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열심히 공 치지 마라! 나중에 내짝 난다."


이십년 가까이 공 치다 남은 것은 골병든 몸뚱이랑 허탈한 마음 뿐이라 자조적으로 말하는 언니가
어쩌다 오가다 만나면 울림이 있는 목소리로 내게 툭 던지고 가는 말씀이다.


몇 년 열심히 공 치다 보면 공치기 이전의 인간관계는 저절로 정리정돈이 되어 있는데다 부상이나 회의가 들어 완전히 접지 않더라도 벌써 드문드문 나오기 시작하면 매일 볼 때 언니동생하던 인간관계마저도 하나둘 떨어져나가 어느날 싸그리 사라져 버린걸 알게 된다.

진실하고 순수하면서도 죽는 날까지 쭉 지속될 수 있는 관계에 대한 희구는 인간본성이겠지만
코트에서 일승에 일소하고 일패에 일읍하며 그날그날의 승패에 온통 촉각을 세우고 사는 우리 테니스 동호인들의 생활태도나 본성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것도 아주 많이.

"부모님 상 당하기 전에는 .....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코트에 나와 있어야하고 어느날은 너무 기쁘거나 아주 슬퍼 집에 머물고자해도 지금 복식성원 한 명이 부족하니 어서 나오라는 연락이 오면..

 

그 즉시 쪽수 채우러 코트로 달려나가야 한다는 엄숙한 충성 서약을 한 기억은 없지만 어느새 눈치 늘고 이 바닥에서 살아남으려 애쓰다보니 뼈 속 깊이 마디마디에 각인되어 있나보다.

"엄마들이 얼마나 독하고 무서운데....."


다늦게 하나둘셋하며 공 배우기 시작해 온갖 구박과 냉대와 질시를 참아가며 열심히 했던 탓에
일찌감치 국화가 될 수 있었던 어떤 언니의 말씀이다. 자신의 레슨시간이나 지도자와의 랠리 정도, 심지어 레슨도중 사용한 공 갯수까지 세고 앉아있는 사람도 있었다고. 파이를 키우면 자기 몫에 해당하는 그 한 조각의 크기도 커지겠지만


남의 몫 또한 커보이는 효과로 해서 그 점은 상쇄되는데다 테니스가 일견 공을 치는 운동인 듯 보이지만 실은 네트 너머에 있는 사람을 치는? 운동인지라

 

다른 사람 균형을 못잡도록 이리 몰았다가 저리로 타이밍 빼앗았다가하며 그렇게 닦아 세우기를 반복하는(골탕 먹이는) 면이 있어서인가?

도핑테니스는 단기적 실력향상이나 체력저하를 막아주는 특정 물질의 인체 내 존재여부를 재는 것이라는데 공욕심을 재는 방법도 개발되었으면 한다.

 

특히 공욕심 권장 기준치를 열배 백배나 초과하면서 이를 근성 내지 승부사적인 기질 등으로 생각하고 공 오면 혼자 네트 가운데 서서 파트너 공을 죄다 뺏어 치고 있다면....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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