나 필요한 사항들을 검토할 때 나에게 항상 명확한 메세지를 전달해 준다. 내가 어떤 식으로 플레이하기를 원하는지, 어떤 것은 하지 말고 어떤 것은 더 해야하는지, 상대 선수에 대해 어떤 준비를 해야하는지에 대해 분명하게 짚어준다. 이런 방식이 매우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팀원들과 더할나위 없이 행복하다.


기사=테니스 피플 윔블던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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