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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치민 상공


한 해에 세 번씩이나 그랜드슬램취재를

1월 호주오픈 2주간, 5월 프랑스오픈 2주간, 3주뒤 7월 두주간 윔블던 취재.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쉬운 일은 아니다. 그것도 기자 한 명의 취재와 달리 몇몇 사람과 동행하는 취재는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신경 쓸 일, 살필 일, 고려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튼 여러 국내 테니스인들의 부러움과 가족들의 불편한 심경 속에서 윔블던 출장을 강행했다.


테니스피플이 그랜드슬램을 취재하는 이유

국내 유일의 테니스 전문 신문 테니스피플은 몇몇 나름 그 분야 전문가의 뜻을 모아 2012년 1월 11일 창간호를 냈다. 서바이벌할까하는 각계의 의구심 속에서 창간한 지 6년차를 맞이했다. 그간 동호인 테니스 취재, 국내 엘리트 취재, 테니스 읽을 거리 기사 제공, 새로운 테니스 기술 소개에 이어 상하이마스터스 등 외국 대회 취재와 국내 테니스인들이 제공하는 기사거리를 독자들에게 전했다.


연륜이 쌓일수록 매체력과 시스템의 안정을 도모하지만 워낙 눈높이가 높은 독자들의 눈높이를 늘 충족시키기란 어려운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저기 분주한 가운데 테니스인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테니스가 있는 곳이면 원근불문하고 취재하던 마음이 슬슬 꼬리를 감추기 시작했다.


한편으로 일에 앞서 기준을 세우고 의미가 있고 없고 하는 것을 스스로 재단하는 우를 범하기 시작했다. 취재와 기획 인력이 넉넉하지 않고 모여 드는 여러 취재 인력들을 감당하기 어려운 가운데 가성비 높은 방향으로 일이 가고 있었다. 처음에 독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자세에서 이제 좀 연륜이 되고 체계가 잡혔다고 몇몇 테니스피플 내부 인력이 내놓는 공급자 중심의 기사 생성과 볼거리에도 몸과 마음이 바빴다.


이 모든 것이 인천을 출발해 베트남 호치민을 거쳐 영국 런던을 오는 베트남 항공 787기 자리에서 장시간 비행기 엔진소리 윙윙거리는 16시간 비행 속에서 불현듯 생각났다. 비록 몸과 마음이 고달프고 지금까지 가진 두껍지 않는 지식과 경험이 있더라도 생각을 고쳐먹어야 한다는 자기 반성을 하게 됐다.


창간이래 테니스피플은 우리나라 선수의 프로 100위 진입, 선진 테니스문화 소개와 도입, 국내 테니스 문화의 개선을 화두로 삼았다. 그러기 위해서 테니스가 가장 집약적으로 모이고 한눈에 볼 수 있는 4대 그랜드슬램을 취재대상으로 삼았다. 호주오픈은 5년연속, 프랑스오픈은 3년연속. 윔블던 취재는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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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항공이 기내에서 제공하는 물티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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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치민시 밤거리 젊은이의 오토바이 대열. 신호등이 별로 없고 오토바이와 차는 많이 다녀 길을 건너기가 어렵다. 그래도 사고가 별로 안보인다. 차도 사람도 일정한 속도로 가기만 하면 충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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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은 화폐단위가 동(don)이다. 3만5천동으로 펩시 한 캔 사지 못했다. 정가는 4만동. 목마르다며 졸라 3만5천동에 사서 마셨다. 직항이 아닌 한두번 갈아타는 비행기를 택한 이유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이왕이면 다리 구부러질때 한나라 라도 더 다녀보자는 심사에서다


윔블던 취재 준비는 2년 전부터

윔블던 취재 신청은 매년 1월초에 받는다. 처음 취재하는 경우 미디어 담당자의 메일 주소를 알아내 정중하게 편지를 쓰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왜 취재하려는 지, 매체는 어떤 형태를 띄고 있는 지, 발행 주기는 어떤 지 등등. 그동안 퍼블리케이션은 얼마나 발행하고 독자 규모는 대략 어느 정도 인지 소상히 알려줘야 한다. 


지난해에는 1월초 메일 보내 요구 자료 답하다가 시기를 놓쳐 취재 시도는 무산됐다. 올해는 신청기한을 놓치지 않고 차근차근 절차를 밟아 메일을 주고 받고 공식 신청서 우편물을 3월에 받아 바로 보냈다. 


그리고 학수고대하던 끝에 4월말에 국제우편 서류 봉투가 책상위로 날라 들었다. 열어보니 그 안에 다시 몇 가지 신청서를 보내라는 주문서가 담겨있었다. 모든 것을 기록으로 하고 문서로 주고받는 브리티시 전통을 윔블던 취재 신청에서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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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드로 공항 입국 심사대에 줄을 서니 런던 수돗물 한병씩을 권했다. 물 맛은 무미무취. 호주오픈이나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장도 그렇고 이제 물병이 한모금 축이는 소형화가 대세다


윔블던 도착하기 까지

어느 정도 취재허락이 진행되는 가운데 가장 염두에 두고 추진할 것은 비용문제였다. 항공과 숙박이 고민이다.


항공은 인터넷 검색창에 구글 플라이트나 스카이 스캐너 등을 통해 최적의 일정을 찾았다. 기간은 7월1일~결승전 다음날인 7월 17일. 베트남 항공이 걸려들었다. 금액은 왕복 67만 5천원. 호주오픈때와 비슷했고 프랑스 파리보다는 12만원 비쌌다. 며칠 고민 끝에 더 이상 저렴한 것이 나오지 않아 베트남 항공을 택했다. 


인천공항에서 베트남 호치민까지 4시간 반 내려가, 9시간 시내 반탄 마켓 한바퀴 돌고 다카하시마야백화점에서 요기한 뒤 쥐포와 열쇠고리 몇 개를 구입한 뒤 자정 무렵의 런던행 비행기에 오르는 코스였다.

귀국은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아침 10시 비행기를 타고 호치민으로 와서 두시간 대기한 뒤 인천공항 통해 복귀하는 코스다.


베트남항공으로부터 구입한 지 2년도 채 안된 보잉787 넉넉한 공동공간과 좌석 스페이스를 제공받아 그리 힘들지 않는 비행여정을 보냈다.


인천에서 남쪽으로 내려가 그곳에서 다시 북반구로 타원을 그려 중국. 스탄 나라들, 러시아 영공을 거쳐 동유럽과 서유럽 그리고 도버해협을 건너는 코스다. 지구가 사과처럼 둥글기에 대기권 가까이 지구 외곽을 돌면서 대륙을 넘나들었다.


비행기가 그나마 편해 그렇지 나름 좁은 공간에서 에어컨 바람 쐬며 다닌다는 것이 올해부터 녹록하지 않음을 느꼈다. 하지만 이번 여정은 매체의 방향성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 있었기에 시간이 화살처럼 지나갔다. 



문제는 숙박이었다. 정확히 16박 17일의 런던 잠자리는 이번에도 에어비앤비사이트를 통해 구했다. 윔블던 20년 이상 취재 관록의 외국 기자에게 물어 윔블던 숙박에 대한 조언을 받았다. 대회장 근처의 한시간 내 거리의 소도시 5곳을 추천 받았다. 1일 숙박료는 3만원대 조건으로 5도시 집을 샅샅이 뒤졌다. 버스 한 정류장, 트램 10정거장, 버스 두 정류장을 거치는 왈링톤 지역의 연립주택 1층을 빌렸다. 


남편은 네슬레에 근무하고 아내는 학교 교사였다. 이들이 관리하는 집을 마련했다. 미국에 몇 년간 가 있는 딸네집을 중년의 부부가 장기간 빌려주었다. 버스 정류장까지 차로 마중을 나왔고 집에 들어와 한시간 이상 상견례 시간을 가졌다. 네슬레의 부드러운 인스턴트 커피를 머그잔으로 받아 마셨다. 테이스트 굿이라 한잔 더 청했다. 윔블던까지 가는 전차(트램) 역을 안내 받고 헤어졌다. 


여성이 학교 교사라 A4 용지에 빽빽하게 적은 안내의 글이 정겹고 자상했다. 눈치가 99단이고 영어 해독이 조금 가능한 지라 금새 주변 지형지물과 윔블던 가는 지리 감각을 파악했다.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해 받는 입국 심사 줄이 300미터는 됐다. 그 사이 런던 수돗물 담긴 작은 병을 받아 목을 축였다 첫 인상이 좋았다. 바로 뒤에는 벨라루스 민스크로 며느릿감을 보러 가는 분이 아들과 대화를 나누고 나도 대화에 동참시켰다. 민스크의 한국 대사를 소개했고 꼭 대사관에 들르라는 당부도 했다. 세상이 생각보다 넓진 않았다. 사슴 눈을 지닌 벨라루스 소아과 의사를 며느리로 삼는 한국사람들도 있고 그들을 런던 입국장에서 만나 통성명과 하는 일에 대해 나누는 일도 하게 되었다.


어느덧 입국 심사관아에 섰다. 여권과 입국카드를 내미니 첫 마디가 "(우리집에 왜 왔니~) 왜왔니"였다. "윔블던 취재하러 (왔단다~ 왔단다)라고 답했다. 그런 다음 심사관은 그 말이 진짜인지 "윔블던은 언제 시작하냐"고 해 나는 바로 "7월 3일 몬다이에 한다"고 했다. 불법 체류할 아시안이 아니라고 판단했는 지 여권에 입국 허가 도장을 쾅 하고 찍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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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 교통카드 오이스터를 사는 자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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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 명물 2층 버스. 런던 시내 관광버스와 흡사하다. 우리나라는 왜 2층 버스가 없나 했더니 언젠가 도입했다가 현실에 안맞아 치웠다. 런던은 옛 마차길 수준으로 길이 좁아 버스가 서행을 할 수 밖에 없어서 2층 버스도 가능해 보인다. 시속 50km이하로 다니면 2층 버스 도입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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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 차창으로 보이는 템즈강 상류


히드로 공항에서 숙소인 윔블던 근처 왈링턴까지 가는 가장 저렴한 이동 수단은 런던 교외를 구석구석 다니는 완행버스였다. 런던 교통카드인 오이스터 카드에 40파운드를 충전하고 엘리베이터 서너개, 공항 내 트램을 타고 완행버스가 시간 맞춰 오는 버스터미널로 이구지구해서 이동했다. 


버스는 2층 빨간 버스였다. 짐이 무거워 2층에는 못 오르고 1층 구석 차창을 통해 2003년 1월 런던에 1주일 온 가족여행의 추억을 되새겼다. 유럽렌트카 투어 때 차 반납한 유로카 렌트카 회사 시그널도 찾아냈다. 런던 서남쪽 도시들의 골목길을 돌아 돌아 집주인이 메일로 알려준 버스 정류장에 내렸다. 공항 도착하자마자 지금 버스 타고 간다고 해 넉넉잡고 오전 11시 10분을 약속 시간으로 잡았다.


미팅 포인트에 8분전에 도착하니 집주인은 약속시간 1분전에 닛산 소형 전기차를 버스 정류장 부근에 대고 나를 단박에 찾았다. 부부는 "미스터 박?"하면서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그들은 체격 좋고 마음씨 좋은 분들로 보였다. 하긴 집을 내주는 것은 마음을 내주는 것이다. 우리는 공간이 있어도 타인에게 집을 내주는 에어비앤비 정신이 별로 통하지 않는 정서가 일반적이다. 가져간 쌀로 냄비 밥을 하고 김을 잘라 김치, 라면으로 1식을 했다. 잠시 눈을 붙이다가 4시반에 깜짝 놀라 깼다. 여기가 어디지 하면서.


아참. 오후 5시반에 히드로공항에 도착하는 테니스 코치 한분 픽업을 나가야 하는 것이 생각났다. 양치만 하고 다시 오던 길 거꾸로 해서 히드로공항에 7시에 도착했다. 오던 시간보다 가는 시간이 30분은 빨랐지만 이미 코치님은 입국장내 로비에서 한시간이상 기자를 찾느라 두리번거렸다. 다시 집으로. 이번에 2층버스의 2층에 올라탔다. 런던 외곽 골목골목에 걸린 간판은 영어 공부할 겸 눈에 스캔 했다. 세 번이나 오가면서 런던 도시 주거지 분위기를 익혔다. 오래된 교회와 생필품점, 서점, 문방구, 작은 식당들이 줄지어 섰다.


윔블던 취재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미디어 카드 받고 이곳 저곳 궁금한 것을 보고 적고 찍 고하면 됐다. 이번엔 선수 기술도 기술이지만 테니스 본고장 영국의 윔블던에 사람들이 보고 싶어하는, 테니스인 위시리스트 1위인 윔블던을 그간의 취재 노하우와 눈을 갖고 잡아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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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드레아 부부가 내준 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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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 한 도시 경찰서. 런던에는 가는 곳마다 이런 비슷한 건물이 있다. 이들은 거의 안고치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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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윔블던 가는 교통수단 트램이 서는 미첨 정션역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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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램역과 숙소가는 길 사이에 있는 꽃


온라인 기사 출고 계획안

1. 윔블던 취재 어떻게 준비했나
2. 윔블던역에서 대회장까지 가는 길과 테니스 도시란 이런 것
3 . 박의성 출전한 로햄튼 주니어 대회 각축장
4. 윔블던 표구하기 부터 1회전 대회장 풍경
5.  윔블던에서 나타난 품격있는 스포츠, 테니스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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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사진=테니사 피플 영국 현지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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